논 의
본 연구에서 개발한 정신과 입원환자의 간호요구도(이하 정신간호요구도)에 기반한 PICS에는 12개 영역, 61개 간호활동이 포함되었다. ‘정서적 지지 및 교육’, ‘식이’, ‘배설’, ‘위생’, ‘투약’, ‘처치’ 등 6개 영역은 한국형 환자분류도구(KPCS-1)와 동일하게 포함되었고, KPCS-1의 ‘특수처치’, ‘운동’ 및 ‘검사’ 영역은 이 영역에 포함된 대표적인 간호활동을 고려하여 ‘전입전출’, ‘이동 및 활동보조’ 및 ‘측정 및 검사’로 수정하였다. 각 영역 내 간호활동항목은 선행연구와 초점집단 결과를 반영하여 정신간호의 특성을 고려한 내용으로 수정 ․ 보완하였다. 새로 추가된 3개 영역은 ‘치료진 간 조정 및 소통’, ‘활동격려 및 행동제한’과 ‘안전’이다. 안전 영역의 경우 위험한 물품 및 환경관리, 행동 및 정서상태 관찰, 고위험 환자 면담 및 중재, 격리 적용, 격리 유지, 격리 해제, 보호대 적용, 보호대 유지 및 보호대 해제 간호 등 정신과 병동에서 행해지는 안전 간호활동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KPCS-1의 영역을 유지한 경우나 일부 수정한 경우에도 일반적인 병동에서는 흔히 수행되지 않는 간호활동들이 포함되었다. 그 예로 KPCS-1에서 ‘정서적 지지 및 교육’은 교육, 환자 ․ 가족의 정서적 지지 및 의사소통장애에 대한 접근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해 PICS에는 병실순회를 통한 상태확인 및 지지면담, 신체 ․ 정서적 불편감 및 문제행동 중재 면담, 증상관리 교육 및 약물관리 교육, 가족교육, 상담 및 중재 등으로 정신간호 특유의 간호활동을 포함하였다. 또한 ‘식이’ 영역에서도 식사 과정 관찰 및 양 확인, 식사 도움(부분, 전적), 간식 제한 및 양 관리와 같이 일반적인 간호분야에서는 간호요구도가 거의 없어 고려되지 않았던 간호활동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는 Im [
10] 등이 KPCS-1을 기초로 정신간호행위를 추가하여 목록화한 138개의 간호행위에 대해 321명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 분야의 주요 간호행위들이 정신간호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과 일관된다. 이는 일반병동 환자의 간호요구에 기반한 환자 분류체계로 정신간호의 적정인력 산정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예를 들면 일반병동의 경우 ‘식이’ 등은 생리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간호행위가 행해지는 경우가 흔하나 정신과 환자의 경우 증상에 의한 행동으로 나타나거나 더욱이 원인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식이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신간호 활동은 일반적인 간호활동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른 양상의 간호활동이 행해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신과 환자의 경우 증상이 현저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고, 증상의 영향이 대상자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미치게 되므로 정신간호를 객관화하거나 수량화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간호활동을 객관화하기 위하여 환자나 그 가족의 요구나 관점을 사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간호학 분야 내외의 관련 인력의 정신간호에 대한 관점이나 업무 비교 연구 등 질적, 양적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PICS에 포함된 정신간호활동 중 가장 높은 기준 값을 나타낸 항목 중 하나는 ‘고위험 환자에 대한 30분 초과의 면담’(400)으로, 기준 활동인 ‘병실 순회 시 상태확인 및 지지 면담’(100)보다 4배 높은 값이다. 이는 KPCS-1에서 ‘환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한 30분 이상의 면담’이 기준 행위의 값보다 4배 높은 점수로 책정된 결과와 유사하다. 다만 해당 간호활동은 정신간호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타해 위험이 높은 고위험 환자 대상의 간호활동을 포함하고 있어 간호사의 안전에 대한 위협정도 등 일반적인 간호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과는 다른 속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추후 인력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호활동 이면의 속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준 값에 반영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기준 값이 높은 간호활동은 ‘6시간 초과의 격리유지간호’와 ‘협의진료를 위한 외진’ 등이며, 이와 같은 간호활동은 KPCS-1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으로 정신간호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환자의 특성에 따른 PICS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진단명에 따른 PICS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KPCS-1의 경우 진단군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한 것[
16]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정신의학진단의 경우 환자 입원의료비에 대한 설명력이 16.7%로 낮아 현행 한국형 진단명 기준 환자 분류체계가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양을 추정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고한 연구결과[
17]와 일관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정신과 환자의 경우 진단 자체보다 다른 요소들이 환자의 의료 요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의학적 중증도에 따른 PICS의 차이도 유의하지 않았는데, 이는 PICS 타당도 검증에서 사용한 SPC와 PICS가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낸 결과와는 대조적이다. 즉 정신과 환자의 의학적 중증도와 간호 요구도는 상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정신과 환자의 간호요구에 기반한 환자 분류체계는 의학적 진단이나 의학적 중증도에 의존하여 결정되는 정신의학적 관점의 환자 분류체계와는 다른 틀로부터 구성되어야 한다는 선행연구[
12,
13]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PICS의 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SPC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나 준거 타당도가 검증되었고, PICS를 활용하여 환자 군 분류를 위한 군집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세 개의 군으로 분류한 경우 군 간 PICS의 차이가 가장 명확하였다. 세 개의 군 간 PICS 총점의 차이를 영역별로 살펴보면 정서적 지지 및 교육, 치료진간 조정 및 소통, 활동격려 ․ 행동제한, 안전, 식이, 배설, 위생, 투약, 활동보조, 전입 ․ 전출 등 10개 영역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전 영역의 경우 대부분의 세부 항목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또한 이 안전 영역의 세부 활동은 한국표준간호행위[
15]에서 규정한 안전영역의 활동과는 달리 위험한 물품 및 환경관리, 행동 및 정서상태 관찰 및 고위험 환자 면담 및 중재 등으로 정신간호분야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안전’ 영역은 환자 분류 기준으로서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후 정신과 환자의 간호요구를 반영하는 세부 간호활동을 정련하여 반복 조사를 시행함으로써 도구의 간결성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 군 간 차이 검증에서 처치와 측정 ․ 검사 등 2개 영역에서는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는데, KPCS-1을 활용한 일반병동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 처치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결과[
16]와는 대조적이다. 다양한 환경이나 대상자 수를 확대하여 정신과 환자에게 증가하고 있는 처치나 측정 ․ 검사에 대해 탐색하고, 이 영역에서 요구되는 정신간호활동들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연구를 통하여 정신과 환자 분류체계에 처치나 측정 ․ 검사가 주요 요소로 포함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PICS를 이용한 환자의 군 분류 결과를 종합할 때 정신간호의 특성이 반영된 간호영역이나 간호활동에서 군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는 본 연구에서 개발된 PICS가 정신과 환자의 간호요구가 반영된 간호활동으로 구성된 환자 분류체계이며, 환자 간호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정한 정신간호 인력을 산정하는 도구로서 타당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환자의 간호요구도를 기반으로 한 정신과 환자 분류체계를 개발한 국내 최초의 연구이며, 적정간호인력을 산정하기 위한 연구와 실무, 행정에 중대한 의의가 있으나 연구방법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첫째, 본 연구에서 PICS를 이용하여 평가한 대상 환자들은 전국적인 표집대상이 아닌 세 개 기관의 입원환자를 편의표집 하였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하는데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전국단위의 표집을 통한 반복 연구를 제언한다. 둘째, PICS에서 각 간호활동에 대한 기준값은 11명의 전문가 집단의 의견 중 극단치를 제외한 후 빈도가 높은 값으로 결정되었지만 객관성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각 간호활동의 기준값을 결정하기 위한 객관적 측정방법을 개발하는 추후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시간 및 비용효율성을 고려하여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PICS 조사는 후향적 조사방법을 이용하였다는 제한점이 있다. 추후 연구에서는 관찰자에 의한 객관적 조사방법을 이용한 반복연구가 필요하겠다. 끝으로 PICS에는 측정이 가능한 행위 위주의 간호활동만 포함되었다는 제한이 있다. 즉 간호사 대상의 정신간호행위를 조사한 선행연구[
9]에서 간호사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간호를 환자나 보호자가 감사함을 표현하는 등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깨닫게 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와 같은 간호활동은 PICS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응답자의 경우 제시된 항목에 준하여 제한된 답변을 하였기 때문에 정신간호활동을 전반적으로 드러내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추후 실무자 또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여 정신간호사가 행하고 있는 간호를 발굴하고 정의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정신간호활동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도구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