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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Psychiatr Ment Health Nurs > Volume 29(4); 2020 > Article
가정폭력을 겪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elucidate the experiences of post-traumatic growth among spouses of alcoholics.

Methods

This study used narrative inquiry. The participants were three middle-aged women who had suffered domestic violence from their husbands, the latter of whom had been diagnosed with alcohol use disorders. In-depth interviews with each participant were conducted twice from June to July 2019.

Results

The participants reappraised the intrusive symptoms and negative feelings caused by their husbands' drinking problems and domestic violence, and they deliberately repeated reflective pondering through cognitive and emotional flexibility. The perception of social support from actively explored support resources led them to choose a problem-focused coping strategy. Their views of themselves,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nd philosophical views that had collapsed due to trauma were reconstructed, thus attaining self-transformation.

Conclusion

The subjective perception of social support among spouses of alcoholics was affected by the social and cultural contexts and the means of support. Using an emotional-focused coping strategy to accommodate negative emotional response from trauma as well as helping deal with the emotions themselves are important for driving growth motivation and post-traumatic growth. Post-traumatic growth is the process of reconstructing narratives and integrating them into life stories, thereby giving meaning to life.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13.9%로 WHO 194개 회원국 중 4위이고, 한국 남성의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무려 21.2%이다[1].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치료를 받은 대상자의 58%는 치료 전 12개월간 자녀와 배우자에게 신체적 폭력, 학대 행위, 언어적 위협 등의 폭력을 행사하였다[2].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들은 남편의 문제성 음주로 인한 신체적 폭력, 경제적 부담감, 죄책감, 자존감 저하, 우울증,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 고조된 부부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였다[3-6].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 가정법원에서 음주 관련 가정폭력 사건으로 보호 처분을 받은 가해자 142명 중 99.3%는 남성이었고, 피해자의 59%는 그의 부인이었다[7]. 폭력 피해 여성의 정신건강 문제 중 우울증은 47.6%, 자살문제가 17.9%,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63.8%로 나타나 심각성을 간과하기 어렵다[8]. 음주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해서는 법원 명령에 의한 의무적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배우자에 대한 개입권한은 없는 상황이다[9]. 따라서 음주 가정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중재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배우자들은 역경을 통해 회복하는데[10], 어떤 경로와 과정이 이들을 성장으로 이끄는지 이해하고, 효과적인 간호중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 재해, 전쟁 또는 성폭행이나 아동 학대 같은 대인간 외상, 심각한 신체적 질병 등의 외상 사건을 겪은 개인의 30~70%는 외상 사건이후 자신에 대해서나 대인관계, 영적, 철학적 관점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Tedeschi와 Calhoun은 이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으로 정의하였고, 외상 후 성장은 외상 사건 직후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외상 기억들을 처리하려 애쓰면서 인지적, 정서적 발전이 점진적으로 일어난 결과, 현재의 관심사에서부터 인생철학이나 세계관까지 비약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하였다[11]. 이들이 제시한 외상 후 성장 모델은 인지적 재건 과정이 강조되어 상대적으로 정서적 요소에 대한 언급이 적은 점이 지적되었다[12]. Joseph 등은 정서적 요소를 보완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와 외상 후 성장을 함께 설명하기 위해 정서-인지적 처리 모델(affective-cognitive processing model)을 제안하면서, 외상 후 성장 과정을 ‘외상 사건으로 붕괴된 인지 도식의 재건과 정서 상태 및 대처의 주기를 통한 처리 과정’이라고 하였다[13].
파트너 폭력 피해자는 외상 사건 후 내면의 힘을 자각하고, 삶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의 변화를 보였고,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들도 자아에 대한 관점과 내면의 힘, 영성의 변화가 나타났다[14,15]. 연구자들은 이들의 성장에 대한 추가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남편의 가정폭력과 중독 문제를 동시에 겪은 여성들의 외상 후 성장을 비중 있게 다룬 연구는 찾기 어렵다.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를 이해하는 것은 중독이 가족에게 준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중독자와 회복 과정을 함께 살아내며 성장에 이르는 가족의 회복 과정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의미가 있다. 중독자 가족의 회복과 성장은 중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당히 중요하며[15], 배우자의 상황에 대한 인식과 폭넓은 이해는 적절한 간호중재 제공에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자는 가정폭력을 겪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자신과 가족,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했는지 심도 있게 탐구하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방법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본 연구는 “남편의 음주 문제와 가정폭력의 외상 사건을 겪은 후 배우자에게 외상 후 성장 경험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연구 퍼즐을 다루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의 특수한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를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의 독특한 경험을 시간성(연속성), 사회성(상호작용), 상황(사회적 지지)의 세 영역을 틀로 한 Connelly와 Clandinin이 제시한 탐구 과정으로, 현장에 존재하기(being in the field), 현장 텍스트로의 이동(from field to field text), 현장 텍스트 구성(composing field text), 현장 텍스트에서 연구 텍스트로 이동(from field text to research text) 및 연구 텍스트 구성(composing research text)의 5단계 절차로 수행되었다[16,17].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참여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의 부인으로 65세 이하의 중년여성들이다. 선정기준은 알코올 중독자와 결혼생활 중이거나 5년 이상의 결혼생활 기간 동안 가정폭력을 겪었고, 인지장애가 없으며, 남편의 회복과 별개로 자신의 삶과 성장 맥락에 대해 개방적 소통이 가능한 사람으로 하여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하였다.

3.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I대학 기관생명윤리 위원회의 승인(IRB No. 1904 02-1A)후 알코올 중독자 재활시설 K센터의 기관장에게 연구 결과 사용을 승인받았다. 남편의 음주와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 참여자를 서면 모집했고, 연구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여성 3명이 모집되었다. 연구과정의 특성상 외상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신체적, 심리적 불편함(예; 긴장감)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자는 인터뷰 시작 전이나 인터뷰 도중이라도 연구참여자가 참여 중단을 요청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연구자는 필요시 참여자들이 심리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인터뷰의 녹음과 연구결과로 인해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부호화하는 점을 사전에 설명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이중 잠금장치로 연구자만 접근 가능한 PC에 보관되고. 연구 종료 후 곧바로 파기되는 절차를 참여자에게 설명하였고, 연구참여자는 설명된 사항이 명기된 동의서를 연구자와 함께 읽고 작성하였다.

4. 연구자 준비

연구자는 2011년부터 알코올 중독자 치료 공동체에 근무하면서 알코올 중독자와 가족의 간호와 상담을 해왔고, 음주와 가정폭력 사건으로 서울 가정법원에서 의뢰된 알코올 중독자 부부의 사례 관리를 하였다. 2017년부터 K센터의 알코올 중독자 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배우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였고, 연구 시작 전에는 간호현장의 다양한 폭력과 관련해 법의 간호(forensic nursing)를 수강하며 내러티브 탐구의 기초를 다졌다. 또한, 내러티브 탐구와 관련된 국내외 문헌을 검토하고, 질적연구캠프에 참여하여 학문적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였다.

5. 내러티브 탐구 절차

1) 현장에 존재하기(Being in the field)

연구자는 음주 가정폭력으로 서울 가정법원에서 K센터에 의뢰된 부부들을 상담하면서 배우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내러티브들 속에는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자녀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늘 긴장한 채 지내온 부인들의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연구자는 불안, 공포, 분노감, 무력감 속에서 분투한 이들의 경험의 의미를 찾기 위해 현장 속에 존재했다.

2) 현장 텍스트로의 이동(From field to field text)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를 경험하고, 참여자의 경험을 관찰한다[17]. 연구자는 배우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가족 프로그램의 참여자가 그린 그림과 시(poem)에 드러난 상징을 분석한 자료도 참고하였다. 이들은 남편의 음주로 인한 어려움과 자녀 양육을 도맡은 자신을 ‘자유롭지 못한 해결사’로 표현했다. 타인에게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상처들은 침묵과 한숨,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 속에 나타났고, 연구자는 비언어적 표현들도 현장 노트에 상세히 기록했다. 이들이 남편에게 감정적 대응을 멈추고 변화하는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자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였다. 연구자는 2019년 6월 25일부터 7월 11일까지 참여자 1명 당 2회의 일대일 심층면담을 1시간 30분 내외로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사생활과 편의를 생각하여 면담은 K센터 상담실에서 이뤄졌다. 연구자는 참여자와의 신뢰관계와 친밀감을 고려하여 연구자의 E-Mail, 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연락하도록 하였다. 일차 면담은 사전에 연구자가 준비한 인터뷰 가이드를 중심으로 했지만, 필요시에 추가 질문을 자유롭게 하는 반구조적 인터뷰로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결혼 전과 후의 삶에 영향을 준 사건들로 자연스럽게 시작하여 “그러한 일들 이후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꼈고, 지금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와 “삶에 도움을 준 것과 삶의 과정에서 알게 된 점”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차 면담은 자신의 성장에 대한 심층적 주제로 이어져,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자질과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부족한 사항은 SNS와 이메일, 전화 통화로 보완하였다.

3) 현장 텍스트 구성(Composing field text)

연구자는 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녹음 즉시 필사하고, 반복 청취하였다. 내러티브 중 모호한 내용은 참여자와 만나 확인했고, 내러티브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에 대한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였다.

4) 현장 텍스트에서 연구 텍스트로(From field text to research text)

연구자는 먼저 필사된 내용 중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하였다. 경험에 대한 의미를 구성하기 위해 연구자는 참여자별로 핵심적 내용을 분류하고, 중심이 되는 주제와 연결되는 경험 내러티브를 간추렸다. 현재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과거를 거슬렀다가 미래를 오가며 변화하는 내러티브의 내용을 연구자는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참여자의 확인을 받았고, 연구 문제와의 관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반복하여 질적연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5) 연구 텍스트 구성(Composing research text)

작성한 연구 텍스트 내용을 참여자가 검토한 후 의견을 제시하면, 연구자는 내용을 수정하면서 연구자와 참여자의 의견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주의하였다. 연구자는 내러티브를 다양한 층위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 전문가의 검토를 꾸준히 받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갖추도록 하였다[16].

6. 연구의 엄격성 확보

질적연구의 엄격성 확보를 위해 연구자는 인터뷰 내용이 연구자 왜곡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인지 점검하고자 여러 이론과 자료를 검토하고, 수차례 반복하여 읽었다. 내러티브 전반에 걸친 상징적 의미와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전문가와 연구참여자에게 문의하였다. 삼각 검증(triangulation)을 고려하여 질적연구 전문가들에게 원 자료와 분석노트를 보여주고 단계별 수정 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확실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연구자의 해석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의 발생을 감안해 연구결과물을 참여자와 공유했고, 이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보완하였다.

연구결과

본 연구는 알코올 중독자의 여성 배우자가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경험 이야기를 Connelly와 Clandinin이 제시한 3차원적 탐구 공간에서 연대기 순으로 재구성하였다[17]. 연구참여자 개요는 Table 1과 같다.

1. 자신의 삶을 찾아 끝없이 날갯짓한 Y의 이야기

1) 체면으로 은폐된 폭력의 그늘 아래 억압된 삶

Y가 열아홉 살에 겪은 시댁의 일상에는 폭력이 난무했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지쳐 이혼하려 하자 시댁에서는 자녀들을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하고, 폭력 사실을 은폐하려 하였다. 친정에서도 Y의 사정을 외면하자, Y는 남편의 음주와 폭력이 멈추기를 막연히 기대할 뿐 대응할 길이 없었다.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남편의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공포와 무력감에 얼어붙은 Y는 가정폭력의 피해 알리기를 포기하고, 그저 폭력을 피해 도망치기 급급해 이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자녀들이 Y를 설득해 법원에 수차례 탄원하고서야 남편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지만, 그는 접근 제한 명령도 무시했다. 자녀에게 갈 영향이 두려워 Y가 신고하지 못하자 남편은 경찰도 폭행했다. Y는 경찰에 연행된 남편의 수발을 하고, 벌금과 술값을 지불했다. 가정법원 수강명령이 끝난 후에도 음주와 폭력은 계속되었다. 가정법원은 Y에게 K센터에서 가족 상담을 받게 했고, Y는 센터의 소개로 알아넌(Al-Anon) 모임을 찾아갔다. 시시한 경험담을 하며 남편을 환자라고 하는 알아넌 멤버들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었던 Y는 처음에는 억지로 모임에 갔고, 끝나면 귀가하기 바빴다.
  • 시집을 와보니 식구들이 떼거리로 모여서 칼도 있고. 낫자루, 빗자루를 들고 세숫대야 들고 막 머리를 찧고. 피나고 옷 찢고 이러는 거예요. 내가 살던 곳은 어떤 문화라는 것조차 없었어요. 남편이 식탁의자를 던져서 열두 바늘을 꿰맸어요. 근데 시어머니가 전화를 못 하게 하는 거예요. 동서지간에도 체면이 있는 거지. 이혼하면 형은 거지가 되어있을 텐데 서류상 이혼한다 해서 누구 네 아빠 아니겠느냐고.

    내 이빨을 부러뜨렸고 죽인다고. 온 집의 문을 다 때려 부수고. 여자들 하고 놀고 와서 내가 문을 늦게 열어줬다고, 치사하고 더러운 년아 하고 욕하고.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해야 되나. 어떤 계획을 세울 만한 여지가 없는 거예요. 기어 다니면서 그 폭력에 응하고. 숨느라 바빠 가지고 이혼할 소재거리도 내가 못하고. 경찰이 와 가지고 우리 지금 급한 사건 처리하러 가야 되는데 이까짓 일에 우리가 여기 와야 되겠느냐고. 왜 공권력 힘을 이런 곳에 쓰게 하느냐. 알코올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는데, 폭력이 가장 위급하고 급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답답해서 그만 오고 싶은 심정이죠.(Y와의 대화, 2019. 6. 25.)

2) 삶을 비추는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림

Y가 남편의 폭력과 술주정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K센터와 모임시간뿐이었다. Y는 알아넌 멤버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고 한참 후에야 자신이 애들 체면을 핑계로 문제를 은폐했음을 깨달았다. Y는 중독과 가정폭력의 대물림을 두려워만 하는 속수무책의 자신을 나무랐다. 알아넌 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서야 Y는 새로운 대처 방법을 배우고 행동을 취하려는 동기가 생겼다.
  • 외부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의도 없이 닥치는 대로 그냥 산 거 같아요. 호주 제도에서. 내가 자신이 없으니까 애들 핑계 대고 덮고 가려고 하고. 내 인생이 생략되면서 우리 애들도 내가 많이 제한을, 통제한 것 같아요.(Y와의 대화, 2019. 7. 2.)

3)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김

Y는 알아넌 멤버의 조언에 따라 흐트러진 외모와 조각난 내면세계를 돌보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Y는 남편이 해결해야할 일을 자신이 수습하느라 허둥대지 않고 단호히 대처했다. Y는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느꼈다. K센터에 꾸준히 나와 강의도 듣고, 폭력을 피하려고 어린 자녀 뒤에 숨어 의존했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Y는 가족들과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파티를 계획하고는 어느 때보다 밝게 웃었다. Y는 성장에 대해 묻는 연구자에게 ‘내 마음속의 하늘의 별 대로 사는 것’이라고 하였다. 연구자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하자, Y는 성장은 자신의 삶을 되찾는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 그는 변화가 안되었고 내가 변화가 되어서...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 된 것 같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힘이 훨씬 더 생겼고 지난주에는 정말 내 할 말을 해요. 그랬더니 그게 조금씩 효험이 있는 것 같고, 제가 감사하죠. 마음의 응어리를 이렇게 실타래 풀어내듯이 그걸 한번 풀어내야 하는 것 같아요. 애들은 나에게 살아갈 이유였고 나에게 방패막이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만하자. 이제 애들한테 신세 그만 지고. 내 내면의 자연의 날개대로 나는 살고 싶다. 내 마음에 있는 대로 그렇게 이제 살고싶어요. 아마 그 별은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하고 싶은 대로 내 모습 이대로. 내 인생을 생략 시켰던 것 다 찾아야지. 내가 분명히 나를 세울 거야. 근본을 세울 거야. 그 이후로부터 차츰차츰 해서 오늘 있기까지 정말 많이 일어 선 거예요.(Y와의 대화, 2019. 7. 2.)

2. 가시 돋친 삶에서 꽃을 피워낸 H의 이야기

1) 술과 폭력으로 얼룩진 가시밭길 위의 삶

파친코와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한 남편의 술주정과 가정폭력 속에 살면서도 H는 남편의 중독에 대해 잘 몰랐다. 이혼 문제가 유야무야된 후 지방에 홀로 전근한 남편의 음주 문제를 알았지만, H는 그가 중독자임을 인정할 수 없었다. 갑상선암 수술 후 퇴원한 H는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성에게 모욕을 당한 후 남들이 자신을 흉보는 것 같아 사람들을 기피했고, 수치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남편과 다투다 머리를 다친 H는 남편을 경찰에 고발했고, 그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기로 해 합의했다. 여러 핑계를 대며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퇴원한 남편은 폭력을 휘둘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남편을 편들었다. 크게 실망한 H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요구하는 H에게 남편은 뜨거운 물을 뿌리며 소란을 피워,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H는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을 증명하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입원 과정을 촬영하며 어렵게 그를 입원시켰다. 폐쇄병동 입원 중에도 주식에만 몰두하는 남편도 믿을 수 없고, 입원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났으니 남편을 개방 병동으로 옮기자는 의료진도 믿지 못해 H는 직접 중독을 공부하려고 사이버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퇴원한 남편은 K센터의 주간재활과 직업재활 교육을 힘들 어했다. H는 남편을 걱정하는 담당 직원 앞에서는 남편을 두둔했지만, 남들이 성실하게 단주한다고 남편을 칭찬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예전 행동을 들춰내거나, 자녀 앞에서 더 잔소리하며 남편에게서 받은 수치심을 되돌려주려 했다. 감정이 격해진 남편이 가출하자 H는 K센터에서 부부 상담을 받았지만, 남편이 드나들던 모텔 앞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나 남편을 혼내지 않는 신에게 하소연하였다.
  • 저도 때리고 애들도 때리고 집안 부수기도 하고 시끄러웠죠. 제일 힘든 건 주사. 밤새도록 잠이 깨도록 못 자게 하는 것. 그리고 성적으로도 계속 술을 먹으면 되지도 않는데 막 괴롭히는 것들. 술을 더 주기도 하고 타이레놀 먹여서 재우기도 하고. 술 먹고 괴롭히는 건 있었지만, 그걸 병으로 생각 안 했고. 진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혼내주려고. 이혼 판결을 받았던 거야. 가서 한번 겁 좀나 보라고. 경찰에서 하는 말이 위아래 훑어보고. ‘아줌마. 남편 고발하고 싶어요? 증거가 있어야 되는데.’ 이러는 거야. 다른 남자들이 남자들 편이더라.(H와의 대화, 2019. 6. 18.)

2) 꽃봉오리를 맺기 위한 순간들

집단 상담 후 자신의 힘으로는 남편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H는 깨달았다. 교수님의 격려에 자존감을 회복한 H는 여태껏 고수해온 자신의 대처 방식을 돌아보았다. H는 남편의 음주와 폭력에 대응책을 못 찾고, 마음속으로 무시했던 남편의 외도에 무너졌던 자신과 마주했다. H가 중독에 대해 상담과 공부를 하는 동안 남편은 단주하며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다. 또한 각자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부에게는 인내심과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갔다.
  • 교회 공동체를 떠나지 않은 건, 엄청 도움을 받았지요. 알아넌 다니면서, 집단 상담 계속 받으면서 인간에 대한 긍휼한 마음이 생겼어요. 남편의 에너지를 나쁘게 본 게 아니라 그걸 긍정적으로 바꿨어요. 내 마인드를. 그전에는 뭔가 숨기는 것 같고 죄를 지은 것 같고.(H와의 대화, 2019. 6. 18.)

3) 가시덤불 속에서 피어난 장미꽃

H는 알아넌 모임에서 경험담을 발표하고, 외부 매체와 알코올 중독 회복에 대한 인터뷰도 할 만큼 마음속에 힘이 생겨났다. H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재평가했다. 자신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자, 두려워했던 일들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H는 연구자에게 몇 년 전 미술치료 때 자신이 그린 장미의 가시가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H는 가시가 삶 속의 험난함을 의미하고, 그 가시가 돋친 것이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었다면서, 역경이 결국 자신의 영적 성장과 삶의 철학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였다고 하였다.
  • 상처는 남아있었지만. 참 그게 별로 문제가 안 된다. 나한테. 내 인생 앞으로 어떻게 살까 그것도 바쁘다. 주요 관점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가시가 있어서 한 계단한 계단 올라가서 꽃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가시가 어느덧 계단으로 바뀌더라고요.(H와의 대화, 2019. 6. 25.)

3. 차가운 시련을 견디고 삶이 움트게 된 J의 이야기

1) 북풍한설 속 어린 나무 같은 삶

실연당한 후 맞선으로 만난 그의 술주정이 걱정되었지만, 부모님의 체면 때문에 J는 그와 결혼했다. 그는 J의 결혼 패물을 몰래 팔고서 거짓말했고, 늘 욕설과 술주정을 했다. 이혼을 계획했던 J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이혼을 포기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단칸방에서의 성생활이 지옥 같고 수치스러웠던 J는 남편의 벌이가 일정치 않아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던 중, 점점 몸이 쇠약해 사직하게 되었다. 유방암에 걸린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남편에게 절망감을 느꼈지만, J는 보험사의 암 진단비로 딸의 대학 입학금을 낼 수 있게 되어 암에 걸린 것을 오히려 감사히 여겼다. 수술과 항암치료 후에도 꿋꿋이 희망 근로를 다닌 J는 중학생인 아들의 게임중독이 걱정되어 인터넷 중독 예방 상담 센터를 찾았다. 남편의 알코올 중독이 질병이라는 상담사의 말에 충격을 받고, 아들의 마음속 상처를 알게 된 J는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울면서 사과했다.
  • 그 사람 첫 반응이 ‘그래 관둬! 누가 너더러 일하라고 했어?’ 그 사람에 대해서 좌절감을 완전하게 내가 느낀 거예요. 아. 이 사람을 믿고는 못 살겠구나 정말. 그러면서 내가 많이 우울하면서 난 이게 우울함인지도 몰랐어요. 겉으로 웃고 다니는데 너무도 이 처참함을 정말 이 참담함을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늘 웃으면서(눈물).(J와의 대화, 2019. 6. 25.)

2) 온몸으로 버텨내며 겨울을 견디다

상담사의 소개로 K센터의 가족교육을 받은 J는 과도로 위협하는 남편을 신고했다.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대했고, 증거가 없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J는 매번 벌금 운운하며 자신을 타이르는 경찰을 믿을 수 없었고, 남편의 음주와 욕설은 지속되었다. J는 K센터의 젊은 사례담당자도 믿지 못했고, 알아넌에서 한 멤버가 중독자한테 감사한다고 하는 말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어느 날, 다른 가정의 경험담을 듣고 문득 자신을 돌아본 J는 남편의 병과 자녀의 상처가 보였다. 어린 시절 친정아버지의 술주정, 칼부림, 남편의 폭력장면을 떠올린 J는 친정 부모님의 모습이 현재에도 재현되는 것 같았다. 괴로웠던 마음을 자녀에게 내던져왔음을 깨달은 J에게 알아넌 멤버들은 위로를 해주었고, 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주치의가 권했던 유머를 그들은 받아주었다.
  • 저보다 먼저 나오신 분이 성장하는 모습을 나눠주시잖아요. 제가 실체적인 인물을 앞에서 보잖아요. 직접적으로 앞에서 들으니까. 제가 자꾸만 성장하고 싶고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우리 아이들이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받았으면 그런 거죠.(J와의 대화, 2019. 6. 25.)

3) 푸른 잎을 틔운 봄 나무가 되다

알아넌 멤버들과 가정폭력 전화의 정보를 나누면서 J는 새로 배운 대처 방법을 시도하고 평가했다. J는 남편을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 했고, 고통의 의미를 탐구했다. J는 남편의 문제에 몰입하지 않고, 자신의 어려움과 감정에 집중했다. “나만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는 왜 살고 있는지”라는 주제로 바뀌면서 철학적, 영적 변화가 온 J는 연구자에게 자신을 성장 중인 나무라고 하였다.
  • 탄력성이 생기는 것 같아서. 이게 제가 성장이고. 성장하는데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힘든 것. 내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그걸 찾아내는 것 그것부터 내가 시도를 하는 거예요. 배워가면서 얻은 게 가장 큰 힘인데. 새로 배우는 방법으로 해보는 것. 하루에 한 가지씩 그냥 해보는 것. 제가 지금은 그전보다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하고요.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건 정확하게 요구하고. 딱 놓을 수 있는 거는 그냥 놔 버리고.

    제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쩌면 내가 이렇게 내 내면을 자꾸 들여다보려는 노력이라든가 이런 노력, 이런 가치를 내가 그냥 못 깨달았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자신감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거죠. 내가 가진 게 많지 않아도 제가 자랑스럽거든요. 나는 마음이 멋쟁이인 사람이다. 내가 가진 것 자체로 멋쟁이인 사람.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는 나무. 변치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나무. 나무가 자라기 위해 일단 자연이 주는 비, 바람, 햇볕... 그런 것들이 가족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J와의 대화, 2019. 7. 5.)

논 의

본 연구는 가정폭력을 겪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 이야기를 3차원적 탐구 공간에서 살펴본 내러티브 탐구이다. 이들의 외상 후 성장은 외상 사건으로 좌절된 삶이 아닌 내면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회복을 넘어 성장에 이르는 과정이자 결과였다.

1. 시간의 연속성 : 파편화된 과거 외상 기억이 현재에 재구성되어 미래를 향함.

중독을 몰라서 막연히 기대하고, 남편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참여자의 과거 삶 속에는 미래의 희망도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살기 급급했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지만, 이들은 난관을 이겨낼 방법을 찾기 위해 병원과 경찰서, 학교, 상담시설, 가정폭력 신고전화를 찾았고, 알아넌 멤버들의 경험담에서 새로운 대처 방법을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외상 기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고, 그 과정에서 삶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또한 남편의 중독 행동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그의 행동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던 태도가 변화했다. 가족 간의 건강한 관계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이들은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바꿔갔는데, 이러한 변화는 외상 경험자의 외상 후 성장에서 나타나는 자기 지각, 타인과의 관계 및 인생철학의 변화로 볼 수 있다[12,13]. 배우자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자와 함께 검토하는 것은 단순한 연대기나 경험의 나열을 초월하여 도식화된 전체의 내러티브가 수립되고 발전되는 것으로 치료적 의미도 있었다. 이 과정은 외상 사건 이후 어떻게 자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었는지 내러티브적 이해를 형성하도록 하고, 변화된 자아감각을 인생 이야기로 통합하는 것이다[18]. 자서전적 추론 과정은 사건의 의미와 삶의 방향, 정체성, 자아관, 핵심 가치가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19,20].

2. 사회성 : 상호작용

1) 개인 내적 공간: 내면을 지배하는 인식과 정서의 공간

알코올 중독자의 폭력 속에서 삶의 목표와 신념, 가치체계가 혼란스러워진 참여자의 내적 공간에는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라는 질문이 지배했다. 이들은 술주정과 폭력의 스트레스를 반사적으로 회피했고, 자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남편의 중독 행동에 응해주면서 정서적 고통 속에 살았다. 폭력의 기억은 평상시에도 불안감을 일으켰고, 예고 없는 술주정과 폭력 때문에 이들은 늘 긴장 상태로 살았다. 외상 사건에 대한 인식은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감정 상태의 영향을 받고, 어떤 평가를 하는지에 따라 대처 방법이 결정되는데[13], 이들은 외상 기억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의 해결책부터 찾았다. 이들은 가족교육과 자조모임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은 후, 마음속에 터잡은 가부장제와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달았다. 그 신념들은 남편의 중독과 폭력으로 인한 법적, 금전적 문제 해결과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을 부추겼고, 이들은 수치심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외상 기억은 반추적 사고(ruminative brooding), 이미지, 감각을 통해 의미화되어 내면에 고통을 유발하지만, 참여자들은 반추 과정을 재평가하면서 외상 기억과 감정의 의미를 탐구했다. 이들에게 반추적 사고는 문제 해결책을 궁리하고 의미를 찾는 반영적 사고(reflective pondering)를 촉진하였다[13]. 감각기관으로부터 인식된 정보가 반추적 사고의 순환고리를 벗어나 반영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들은 자신들의 인지적, 정서적 유연성을 활용한 점을 언급했다. 이는 중년여성의 외상 후 성장에 적응 유연성이 강조된 것과 관련된다[21]. 반영적 사고는 실제 경험을 이용하고, 지식을 습득하며, 목표와 관련된 경험을 기억하고, 고려하며 평가하는 것으로[22], 외상 후 성장은 이들이 상황에 적절한 대처 전략을 찾아내는 과정이었음을 의미한다. 외상 후 성장 연구에서 의도적 반추와 문제 중심 대처가 강조된 반면[23,24], 참여자는 정서 중심 대처(신앙생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할 것을 찾아보는 것 등)도 실제 성장에 도움이 된 것으로 여겼다. 이는 정서적 고통 수준이 높은 경우, 종교적 대처나 정서를 다루려는 노력이 성장 동기를 촉진하고, 스트레스의 여파에서 개인을 보호하여 외상 후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20,25].

2) 개인 외적 공간: 참여자의 외부 환경

참여자의 시댁은 음주와 가정 폭력 문제의 책임을 참여자에게 돌렸고, 이혼을 막으려 위협하거나, 문제를 은폐하였다. 친정은 ‘출가외인’이라면서 이들의 고통을 방임하고, 개입을 피했다. 참여자의 사회적 공간 속에는 방관적인 이웃과 미온적인 경찰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간에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음주에 관대한 문화, 가정 폭력을 사소한 가정사로 여겨 개입을 꺼리는 관행, 가부장적 문화가 무겁게 자리했다. 이러한 개인 외부공간의 특성은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가 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지 못하는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15].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외상 기억은 개인의 내적 공간에 은폐되고, 자기 은폐(self-concealment) 상태에서는 일반적 상담 현장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기 어렵다.

3) 분리된 개인의 공간이 삶에 편입됨

외상 사건을 충분히 다루는 전문가 상담과 프로그램, 자조모임에서 참여자의 외상 기억이 안전하게 개방되자, 이들은 안도감, 동질감, 유대감을 느꼈다. 혼자 기도하는 것에서 시작해 일기 쓰기, 발표하기, 경험 이야기하기 등의 활동은 외상 기억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를 통해 정서적 고통이 일반적 정서의 수준으로 바뀐 후에는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이 촉진되면서 이들의 공간에는 삶의 새로운 기억이 자라고, 타인과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면서 외상 후 성장이 촉진되었다[26].

3. 상황 : 사회적 지지

연구참여자가 가족과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의 가족은 전통적 결혼관, 성 역할 고정 관념으로 인해 음주와 가정폭력을 용인했다. 참여자들도 가부장적 문화 속에 성장하면서 고정 관념을 가졌고, 이웃, 경찰, 사회는 음주와 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렸다. 가정폭력은 가정사로 치부되어, 국가적, 사회제도적 지원도 미미했다. 참여자의 이야기는 사회적 지지 자원이 존재하더라도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사회문화적 맥락과 지지 방식에 따라 주관적으로 지각된 사회적 지지 여부가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27]. 부모를 사별한 대학생의 외상 후 성장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가 유의하지 않았던 결과는 지각된 사회적 지지만이 외상 경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 연구를 뒷받침한다[28]. 연구참여자의 외상 후 성장에는 상담 전문가, 의료진 등 공식적 자원과 자조 모임, 종교 모임의 구성원 등 비공식적 자원이 영향을 주었다. 참여자에게 지각된 사회적 지지 자원은 이들의 반영적 사고를 촉진하고, 해결 중심 대처방법을 안내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적극적 대처가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다는 선행 연구들과도 일치된다[24,29].
본 연구는 알코올 중독자 가족에 대한 공동의존의 틀로 보았던 기존 관점과 달리 이들을 외상 경험자로 보고,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관련하여 지각된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밝히며, 성장에 이르는 데 있어 정서적 대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의 부인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성장에 이르는 경험을 모두 조명하여 관점의 폭을 넓히는 연구가 이어지는데 기여하였다.
가정폭력을 겪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삶의 이야기로 모든 배우자의 삶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본 연구의 외상 후 성장은 참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 것이기에, 도구를 통해 측정된 성장이나 타인이 지각하는 실제 성장보다는 그들의 내러티브로부터 ‘보고된 성장’을 반영한다[26]. 연구자는 내러티브의 내용에 대해 실질적 성장 여부를 밝히거나, 참여자가 자신을 호의적으로 지각할 가능성보다는 내러티브의 진솔한 의 미만 수용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가정폭력을 겪은 중독자 가족 간의 비교 연구, 외상의 유형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을 다루거나, 다양한 연구설계를 통해 상담 개입방법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중독자의 가정을 폭넓게 이해하고, 가족 구성원의 회복과 성장 과정에 적절한 중재를 제공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결 론

본 연구는 가정폭력을 겪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과 의미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고자 내러티브 탐구를 적용하였다. 이들의 외상 후 성장은 억압된 외상 기억이 안전한 환경에서 노출되고, 정서적 고통 수준이 일반 정서 수준으로 변화하였을 때 사회적 지지 속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외상 후 성장의 과정은 순환적으로 재평가되고 재구성되며, 외상 기억에 대한 회피적 대처가 문제 해결적 대처 방식으로 변화되고, 단절된 외상 기억이 삶에 통합되면서 붕괴된 신념체계가 재건되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의 외상 후 성장은 자기 변용(self-transform)의 과정으로서 그 결과는 알코올 중독이 질병임을 인정하고, 자아에 대한 성찰 수준이 변화되며, 자신과 외부 세상과의 관계에서 나아가 신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것을 아우른다[12,13].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들은 남편의 중독과 폭력으로 인해 위협적인 순간에 맞닥뜨렸지만, 이들은 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인간답게 되어가는 과정 속에 존재했다. 후속 연구들이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음주 문제와 가정폭력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의 확대를 돕는 자료로 본 연구의 결과가 이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Table 1.
Information for Women in Study
Name Y H J
Age in years 58 59 61
Duration of marriage (year) 40 36 27
Religion Christian Christian Christian
Number of children 3 3 2
Type of violence Physical violence Physical violence Physical violence
Emotional abuse Emotional abuse Emotional abuse
Sexual abuse Sexual abuse Sexual abuse
Duration of use of K center service (year) 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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