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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Psychiatr Ment Health Nurs > Volume 30(3); 2021 > Article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삶에서 대처 경험의 의미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the coping experiences of spouses of males with gambling disorders.

Methods

This study used narrative inquiry. Four spouses were recruited from Gam-Anon family groups. In-depth, semi-structured interviews with each participant were conducted from November to December 2020.

Results

The coping experiences of spouses ranged from daily stress to traumatic stress. The coping strategy was modified and developed by the perception of their husbands' gambling. Changes in participants' coping strategies were related to emotions that arose from the context of social interaction and internal emotions. The coping experiences of spouses were the process of learning a new way of recognizing the true meaning of life and finding happiness.

Conclusion

This study proposed an efficient coping strategy for families of people with gambling disorder by understanding the spouse's coping experiences. Reducing social stigma and creating a supportive environment for families of people with gambling disorders is essential, and perceived social support can be related to the spouse's adoption of effective coping strategies.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도박 장애(Gambling Disorder)는 도박에 대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도박에 심취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도박을 하면서 일상생활에 현저한 손상이나 고통이 발생하는 질환이다[1]. 우리나라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8년 실태조사 결과 5.3%로 우리나라 전체 성인인구 중 약 222만 명이 도박중독 유병자로 추정되는데, 도박을 이용하는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2~3배 높다[2]. 도박중독은 도박중독자와 가족의 재정 악화, 생산성 저하, 건강 문제, 다양한 부정적 정서 상태를 초래하고, 대인 관계의 축소와 가족 갈등의 증가, 범죄와 연루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3]. 도박중독자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고[4],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5].
도박중독자 한 사람은 최소한 6명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데[6],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7]. 도박중독자 가족 6명 중 1명은 도박 행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정신건강 및 신체 건강이 저하되었다[8].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도박행동을 통제하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며, 일부는 지지적인 형태의 대처전략을 보이지만 회피적 방식으로 대처하기도 한다[9]. 도박 중독자의 가족 중 특히 배우자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건강 상태와 삶의 질도 좋지 않았다[10]. 또한, 알코올 등 물질 사용 장애와 관련될 위험성도 높다[8]. 이들은 도박중독자가 진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더 많은 일을 해야 했으며, 기존의 생활방식과 자산을 상실한 것은 물론 자아정체성의 훼손과 부부 관계의 파탄을 겪었다[10,11]. 이에 도박중독자의 배우자는 남편의 도박중독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전략을 마련하며, 이러한 전략은 가정의 안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 원인인 도박 행동의 감소 및 중단을 목적으로 하므로 도박중독자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으로 도박 중독 치료과정에 상당히 중요하다[12].
최근까지 중독자에 대한 배우자의 대처는 병리적 특성이 강조된 공동 의존의 개념으로 설명되어왔다[13-15]. 반면 스트레스-긴장-대처-지지 모델(Stress-Strain-Coping-Support model, SSCS)은 도박중독 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이 배우자의 대처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하였다[9,16]. 그러나 SSCS 모델은 도박중독의 영향이 가족 구성원을 향해 선형적이고 일방향성을 나타낸 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17]. 도박중독자의 배우자가 적절하고 적응적인 대처 전략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은 도박중독자와 가족이 치료를 지속하고 회복 과정에 머무르도록 하는데 필수적이다[18]. 그러나 배우자의 대처 전략 중 일부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통해 도박에 대한 갈망감을 일으키거나, 도박 행동의 강화와 관련될 수 있다[19]. 도박중독의 치료에 가족이 참여하는 것은 도박중독 증상의 개선과 치료 참여율의 향상 및 치료의 중도 탈락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 하지만 실제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자 개인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가족은 치료의 보조 역할로 간주되어 왔다[17]. 또한, 도박중독이 가족 구성원에게 미친 악영향에 대한 연구와 비교하면,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대처 전략을 연구한 문헌은 소수에 불과하다[9, 12]. 도박중독자의 배우자에 대한 최근의 국내 연구는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심리적 현상만을 다루거나[13], 배우자의 경험을 변화 단계에 따라 분류하였다[14]. 또한 배우자의 비적응적, 역기능적 특성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을 발견하였으나, 이를 사회문화적 질환으로 규정하였을 뿐 공동의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15].
따라서 이들의 대처 경험을 탐구하는 것은 도박중독자 가족에게 효과적인 대처 전략을 교육하고, 적절한 간호중재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나아가 도박중독자의 증상 개선에 미치는 의미가 크다. 이에 본 연구는 도박중독자와의 삶을 살아내며 겪어온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대처 경험이 갖는 의미’에 대한 연구 퍼즐에 내러티브 탐구를 적용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도박중독자의 여성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을 연구하고자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를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내러티브 탐구는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가장 오래된 연구방법으로, Clandinin과 Connelly는 인간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는 연구방법이라고 하였다[21]. 따라서 도박중독자 배우자가 결혼하면서 겪어낸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탐구하는 것은 과거의 대처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고, 현재의 대처 경험의 의미 해석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개인의 경험을 사회 문화적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 과정이므로, Clandinin과 Connelly가 제시한 ‘시간의 연속성’,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상황과 관련된 장소’를 의미하는 3차원 탐구 공간을 접근법으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21].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C시의 단도박 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도박중독자와 5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들은 남편의 단도박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대처 경험을 충분히 언어적으로 표현하고, 인지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다.

3.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I 대학의 기관 생명윤리 위원회 승인(IRB No. 200824-1AR) 후 본 연구의 목적과 참여 방법을 단도박 가족 모임에 게시 및 공지하였으며, 자발적 참여에 동의한 도박중독자의 여성 배우자 4명이 모집되었다(Table 1). 연구자는 참여자에게 연구참여의 시작 및 도중에도 참여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고, 불이익 또한 없음을 설명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가 원하면 심리 상담을 지원할 수 있음을 알렸으며, 면담 후에는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하였다. 연구결과로 인한 개인 정보 노출을 피하고자 연구자는 인터뷰 내용의 녹음 및 녹화자료로부터 개인 식별 정보를 모두 제거한 후 비밀번호로 이중 잠금 처리되는 PC에 보관하였다. 연구자 간 문서 전달 시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연구자는 연구 종료 후 자료가 즉시 파기되는 점을 참여자에게 알리고, 연구자와 함께 서면 동의서를 읽고 작성하였다.

4. 연구자 준비

연구자 1인은 도박중독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개인 상담 및 집단상담을 진행하였다. 또한 질적연구방법론을 수강하였고, 도박중독자를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다른 연구자 1인은 2011년부터 알코올 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을 진행하였고, 질적연구 캠프 등의 참여와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를 수행하였다.

5. 내러티브 탐구 절차

1) 현장에 존재하기(Being in the field)

연구자는 도박중독자 부인의 살아있는 대처 경험을 존중하며,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된 대처 경험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배우자의 관계적 과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자는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의 연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이 진술한 경험담을 듣고, 관찰하며, 배우자가 자전적 내용을 작성하였던 원고를 읽으면서 현장에 존재하였다.

2) 현장 텍스트로의 이동(From field to field text)

연구자는 참여자의 대처 경험을 집중하여 경청하였고, 이들의 몸짓이나 표정, 시선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는 현장 노트에 낱낱이 기록하였다. 연구자는 2020년 11월 30일부터 2020년 12월 18일까지 참여자 한 명당 3회기의 일대일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1회당 면담 시간은 60~90분이었다. 참여자의 편의성을 위해 면담 장소를 C 센터 상담실로 지정하였으나, 비대면 상담을 요청한 참여자에게는 동의를 구한 후 ZOOM을 통한 화상회의를 이용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에게 E-Mail 주소를 알려주고, SNS (Social Network Service)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차 면담은 미리 준비한 인터뷰 가이드에 따라 참여자의 대처 경험에 영향을 주었던 삶의 사건들로 반구조적 인터뷰로 진행하였다. 이차 면담은 대처 경험의 의미에 대한 참여자의 관점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인터뷰하였고, 마지막 면담에서는 누락된 내용을 보충하고, 개인의 삶과 환경에 대한 사회적 영향 등으로 확장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였다.

3) 현장 텍스트 구성(Composing field text)

연구자는 녹음 및 녹화된 인터뷰 자료를 바로 필사하고 그 내용을 전체적으로 읽었다. 또한 참여자의 목소리를 반복해 듣고, 연구자가 메모한 내용과 참여자가 작성했던 자전적 이야기에 대한 원고를 통해 인터뷰 내용을 전체적인 이야기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4) 현장 텍스트에서 연구 텍스트로(From field text to research text)

연구자는 참여자의 시공간적, 개인 내외적, 사회적 측면을 확인하면서 각각의 이야기를 의미별로 분류하였다. 또한 경험을 시기별로 분석하고 주제별로 분류하여 의미 단위를 추출하고, 관련된 텍스트와 유사점을 묶어서 소주제를 추출하였다.

5) 연구 텍스트 구성(Composing research text)

연구자는 작성한 텍스트를 참여자에게 제공하였고, 참여자의 검토와 함께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참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도박중독과 질적연구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연구의 타당성 및 정당성을 취하도록 하였다.

6. 연구의 엄격성 확보

본 연구 분석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Guba와 Lincoln [22]가 제시한 기준을 준수하였다. 질적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자는 도박중독 치료 현장에서 도박중독자와 가족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을 5년 이상 진행하면서 연구자의 렌즈를 설정해왔다. 또한 도박중독자의 배우자가 겪은 삶의 경험에 대한 국내외 문헌을 찾아 비교하면서 공동 연구자와 토론하고, 원자료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연구자는 참여자로부터 전달받은 자전적 글에서도 주제와 관련된 내러티브를 찾으며,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였다. 두 번째로, 연구참여자의 렌즈를 활용하여 그들의 실제 삶이 연구자료에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참여자에게 연구 노트와 분석 결과를 보여준 뒤, 참여자의 경험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독자의 가족 경험을 탐구하고, 질적연구를 해온 외부 전문가에게 분석 노트를 보여주고, 단계별 수정 사항으로 제시한 의견을 반영하는 삼각 검증(triangulation)을 통해 질적연구의 타당성 제고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결과

1. 참여자들의 이야기

연구자는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대처 경험을 Clandinin과 Connelly의 3차원적 탐구 공간에서 연대기 순으로 재구성하였다[21].

1) A의 이야기

(1) 언젠가 해결될 거라고 믿으며 참음

A의 친정엄마는 아들 위주로 공부를 시켰고, 딸에게는 가족을 위한 인내와 헌신을 요구했다. 그런 집이 답답해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으로 결혼을 결정했던 A는 현모양처가 꿈이었지만, 남편은 주사를 부리고 도박도 했다. 남편의 도박 빚을 처음 알았을 때, A는 도박 빚을 갚아주고 위로해 주면 남편이 도박을 안 할 줄 알았다. 남편과 도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돈을 잃으면 술을 마시고 물건을 던지며 위협해 대화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도박 빚을 매번 갚아줬고, A에게는 입단속을 시키면서 ‘나이가 들면 안 한다’라며 참고 살라고 했다.
  • 항상 제가 참는 역할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댁에 와서도 어머니가 항상 니가 참아야지 된다, 뭐, 걔가 화내고 나가면 니 마음만 더 쓰인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저에게 참는 것을 되게 강요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생각하면은 좀 신혼 때라도 안 맞는 게 있으면 서로 부딪히면서 조율하는 그런 과정을 겪었어야 됐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냥 어머니 말만 그냥 듣는 게 내가 그냥 잘 사는 건 줄 알았어요.(2020. 12. 17)

(2)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하며 빚을 대신 갚아 줌

A는 남편의 도박 문제를 고치려고 단도박 가족 모임을 찾았지만, 도박중독이 불치병이라는 말에 절망하였다. 가족 모임에서 도박 빚을 갚아주지 말라고 했지만, A는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를 줄여서 빚을 갚아주었다. 남편의 강압에 못 이긴 A는 시댁에 대리 효도를 하면서 돈을 받아왔고, A가 싫다고 거절하면 남편은 A를 위협했다.
  • 저희가 3층 건물이 있었는데, 3층 건물을 팔았어요. 팔고서 빚을 갚고. 이사 가기 전에 불쑥 자기가 (도박 빚) 그런 일이 있었는데, 말을 안 한 거잖아요. 대출받고 일부를 갚고, 내가 어머니한테 가서 돈을 더 얻어오기를 바랐는데. 그런 거를 안 하니까 거실문 같은 것도 부수고. 애들은 고모 집에 맡겨 놓고 나갔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 들어왔어요. 빚 문제가 터지면 어머니가 일정 부분을 내주면 내 몫이 되잖아요. 그럼 자기는 거기서 손을 딱 떼는 거예요. 월급은 통장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나가는 돈이 많으니까 생활하긴 더 힘들어지잖아요.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데 그런 걸 안 했어요. 항상 힘들게 사는 것은 내 몫이었던 거지요. 그냥 참는 게 그냥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고요.(2020. 11. 30)

(3) 가출하고 이혼하겠다고 위협함

A는 자신의 삶이 원망스럽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으며, 남편의 숨소리조차 싫어 집을 나와 이혼을 생각했다. 직장을 구하는 문제와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생각, 결혼에 대한 책임감으로 고민하던 A는 전심전력으로 해보고 안될 때 이혼해야 자녀들 앞에서 떳떳할 거라는 생각에 이혼을 포기했다. A는 자녀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족모임과는 소원해졌고, 남편의 재발은 반복되었다. A는 남편의 도박 문제를 참고 참았지만, 자궁암 수술을 받고는 더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그는 도박을 끊겠다며 다시 단도박 모임에 나갔다.
  • (가출했다가) 애들 때문에 돌아왔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근데 세월이 지나고서 지금 생각해보면, 애들을 데리고 내가 혼자서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만약에 전문직이나 뭐나 막 그랬으면 애들 데리고 딱 이혼했을 것 같은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때는 애들 때문에 돌아왔다고 얘기를 했었죠. 애들이 제일 걱정이 됐었으니까 나가 있어도 항상 애들한테 전화를 하고 뭐 어떻게 있냐 이렇게 했었으니까 그때 당시에는 애들 때매 돌아온 게 내가 100%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혼자 애들 데리고 살 자신이 없어서.

(4) 도박중독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각종 모임에 참석함

A는 더는 시부모님 뜻이 아닌 자기 뜻에 따라 교회에 나갔고, 절실한 마음으로 가족 모임에 매달렸다. 또한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담과 프로그램에도 참석했다. 남편의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받아들이자 A는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A가 시댁 가족들에게 남편의 병을 설명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A를 남편과 똑같이 취급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여태까지 했던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좀 더 적극성을 띤 거였죠. 여러 모임이 있다가 보니까 잔치도 많고, 모임도 자유롭게 더 갈 수가 있고, 여러 환경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2020. 12. 07)

(5) 남편을 바꾸려는 노력 대신 자신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을 찾음

A는 단도박 가족 모임에서 배운 대로 도박 빚을 남편이 책임지게 했고, 남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인상을 찡그리는 대신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했고, 남편을 향한 비난 대신 함께 즐겁게 지내기 위한 여행을 계획했다. 단도박 가족 모임에 꾸준히 오랫동안 참여하면서 A는 자신이 유연하면서도 견고해지며, 고통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A의 변화를 느낀 남편도 진심으로 모임에 참석하며 단도박을 시작하였고, A에게 그동안 고생을 많이 시켰다며 사과했다. A는 모처럼의 가족여행에서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하는 행복을 느꼈다.
  • 남편을 바꾸기는 너무 어렵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제일 쉬운 방법이 나를 바꾸는 방법인데 그것도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남을 바꾸는 것보다는 내가 좀 변하는 게 책에서도 말하는 답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통이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걸림돌이나 상처로 남아 있겠지만. 지금은 고통을 통해서 내가 더 단단해지고, 도박 문제만 아니라 다른 문제를 보는데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도박중독자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내가 예전의 생활패턴 중에서 고쳐야 할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요. 내 앞으로 빚을 안 늘렸고요. 생활하고 교육하고 양육하는 거를 우선으로 하고, 예전하고 생활패턴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래도 내가 가야 할 길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계속 내 삶은 그래도 이어지니까.(2020. 12. 17)

2) B의 이야기

(1) 남편을 감시하며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줌

엄마의 강한 모습을 보며 모범생으로 성장한 B는 연애 때부터 거짓말로 돈을 빌렸던 남편의 도박 문제를 짐작도 하지 못했다. 남편의 늦은 귀가, 신용카드 연체와 생활비 부족으로 시댁 식구들 모르게 싸우곤 했지만,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의 도박 빚을 알고 난 후, B는 남편의 도박이 단순한 오락 수준이 아니라 도박중독이라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의 답답함이 사라지고, 고치면 되겠다 싶었던 B는 대환대출을 받아 도박 빚을 갚고, 남편에게 병원 치료를 받게 했지만, 그는 다시 도박했다. B는 남편의 핸드폰과 통장 거래내역, 신용카드를 관리하며 남편의 도박 여부를 감시하고 다른 상담 기관도 찾았으나 그는 도박을 지속하였다. B는 인터넷에서 단도박 모임을 찾았는데, 멤버들이 전문가가 아닌 중독자라서 미덥지 않았다. 남편 역시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며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단도박 모임의 멤버가 소개한 의사의 상담을 받았다. 남편이 재발할 때마다 B는 아이들과 최고급 식당도 가고 드라이브를 하며 속상한 마음을 달랬지만, 집에 오면 우울했다. B는 퇴근길이 짧으면 도박을 안 할까 싶어 남편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고, 휴일에 출근하는 남편을 회사 앞 커피숍에서 지켜봤다. 남편은 몰래 도박을 했고, 그의 언행은 점점 거칠어졌다.
  • 저도 빚을 해결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이자를 작은 데로 갈아타고, 이게 해결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야 도박을 멈출 것인가 보단 이 사람이 저지른 상황을 어떻게 내가 빨리 해결을 해야 하나 이게 더 급급했던 거죠. 근데 그게 오히려 더 키워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처음에는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어떻게든 치료해야지. 저는 마음의 끈을 계속 놓지 않고 있었어요. 언젠간 치료가 될 거다. 이게 병이라면 반드시 치료될 거다.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절대 못 해 이런 절망적인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은데(2020. 12. 09)

(2) 남편이 바닥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외국으로 떠남

남편은 B에게 폭력을 가했는데 그 모습을 어린 딸이 보게 되었다. 같이 살면서 빚을 대신 갚아주면 남편은 바닥을 경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B는 1년 반 정도 남편을 떠나 아이들과 외국에 나가 살았다. 그동안 남편은 월세 보증금도 날리고, 사채를 얻어 도박하더니 B에게 집요하게 돈을 요구했다. 사채업자의 채무 압박에 시달린 남편은 단도박 모임에 나가며 개인회생 절차도 밟았지만, 대출받은 돈으로 다시 도박했다. 출장 간다고 거짓말을 하며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찾아다닌 B는 경마장 근처에서 초라한 행색을 한 남편을 만나 집으로 데려왔다. 남편이 돌아오자 사채업자들은 아이들만 있는 집에 찾아왔고, B는 경찰서에 신고했다. B는 막막한 현실에 눈물이 났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제가 맞은 것보다도 저희 애가 받았을 충격 때문에 아이 상태로는 안되겠구나 싶었던거에요. 그래서... 이 선생님이 말하는 바닥이 도대체 어떤 이게 바닥이 아니고 더 밑바닥일 수도 있는데 이거를 우리 애한테는 겪게 할 수 없어. 이 생각에 제가 고민하다가 애들을 데리고 외국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애들하고 내가 있는 한은 내가 애들을 보호하려고 계속 빚을 갚아주는 상황이 생기면 이 사람이 결코 바닥을 겪을 수 없겠구나.. 내가 없어져야 내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져야 이 사람이 혼자서 바닥을 겪겠구나 이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 데리고 외국으로 나갔어요. 뉴질랜드로 나갔어요.(2020. 12. 09)

(3) 남편과 감정적으로 분리되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고 직업을 가짐

B는 자신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남편에게 매달리지 않고 심리적으로 분리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보육 교사, 사회복지사, 건강가정사, 논술지도사까지 여러 자격증을 땄다. 친정 식구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리지 않고 버텼지만, 결국 상황을 알게 된 친정 식구들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남편의 도박중독이 질병이라는 말이 이해는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은 B를 괴롭혔다. 도박하지 않아도 재발할까 불안했고, 결국 재발하면 오히려 안심되었다.
  • 이 사람하고 분리하지 않고, 감정 분리를 하지 않으면 이 사람의 행동에 의해 제가 많이 휘둘리거든요.(2020. 12. 09)

  •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귀국하자마자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어요. 자격증 따고 직장도 계속 다니고.(2020. 12. 09)

(4) 단도박 가족모임에서 정서적 지지를 추구함

가족 모임 멤버들은 B를 격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다. B는 아이들을 지키려면 고통을 견뎌야 하고, 남편의 도박으로 자신이 죽을 일이 아니며, 도박 증거를 찾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도박 가족 모임의 가족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B에게 위로가 되었다. B는 취직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7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 남편이 회복에 대해 노력을 하지 않고, 가정에 무책임한데 함께 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B는 단도박 가족 모임에 나가 멤버들이 구도자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깊이 탐구해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마음속에 남편에 대한 사랑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깨닫고, 이혼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남편으로 인해 화가 난 일을 모임에서 나누면서 남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 제가 느낀 게 아 모임 가야 되겠다. 어떻게든 모임을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이렇게 하지 않고선 이 사람이랑 살아갈 수가 없구나. (코로나 때문에) 제가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는데 모임을 하고 있으면 신기하게 제가 마음이 좀 가라앉아요 저도. 이게 그 상황이 멀리서 바라봐야지 내가 그 상황으로 뛰어 들어가서 같이 이렇게 싸우게 되는 상황까진 안 가게 되더라구요. 그냥 아 너는 그렇구나 넌 그런 사람. 너는 그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사림이고 넌 그건 너의 생활이고 나는 내 생활을 잘 하면 되지, 이렇게까지 정리가 돼요. 그래서 모임을 다니면 정리가 되고, 근데 제가 정리를 하면 신기하게 이 사람이 또 안가요.(2020. 12. 18)

(5) 남편이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도록 물어보지 않음

B는 그동안 남편이 도박을 했는지 자주 묻고 얼마나 빚을 졌는지, 이자가 얼마인지 물어서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해결해 주려고 했지만 가족모임에서 배운 대로 남편의 도박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 제가 먼저 이 사람한테 “도박을 했어, 안 했어?” 이렇게 뭐, 묻는다든지, 그런 행동은 안 했어요... (중략) 안 물으면 마지막에는 오히려 이 사람이 저한테 얘기하고 싶어해요. 왜냐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짐을 나한테 토스해야 하는데 제가 받으려고 하질 않기 때문에. 근데 저는 자꾸 피했어요. 밥도 차려주고 빨래를 한다거나, 이런 거는 똑같이 대했는데 도박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돈이 얼마라든지 뭐, 어떻게 해결을 해라 이런 거는 저한테 일절 얘기하지 말라고 제가 선을 그었죠.(2020. 12. 18)

(6) 남편이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고 단도박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함

B는 도박 중독자 남편을 바꾸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남편은 단도박 모임에 성실히 참여했고, 단도박 잔치 때 B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남편은 몇 년 만에 직장에 취직했고, 작지만 생활비도 주며 스스로 도박 빚을 갚아 나가고 있다. B는 남편의 새로운 취미생활과 단도박 모임 활동을 지원했고, 지금은 도박 문제만이 아니라 생활의 여러 문제에서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 도박한 거는 괜찮아. 또 할 수 있어. 금액이 얼만지 전혀 나한테 얘기할 필요 없고, 단도박 모임에만 계속 나가면 돼! 이렇게 얘기했어요... (중략) 정말 마지막에 내가 모임에 나오고 나서 “얘가 진짜로 나를 안 도와줄 것 같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을 때 그때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저한테 사과를 했던 것 같아요... (중략) 어떤 여사님이 그냥 죽을 때까지 모임 뒷바라지하면서 그렇게 살라고 그러더라구요. 저희 집이 일산인데, 박 선생님이, 인천에서 모임을 하거든요? 그러면 번개모임을 하겠다, 그러면, 저는 정말 그 단 도박 모임에서 뭘 하겠다고 그러면 적극적으로 그냥 뭐든지 다 좋아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번개모임에서 술 마시러 간다 그러면 제가 정말 같이 운전해서 가가지고 여사님들 아무도 없고 선생님들만 계시면 그 사람만 내려놓고 다시 일산으로 돌아갔다가 그랬다가 어, 술 다 마셨어, 끝났어, 그러면 다시 인천으로 데리러 픽업하러 가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어요. 그냥 갑자기 번개모임으로 술 마시러 가면... (2020. 12. 09)

3) C의 이야기

(1) 남편 탓을 하며 무시하며 말을 하지 않음

아들 위주의 가정에서 자란 C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구들도 다 결혼해서 외로움을 느꼈다.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기대했던 C는 주말부부지만 가정에 충실한 남편에게 만족했다. 그러나 남편이 슬롯머신에 빠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갔다. 그는 슬롯머신을 하느라 해외 출장 중 비행기를 놓칠 뻔하거나, 출장비를 탕진하기도 하였다. 남편은 퇴직금으로 장사를 시작했는데, 손님이 없으면 문을 닫고 도박을 하러 갔다. 매년 업종을 바꾸며 대출을 받아 도박 빚을 갚았지만, 결국 집을 팔아 전셋집으로 이사하였다. 남편과 싸움이 싫었던 C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남편을 속으로 미워하고 경멸했다. 남편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C에게 직장 대출을 받아오라 했고, 그것을 거절하자 다른 이유로 C에게 화를 냈다. 도박하면서 남편의 성격은 난폭해졌고, 경제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C는 우울한 마음이 커졌다. C는 갑작스럽게 눈물이 흘렀고, 운전하다가 자살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다. C는 불안해서 잠도 못 자고, 남편의 도박 현장을 찾아갔다. C의 성격은 조급해지고 강박적으로 변해갔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해 도움도 받지 못했다.
  • 모든 게 다 이 사람 잘못인 거예요. 경제적인 손실도, 무능력함도, 나를 이런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것도, 그걸 구렁텅이라고 생각을 한 거죠. 왜냐면 내가 누려야 될 행복이 있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거를 네가 다 가져갔어.(2020. 12. 02)

  • 싸움을 안 하기 위해서는 제가 잘해야 하는 거예요. 덜 싸워야 하니까. 남편이 싫어하는 말은 안 해야 하고. 찡그린다든지, 말을 안 한다든지. 마음속으로 정말 저 사람이 그냥 차를 박아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고요.(2020. 12. 17)

(2) 남편이 단도박을 하길 바라면서 단도박 가족 모임에 매달림

C는 단도박 가족 모임에 나갔지만, 남편이 단도박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멤버들의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C는 남편에게 많이 의지해온 자신이 불쌍했고 한이 올라왔지만, 이혼은 하고 싶지 않아 단도박 가족 모임에 열심히 참석했다. 남편은 C가 모임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C는 모임에서 하지말라는 것을 지키면서 남편이 바뀌기를 소망했다. C는 무조건 모임에 많이 참석했고, 모임 잔치에서 위로를 받았다. 모임에 가서 남편 험담만 하던 C는 멤버들과 어울리고, 경험담을 경청하던 어느 순간 마음이 열리면서 단도박은 남편에게 맡겨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단도박 모임에 나오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던 C는 어느 날 남편이 몰래 도박한 것을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이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도박을 그만두었지만, C는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였다.
  • 단도박을 하는 데 급급했거든요. 단도박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3~4년을 모임도 다니기도 했지만, 다시 재발했으니까. 저조차도 마음이 그렇게 평안하지는 않았어요.(2020. 12. 08)

  • 모임에서 저를 보라는 게 뭔 말인지를 몰랐어요. 인정이라는 게 뭔 말인지 몰랐고. 열심히 사는 건데 뭘 인정을 해 이러면서.(2020. 12. 17)

(3) 단도박을 시작한 남편을 칭찬하고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나감

C는 어느 날 단도박 가족 모임에서 ‘남편의 도박 문제를 자신에게 일어나는 여러 일 중 하나일 뿐이니 담담하게 관조한다.’는 한 멤버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C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남편과의 대화 방법을 고민했다. C는 단도박을 시작한 남편의 변화를 칭찬하고, 남편을 경멸하던 자신의 태도를 바꿨다. C는 내면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며 상상 속 행복이 아닌 현실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 도박이 아닌 다른 행동의 긍정적인 면을 제가 얘기해 주는 거죠. 안 하고 있으면, 그 사람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야지. (고통은) 저를 성숙하게 했다는 거죠. 나는 어쩌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것만 해도 행복해. 내가 상상했던 그런 행복은 없을지라도, ‘이게 행복한거야.’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버틸 힘을 키우면서 웃는 거지요.(2020. 12. 17)

4) D의 이야기

(1) 남편 문제가 내 탓이라고 생각함

혼전 임신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D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길 기대했던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IMF 금융위기 후 실직한 남편은 아파트 담보 대출과 사채로 주식투자와 섰다(화투를 이용한 도박 중 하나)를 했다. 남편은 돈을 많이 잃자 술에 취해 물건을 부수고, 욕을 하며 가족을 협박했다. 남편의 도박 빚이 커져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자 시부모님은 오히려 D를 탓했고, 남편이 우울증 치료를 한다고 찾은 정신병원 의사조차 남편 편만 들어 속이 상했다.
  • 시부모님은 다 제 탓이라고 그랬어요. 다 네가 잘못해서 그래... 다 네 탓이야 그래가지고 정말 듣다 보니까 어떤 때는 다 제 탓인 거 같더라고요. 그래? 내 탓이야? 그럼 나만 없어지면 되겠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근데 제가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울증이 있었더라고요.

(2) 사람들을 피하고 종교를 의지함

남편은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지는 일이 잦았고, 이웃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D는 창피해서 동네 사람들 만나는 것을 피했다. 자꾸 돈 빌려 달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피하고 자신도 누군가와 만나면 돈을 써야 했기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교회가 가는 시간이 많아지자 시부모님은 D를 비난하며 교회를 불지르겠다고 협박하였다. 교회 기도모임에서 자신의 상황을 나누자 사람들이 자신의 편이 되어주어 위로를 받았다. D는 하나님을 안 믿었으면 집에서 가출하고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 맨 처음에는 신, 하나님이었죠. 하나님 안 믿었으면 제가 못했죠 부모님한테도 시부모님한테도. 내가 교회 다닌다고 되게 핍박을 하셨거든요? 네가 신랑 안 보고 교회만 다녀서 그래 라고. 아버님은 내가 교회 가서 불 싸지르고올 거야 막 그랬거든요. 제가 그 당시에 맡은 곳도 한 맡다보면은 여러 가지 일을 맡게 돼요. 서너 가지를 계속 맡게 되다 보니까 힘들어도 다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근데 그런 거를 부모님은 마땅치 않게 여겨 가지고. 또 주변에, 친척 중에 누가 안 좋은 예를 보인 사람이 있나 봐요. 다 그런건 아닌데. 그리고 또 저를 그 동안 봐왔으면 알 텐데 그런건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아들만 보이는 거에요. 그분들 눈에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이제 했는데 교회에 제가... 정말 교회 안 다니고 하나님 안 믿었으면 내가 이 집을 뛰쳐나갔을 거라고. 못살았을 거라고. 죽었을 거 같다고 내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이제 하나님 저를 붙들어주고 또 이렇게 기도해주는 분들이 저를 붙들어 줬고요.

(3) 남편을 병원에 강제 입원시킴

D는 남편의 술과 도박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강원랜드에 가서 영구 출입제한 각서를 쓰고 성 안드레아 병원에 3개월 동안 무료로 입원시켜주는 기회를 선택하였다. 병원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으며 남편의 음주와 도박이 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시부모님은 일시적인 거라며 병원비를 아까워했다. D는 병원 상담사의 소개로 간 Al-Anon 가족 모임에서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D가 빚을 갚아주지 않자 남편은 D가 병원과 내통한다며 비난했다. 시부모님은 남편의 도박 빚을 갚아주며 D에게 이혼을 강요했다. 막무가내로 퇴원한 남편은 현금서비스 받기, 신용카드 돌려 막기, 카드깡(신용카드를 사용해 불법으로 현금을 만들어 유통하는 행위),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주는 돈으로 경마를 했고, 강원랜드에 가서 차를 저당 잡힌 채 도박을 하였다. 자녀들도 남편과 따로 살자고 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었던 D는 남편에게 입원이나 이혼 중 선택하라고 화를 냈다. 친정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의처증을 견디며 살아온 엄마를 보며 자랐던 D는 남편과 한배를 탔으니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남편이... 카지노에 갔었잖아요. 근데 거기에서 또 아이러니하게 거기에서 치료 예방센터가 있어요. 강원랜드 센터가 있어요. 거기 서울에 갔어요. 갔더니 영구 출입 제한 각서를 쓰고 제가 남편한테 그랬죠. 거기 아니면 이혼하던가 거기 가던가. 제가 그런 마음으로 이제 했죠. 그랬더니 거기 가겠대요. 그래서 영구 출입제한 각서를 쓰고 거기에서 3개월을 성 안드레아 병원에 보내줘요. 근데 중도에 나오면 입원비 없어요.

  • 그때는 이제 아이들도 어리니까 입원시키는 것도 힘들었어요. 동의를 해야 되는데 아버님을 꼭 꼈어야 해요. 한 사람 더 동의를 해야 되는데 아이들은 만 20세 미만이라 안 되고 그러니까 아버님이 이제 해주다가 아버님이 하려면은 힘든 거에요. 아버님이 저한테 어느 날은 아들을 또 입원을 시켰는데 퇴원 안 시킨다고. 아들이 장문의 편지를 쓴 거에요. 여기서 죽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또 얼마나 또 겁나겠어요 부모님은. 그니까 저보고 퇴원시키라고 그랬어요.

(4) 남편의 음주와 도박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림

남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도박하기 위해 아이들의 용돈도 가져갔다. 그는 D의 직장에 와서 난동을 부리며 돈을 요구했다. D는 인터넷으로 도박중독 치료기관과 단도박 가족 모임을 찾았다. 도박 빚 해결이 시급하다 보니 모임에 참석해도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D는 상담이나 가족 모임에서 늘 남편의 음주와 도박 행동을 고발하며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남편을 단주 모임과 단도박 모임에 가도록 했지만, 남편은 몇 번 가다가 말고 다시 재발했다. D는 계속 상담을 받고, 중독과 관련된 책자와 단도박 회지를 읽으며, 도박중독이 질병임을 받아들였다.
  • 처음에는 제 얘기만 쏟아냈어요. ‘저 이래서 힘들어요. 이래서 속상했어요.’하고 하소연을 무지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른 말도 할 줄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냥 모임에서도 어디에서도 저 힘든 것만 계속 얘기했던 것 같아요. 정말 암흑 같은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쏟아내고 그래서 그런지 점점 더 훨씬 조금씩 조금씩 다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2020. 12. 18)

(5) 남편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함

늘 남편을 데리고 단도박 모임에 참석했던 D는 상담이 끝나고 돌아가던 어느 날 문득, 남편의 삶과 뒤엉켜진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이후 D는 남편과 상관없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단주 모임과 단도박 가족 모임에 다니기로 했다. D는 관련 기관에 등록하여 상담도 받고, 기관에서 주최하는 소풍이나 송년회에서 참석했다. 또한, 가족 교육에서 배운 의사소통 방법으로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다. 회복자의 경험을 관심 있게 듣던 남편은 D가 계획한 가족 여행에 함께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은 돈만 있으면 도박을 했고, 술도 재발하여 입원했다. D는 남편 문제를 자신의 삶에서 분리하며 초연해지려 애썼다. 그러자 남편은 퇴원 후 단주하였고, 단도박도 하면서 스스로 취직을 하더니 최근에는 집안일도 거들고 있다.
  • 처음에는 (모임에) 같이 다녀야 해. 그렇게 해서 이 사람 억지로 좀 다니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다니든 안 다니든 저는 저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저의 삶을 위해서 다니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관점이 어느 순간 바뀌더라고요. 남편만 바라보던 관점에서 남편 빼놓고 ‘남편이 안 다녀도 나는 날 위해서 다니는 거야.’라고 생각을 하고, 나의 행복을 위해서 하다 보니까. 영적으로라든가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지고, 이제 알겠더라고요.(2020. 12. 18)

2. 내러티브 분석 결과

본 연구에서는 도박중독자의 여성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이 지닌 의미를 Clandinin과 Connelly의 3차원 탐구 공간의 틀로 분석하였다[21].

1) 시간의 연속성

참여자의 대처 경험은 ‘남편의 도박 행동을 알기 전’, ‘남편의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기 전’ 그리고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수용한 후’의 세 단계로 변화하였다. 남편의 도박 문제를 몰랐던 참여자들은 남편을‘과도한 오락과 승부에 집착해 나쁜 습관과 행동을 하는 무책임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도박중독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참여자들은 인내와 희생을 통해 남편의 변화를 바라는 비현실적 낙관주의의 입장에서 도박 빚을 대신 갚고, 생계를 꾸렸다. 경제적 어려움, 시부모와 빚쟁이들의 비난이 삶을 위협하자 자신의 힘으로 상황이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 참여자는 무기력한 자신을 탓하고 체념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남편의 도박 행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즉, 남편의 도박 빚과 도박 행동을 찾아내고 감시하며 통제(도박 현장이나 돈에 대한 접근 차단)하거나, 남편의 문제를 대신 책임지고 해결했다. 그러나 도박이 재발하면 부부싸움을 하였고, 관계 단절로 협박을 하거나 이혼을 요구하였다. 남편의 도박 문제를 타인에게 은폐하며 대인관계를 단절하였던 참여자들은 치료기관을 통해 자신의 기대가 신속히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기관을 찾기도 했다. 또한, 생계와 자녀 양육에 치우쳐 자조 모임에는 간헐적으로 참여했다. 무력감과 절망은 배우자의 폭식, 불면증, 자살 사고로 이어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한 후 절망 상태에 이른 참여자들은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단도박 가족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험담을 나누면서 도박중독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자, 이들은 도박중독에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심리적 거리 유지하기, 중독자 대신 도박 빚 갚지 않기, 의사소통 방법 바꾸기를 시도했다. 이들은 가족들과 여가활동이나 여행 등 외부 활동도 하고, 자신의 삶을 가꾸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하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박중독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면서 대처 경험도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2) 사회성(상호작용)

(1) 개인 내적 공간(인식과 정서의 상호작용)

원가족이 요구했던 착한 아이의 이미지를 내면화한 참여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스트레스를 억압하고, 도박중독자의 가족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민거리를 타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남편을 자신의 힘으로 고치려는 노력은 좌절되었고, 남편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남편을 향한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도박이 재발하면 남편뿐 아니라 치료기관이나 가족 모임에 실망하여 우울하거나 분노를 느꼈고, 자신에 대한 무가치와 수치심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무력하게 보낸 참여자도 있었다. 이혼하고 싶어도 혼자 자녀를 양육할 자신이 없고, 자녀에게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참여자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책임과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감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남편의 변화를 간절히 원했던 참여자가 찾은 단도박 가족모임과 치료기관에서의 상담 경험은 도박중독에 대한 관점을 바꿨고, 남편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하였으며,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정화하였다.

(2) 개인 외적 공간(개인과 대상의 상호작용)

참여자는 시댁의 비난, 이웃의 차가운 시선과 빚쟁이의 독촉을 감당해야 했다. 이들은 남편에 대한 원망을 자녀에게 풀기도 하였고, 자녀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남편 도박 문제를 털어놓은 후 친정 식구나 교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참여자들은 병원이나 상담 기관의 전문가로부터 도박중독자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단도박 가족 모임의 멤버들로부터 도박중독자와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처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언행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3) 사회적 상황과 대처

참여자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에 대해 연대책임을 가질 뿐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낙인 또한 함께 부여되었다. 중독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환경 속에서 참여자와 가족은 도박중독에 대한 병식과 치료 서비스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관련 치료기관 또한 부족하여 도움 요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관습에 좌절하여 결혼생활을 힘들게 유지했다.

논 의

도박중독자의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의 의미를 통해 본 연구가 끌어낸 중요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의 대처 경험은 남편의 도박중독과 관련된 외상적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여러 대처 방식의 결과로 나타났다. 도박중독은 중장기적으로 배우자의 신체적 ․ 정신적 건강과 경제적 ․ 직업적 ․ 사회적 문제가 포함된 다양한 어려움을 유발하였다. 특히, 재정 파탄과 가정 폭력, 사채업자의 위협 등은 일상적 스트레스 차원을 넘어 주의가 필요한 외상적 스트레스 특징을 보였다[3,4,7,13]. 도박 문제와 파트너 폭력에 관한 연구에서는 도박 행동과 폭력 행동의 발생은 어떤 행동이 선행되는지의 시간적 관계와 상관없이 한 행동이 다른 행동을 악화시킨다. 즉, 도박은 폭력을, 폭력은 도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4]. 참여자들은 남편의 폭언, 정서적 학대, 경제적 위협과 신체적 폭력 등에 노출된 후, 남편이 도박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불안, 불면 등의 과각성 상태를 경험했다. 또한,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와 고통스러운 생각이 반복되었는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참여자는 폭식하는 섭식 장애의 양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비적응적, 역기능적인 대처를 공동 의존으로 간과하기보다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대처 반응의 한 형태인지 포함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참여자의 대처 경험과 관련된 전략은 도박중독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수정되고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Côté 등(2020)의 연구에서 남편에게 도박의 부정적 결과를 상기시키거나, 도박 중지를 요청하고 설득하는 것, 남편의 금전 접근을 통제하는 대처 전략은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하였다. 또한, 단 도박을 하지 않으면 이별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일시적으로 남편과의 관계를 끊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하였다. 배우자가 남편의 최근 도박 행동을 추적하고, 도박에서 딴 돈을 소비하거나 같이 즐겼을 때 도박에 대한 갈망이나 도박 행동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9]. 본 연구결과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대처 행동은 도박 문제 해결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대처 전략은 도박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기 전 주로 사용하였다. 도박 중독에 대한 참여자의 인식 변화에 따라 효율적인 대처 전략을 선택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재발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도박 중독에 대해 적응적 대처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임상 현장에서 도박 중독에 대한 가족의 인식 전환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23].
셋째, 참여자의 대처 경험은 개인의 심리적인 측면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감정이 결부된 다차원적 대처의 의미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는 자극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닌 대처 자원과 기능, 대처 양식 또는 대처 방식의 다차원적 특징을 나타낸다[24]. 본 연구에서도 남편의 도박 행동으로 유발된 스트레스는 도박 행동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과 결부되고, 대처 자원의 유무와 기능에 따라 회피적, 감정적 또는 문제 해결적 대처 양식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을 조명하였다. 배우자가 남편의 도박 문제를 은폐, 회피하거나 감정적 대처를 할 때는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들이 상담이나 가족 모임에서 자기 개방을 통해 자신의 겪은 감정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가 수용되는 것을 경험할 때 적응적인 대처전략으로 발전해 갔다. 그러나 도박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관련된 수치심은 치료 기관으로 접근을 지연하고, 치료 지속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도박중독 낙인에 대한 선행연구를 보면 일반인의 25~30%만 도박 문제를 뇌 질환이나 유전 등의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식하고, 나머지 70~75%는 개인의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도박중독자와 사교 활동이나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70% 이상이 가족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았다. 대중은 조현병과 비교했을 때 도박 중독에 대해 분노는 더 느끼고, 동정은 덜 느꼈다[25]. 인식된 사회적 낙인은 도박중독자 가족이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 과제이며, 이러한 어려움은 부적응적 대처 전략으로 도박중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자는 도박 중독에 대한 사회적 낙인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인식개선 활동을 해야 한다.
넷째, 참여자의 대처 경험은 대처 전략의 선택 문제를 넘어 이들이 전반적인 삶에서 새로운 길을 깨닫고, 행복을 추구하는 구도(求道)의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자살까지 생각했던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지고, 한 차원 높은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참여자의 내러티브는 자신에 대한 성찰, 타인을 향한 시선의 변화, 과거, 현재, 미래가 통합되는 자기 초월적 의미를 지녔다. 본 연구에서 배우자들은 ‘길을 찾는 과정’으로 대처 경험을 표현하였는데, 이는 기존 연구에서 단도박 가족 모임참여자가 구도자의 정체성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26], 본 연구의 참여자가 속한 단도박 가족 모임 멤버의 공통된 의식을 반영한다. 참여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종교적 대처를 통해 영적 안녕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체념이나 자기비판을 감소시키고, 적극적 대처와 정서적 안녕을 증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24]. 도박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지만, 가족의 영적, 실존적 안녕을 위한 서비스는 자발적인 공동체 모임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박중독에 대한 통합적 치료 접근을 위해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경험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치료자는 배우자가 나타내는 다양한 대처 전략이 진행 중인 과정 가운데 있음을 인식하고, 그 과정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며, 이들의 다차원적 대처 역량을 증진하도록 돕는 중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본 연구는 도박중독자의 여성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을 공동 의존의 관점에 머물러 바라보기보다는 이들의 내러티브에 내재한 외상적 특징과 정서 및 대처의 사회적 맥락을 조명하였다. 또한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다차원적 대처 경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 이들의 대처가 도박중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도박중독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실무자에게는 배우자의 대처 전략의 수준을 평가하고 대처전략을 세울 수 있는 간호중재를 개발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신전문간호사의 교육과정에 중독자 가족 교육에 공동의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외상적 스트레스 장애 및 트라우마에 대하여 함께 다루는 보수교육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는 연구참여자가 단도박 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소수의 중년여성이며, 이들의 내러티브로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 따라서 젊은 세대나 자조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배우자 또는 남성 배우자의 경험을 비교하여 연구하거나, 인식 변화의 단계별 대처 전략의 효율성 등 다양하게 연구의 폭을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향후 도박중독자 가족을 위한 치료 서비스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같은 도박중독 치료기관과 역할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결 론

본 연구는 도박중독자의 여성 배우자가 겪은 대처 경험의 의미에 대하여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남편의 도박 중독 행동에서 겪게 된 참여자의 삶에서 스트레스는 일상적 스트레스를 넘어 외상적 스트레스까지 다양한 범위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도박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의 대응책으로 여러 대처 전략을 선택하지만, 개인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인지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일부 대처 전략은 도박 행동의 재발을 막는데 비효율적이고 부적응적이었다. 반면, 배우자가 적절한 정보에 접근하고, 도박 중독과 대처 전략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의 개인적인 노력과 낙인 극복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적 노력이 이들이 적응적 대처 전략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Table 1.
Information for Participant (N=4)
Items Categories A B C D
Participant Age 56 50 60 57
Religion Christian None None Christian
Marital status Married Married Married Married
Duration of marriage (year) 31 26 33 31
Final education High school University University High school
Employment Unemployed Employed Employed Employed
Number of children 2 2 2 3
Spouse (gambler) Age 57 50 62 60
Final Education University graduate school University High school
Employment Employed Employed Employed Unemployed
Duration of gambling (year) 31 26 32 23
Gambling abstinence period (year) 5 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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