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재난으로 인한 간접 외상 경험과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 요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연구
Adolescents' Indirect Trauma Experiences from Disasters and Their Needs for Intervention Programs: A Focus Group Interview Method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explored adolescents' experiences of indirect trauma related to disasters and identified program needs from the perspectives of adolescents and school health teachers.
Methods
Focus group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2 adolescents and 12 school health teachers from May to July 2025, and data were analyzed using Braun and Clarke's thematic analysis.
Results
Four themes with twelve categories emerged. Theme 1 described adolescents' indirect trauma experiences, including emotional shock, suppressed emotional expression, and identification with victims shaped by social interpretations of disaster. Theme 2 addressed support systems and coping, noting the duality of supportive and hurtful relationships, gaps in teachers' recognition, and avoidance as psychological blocking. Theme 3 reflected possibilities for posttraumatic growth, such as behavioral changes to prepare for risks and reappraisal of life and relationships. Theme 4 outlined intervention needs, highlighting awareness of indirect trauma, emotional expression supported by practical strategies and media literacy, informal and comfortable participation formats, and easy-to-use programs for teachers.
Conclusion
Indirect trauma among adolescents is a significant mental health concern requiring school-based interventions. Programs should balance adolescents' needs for safe, practical support with teachers' requirements for feasible implementation, and further research should develop tailored interventions that foster posttraumatic growth.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재난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위험 요소가 취약성과 결합하여 인간 사회의 기능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원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1]. 현대 사회에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재난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재난과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의 발달로 인해 여과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외상의 간접적인 경험으로 인해 부정적 정서반응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증상이 유발될 수 있음이 선행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2,3].
기존 간접 외상 연구는 주로 대리외상(vicarious trauma), 이차외상(secondary trauma)의 개념을 사용하며, 경찰, 상담가, 사회복지사 등 직접 피해자를 지원하는 직업군에 집중되었다[4-6]. 그러나 세월호 사건 이후 간접 외상(indirect trauma)은 재난을 직접 겪지 않아도 TV ‧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타인의 외상 사건을 간접적으로 목격하거나 간접적으로 전해 들음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 고통으로 정의되며 특정 직업군이 아닌 일반인으로 연구대상이 확대되었다. 세월호 사건을 간접 경험한 고등학생 244명 중 약 29%가 부분 혹은 완전 PTSD 증상을 보였으며[2], 감정은 슬픔 ‧ 분노 ‧ 두려움 등이었다. 또한 9.11 테러 후 영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개월 후 14.5%, 6개월 후 9.2%가 중등도 이상의 PTSD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7]. 이는 간접 외상이 단순한 정보 노출을 넘어 실질적, 심리적 충격으로 작용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청소년의 간접 외상을 단순한 부차적 경험이 아닌 주요 정신건강 이슈로 다루어야 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간접 외상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며[2,8], 이들 연구는 청소년의 간접 외상 정도를 독립변수로 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였다[2,8]. 즉, 청소년이 실제로 어떠한 맥락에서 간접 외상을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 ‧ 대처하는지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미흡한 실정인 것이다. 특히 청소년은 발달 과정상 정서적 ‧ 사회적 취약성이 크고, 또래 ‧ 가족 ‧ 학교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집단으로[9], 동일한 재난 장면에 노출되더라도 그 경험 양상과 요구가 성인과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을 직접적으로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 대처 방식, 그리고 이를 완화 ‧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적 요구를 포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청소년 트라우마 중재는 대체로 학대 ‧ 폭력 ‧ 재난 등 직접 외상 사건을 경험한 아동 ‧ 청소년을 전제로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trauma-focused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학교 기반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으며[10], 단일 사건을 지표로 침습적 기억 ‧ 회피 ‧ 과각성을 다루는 노출 ‧ 인지재구조화가 주요 기제이다. 반면 간접외상은 반복적 뉴스 ‧ SNS ‧ 영상 노출과 일상적 매체 사용이 혼재되어 있고,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죄책감 ‧ 무력감이 두드러지는 등 경험 양상과 기제가 상이하므로[11], 직접 외상 개입 프로토콜을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청소년 간접 외상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예방 ‧ 중재 모델 개발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는 참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의 실질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론으로서, 건강 ‧ 의료 영역에서 심층적인 요구와 경험을 탐색하는데 적합하다. 이에 정신건강 및 청소년 연구에서 포커스 그룹은 주로 청소년, 부모, 교사 ‧ 보건교사, 학교 관리자, 정신건강 전문가 등 학교 ‧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활용되어 왔다[12].
아울러 청소년의 간접 외상을 탐색할 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보건교사의 시각을 포함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건교사는 학생의 불안 등 정신건강 상태를 선별하고 중재하는 역할이 입증되고 있으며[13], 프로그램이 실제로 실행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보건교사의 시각을 함께 반영하는 것은 학교 기반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실용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본 연구는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과 더불어 청소년 및 보건교사의 프로그램 요구를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향후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재난으로 인한 간접 외상을 경험한 청소년의 경험을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청소년과 학교 보건교사의 관점을 통합하여 학교 기반 재난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규명하는 것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간접 외상을 경험한 청소년의 경험을 탐색하고,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를 탐색하기 위하여 포커스 그룹 인터뷰 방법을 활용한 질적 내용분석 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의 청소년 대상자는 1)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만 13~18세의 중 ‧ 고등학생 청소년 2) 한국어판 사건충격척도 수정판(Impact of Event Scale-Revised-Korean, 이하 IES-R-K)[14]으로 간접 외상 정도를 측정하여 18점 이상인 청소년, 3) 법정대리인이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청소년이었다. 본 연구의 보건교사 대상자는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근무경력 1년 이상의 보건교사로 하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일반적으로 그룹당 4~6명, 최소 3개 그룹으로 구성되며[15], 본 연구는 청소년 2그룹(각 6명), 보건교사 2그룹(각 6명)으로 총 24명을 대상으로 자료가 포화에 이를 때까지 수집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3. 연구도구
본 연구에서는 간접 외상 경험을 충분히 얘기해 줄 수 있는 청소년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IES-R-K 점수 18점 이상을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IES-R-K는 총 22문항으로 과각성(6), 회피(8), 침습(8)으로 구성되며, 5점 Likert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PTSD 증상 정도가 심함을 의미한다. 완전 ‧ 부분 PTSD를 구분하는 절단점은 24/25점, 부분 PTSD ‧ 정상을 구분하는 절단점은 17/18점이며, 도구의 신뢰도는 과각성 Cronbach’s ⍺는 .87, 회피 .70, 침습 .63이었다[14].
4.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5년 5월 13일부터 7월 4일까지 진행되었다. 보건교사는 연구주제와 방법을 이해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참여자를 주요 정보제공자에게 추천받은 뒤, 다시 새로운 참여자를 소개받는 눈덩이 표집법으로 모집하였다. 이후 선정된 보건교사 참여자를 통해 해당 학교의 IES-R-K 점수 18점 이상인 청소년을 모집하였다.
인터뷰는 참여자 편의를 고려해 청소년은 학교 학생회실 ‧ 상담실, 보건교사는 근무지 인근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하루 전 질문지를 제공하여 숙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청소년은 일주일 전 법정대리인에게 설명문과 동의서를 송부해 사전 동의를 받았고, 당일에는 연구목적을 다시 설명한 뒤 서면동의서를 받고 진행하였다. 연구자 1인이 면담을 진행하고 연구 보조원 1명이 지원했으며, 평균 71분 소요되었다. 모든 과정은 녹음되었고, 비언어적 표현은 면담노트에 기록하였다. 인터뷰 질문은 선행연구 고찰과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초안을 작성한 후, 연구목적에 적합하도록 수정 ‧ 보완하였다. 청소년용 질문지는 세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간접 외상 경험과 그 영향을 탐색하기 위해 “재난과 사고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포함하였다. 둘째, 회복과 성장 경험을 확인하기 위해 “간접 외상 이후 긍정적 변화나 성숙을 느낀 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제시하였다. 셋째, 프로그램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간접 외상 후 본인에게 가장 필요했던 도움은 무엇인가?”, “ 프로그램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내용, 주제, 활동은 무엇인가” 등을 질문하였다. 보건교사용 질문지는 두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보건교사로서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사회적 재난 당시 학생들의 주된 어려움이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등의 질문을 포함하였다. 둘째, 프로그램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식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등의 질문을 제시하였다.
5. 자료분석
본 연구의 자료분석은 Braun과 Clarke [16]가 제시한 주제 분석 6단계를 체계적으로 적용하여 수행하였다. 첫째, 연구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녹음자료를 모두 전사한 후 현장노트와 함께 여러 차례 반복해 읽으며 자료에 익숙해지고 초기 인상과 아이디어를 메모하였다. 둘째,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 정서적 반응, 대처 방식, 프로그램 요구와 관련된 의미 단위를 식별하여 짧은 문구 형태의 초기 코드를 부여하였다. 셋째, 유사한 코드들을 묶어 하위범주를 구성하고, 이를 다시 상위 수준에서 포괄할 수 있는 예비 주제로 통합하였다. 넷째, 전사본으로 되돌아가 각 주제와 범주가 자료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검토하면서 중복 ‧ 누락을 수정하여 최종 주제 구조를 확정하였다. 다섯째, 확정된 주제와 범주의 핵심 의미를 정교화 ‧ 명명하고, 이를 대표하는 진술문을 선정하여 결과에 제시하였다. 분석 전 과정에서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교수의 자문을 받아 타당성과 신뢰성을 점검하였으며, 참여자의 원문 진술을 가능한 한 그대로 인용하여 맥락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6.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국립공주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KNU_IRB_2024_120)을 받은 후 수행하였다. 연구자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여, 청소년 참여자와 법정대리인에게 연구목적과 절차, 인터뷰 녹음의 필요성, 학술적 활용 가능성, 참여에 따른 잠재적 이익과 심리적 불편 가능성, 그리고 언제든지 불이익 없이 참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한 뒤 서면 동의를 받았다. 인터뷰는 참여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중단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으며, 신체적 위험은 없었으나 심리적 불편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고지하였다. 자료수집 과정에서 실제로 심리적 불편을 호소한 참여자는 없었다. 수집된 모든 자료는 식별 정보를 제거한 후 연구 번호를 부여하여 익명화하였고, 암호화된 전자파일로 보관하였다. 연구자료는 연구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3년간 보관 후 안전하게 폐기할 예정이다. 서면 자료는 잠금장치가 있는 보관함에 보관하였고, 인터뷰 종료 후 참여자에게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하였다.
7.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는 Sandelowski [17]의 기준에 따라 신뢰성, 전이가능성, 감사가능성, 확인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신뢰성을 위해 반구조적 질문으로 참여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인터뷰를 녹음 ‧ 전사하며 현장노트로 비언어적 표현을 기록하였다. 전이가능성을 위해 참여자 특성과 맥락을 상세히 기술하고 대표 진술을 인용하였다. 감사가능성은 분석과정과 코딩, 주제 도출 절차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제3자가 추적 가능하도록 하였다. 확인가능성을 위해 연구자는 중립성을 유지하고,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교수에게 분석결과를 검토받아 해석의 편향을 최소화하였다.
연 구 결 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4개의 주제, 12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4개의 주제인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 ‘지지체계와 대처방식’, ‘간접 외상 후 성장의 가능성’.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 요구’에 따라 범주를 중심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Table 2).
주제 1.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
청소년들은 재난과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미디어와 주변을 통해 강한 심리적 충격을 경험하였다. 불안 ‧ 두려움 ‧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와 함께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자기 동일시가 나타났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 ‧ 공유하는 데에는 또래 ‧ 가족의 지지 부족과 낙인 두려움이 제약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일시적 불편을 넘어 심리적 안전감과 대처 능력에 지속적 영향을 미쳤다.
범주 1. 재난과 사고 소식에 따른 정서적 충격
청소년들은 재난과 사고 소식을 단순히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적 정보로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SNS, 뉴스, 릴스(Reel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현장 영상과 이미지들은 편집이나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직접적이고 생생한 시각 자료는 청소년들에게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였다. 이는 청소년이 재난 및 사고 장면에 노출될 때, 정보 소비자의 위치를 넘어 ‘정서적 피해자(emotional victim)’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태원 사고는 인스타 릴스로 CPR하면서 사람들이 막되게 헉헉거리는 그 장면이 딱 나왔었어요. 근데 그걸 보니까 되게 막 뭔가 사람 많은 데 가는 것도 그렇고 불안한 기분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5)
이태원 때 처음 사고를 접했던 게 사고가 났다는 것만 알고 있다가요, 트위터나 SNS 같은 데 들어가잖아요. 그랬는데 현장 사진 같은 게 너무 모자이크 같은 것도 안 돼있고 좀 적나라하게 남아 있는 걸 보고 그것 때문에 좀 충격을 좀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1)
저는 막 유가족분들이 막 울면서... 그런 장면이 너무 남아서, 많게는 3~4주 정도까지가 제일 심했던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불안함이 조금씩 계속 가는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5)
범주 2. 감정 표현의 억제와 침묵의 경험
청소년들은 직접 피해자가 아님에도 강한 간접 외상을 경험했지만, 표현과 공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직접 피해자가 아닌데 말해도 되나?”라는 자기검열과 또래 ‧ 가족의 무심한 반응은 감정 표현의 억제와 침묵을 초래하였으며, 이는 간접 외상 상황의 고립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청소년이 안전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과, 간접 경험도 의미 있는 감정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내가 직접 겪은 거 아니고서야 이런 간접 외상 같은 거는 말을 하기가 그닥… 아니면 해도 되나 하는 생각?.(청소년 그룹 2-참여자 3)
(저는) 뉴스 같은 것도 보면 너무 무서우니까 막 꺼버리고 하고 하는데, 애들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보고 공유하고 하는 걸 보면 약간 나만 이런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3)
저는 초반 한 1~2주 정도까지 뉴스를 접하거나 하면 진짜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무섭거나 했던 것 같은데, 근데 그거를 주변한테 말을 하려고 하면 주변 반응은 약간 ‘네가 겪은 것도 아닌데, 왜 니가 그렇게 힘들어’라는 식의 느낌이 좀 많았어서, 저는 처음에는 말을 좀 하려고 했다가 뒤에는 그런 걸 말하기는 좀 꺼려했던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2)
범주 3. 재난에 대한 자기 동일시와 사회적 해석
청소년들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피해자를 잠재적 자기 모습과 동일시하고, 단순한 목격자가 아닌 ‘내면화 된 당사자’로 인식하였다. 재난을 외부 사건이 아닌 사회적 맥락 속 자신과 연결된 경험으로 해석했으며, 반복되는 참사 속 제도와 기관의 무력함에 불신과 분노를 드러냈다. 또한 가짜뉴스로 인한 왜곡이 개인 정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었다.
무고한 피해자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그거 볼 때 좀 그랬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일인 게 계속 각인이 되니까 나한테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면서 그거에 대해 생각할 때가 제일 무서웠어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3)
사고에 따라서 좀 다르긴 한데, 저는 대처가 좀 잘 안 됐을 때나 아니면 이태원 참사나 그런 쪽에서는 이미 수차례 신고 했었는데 안 됐다는 조치를 뉴스로 접하면… 그런 기관들에 대한 분노가 좀 있었던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1)
꼭 루머 같은 게 돌잖아요. 누가 의도해서 그랬다… 그런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약간 불안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고… 그런 걸 쉽게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계속 화가 나는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4)
주제 2. 지지 체계와 대처 방식
청소년들은 지지를 기대한 관계에서 상처를 경험하고 회피로 내몰리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또래와 가족의 무심함과 비난은 부담이 되었고, 교사와의 거리감으로 정서적 지지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피를 통해서나마 정서적 균형을 모색하였으며, 이는 대처 양상이 지지 체계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됨을 보여준다.
범주 1. 또래 ‧ 가족 관계 속 지지와 상처의 이중성
청소년들에게 또래와 가족은 재난 경험 이후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지망이었다. 실제로 일부 참여자들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나도 그렇다”는 공감을 얻으며 불안을 정상적인 경험으로 재해석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과 친구의 반응은 상처로 경험되기도 했다. 또래의 무심한 태도, 특히 피해자의 고통을 ‘스스로 초래한 결과’로 해석하는 가족의 반응은 청소년에게 이중적 고통을 남겼다. 이는 지지를 기대했던 관계가 오히려 낙인과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장으로 전환되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친구에게 많이 털어놓는 것 같아요… 보통 큰 사건은 친구한테 말하면 너도 그렇게 느꼈냐 하면서 자기도 이렇다고 하고.(청소년 그룹 1-참여자 2)
굳이(친구들에게) 얘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은 그거에 대해서 얘기가 나올 일이 없어갖고.(청소년 그룹 2-참여자 6)
만약에 같이 뉴스를 보다가 그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러면은 ‘너도 그러지 않게 조심해’ 이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그래서 그냥 그런 말 굳이 듣기도 싫고… 당하고 싶어서 당한 게 아니잖아요. 근데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굳이 얘기 안 하는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3)
범주 2. 교사와의 심리적 장벽으로 인한 교사인식의 간극
청소년들은 교사나 상담교사에게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회피했고, 상담 기록이 남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침묵을 강화하였다. 교사들은 학생이 직접 호소하지 않는 한 어려움을 알아채기 어렵다고 인식해, 학생 경험과 교사 인식 사이 간극이 드러났다. 결국 교사는 표면적 어려움만 포착하기 쉽고, 표현되지 않는 고통은 놓치게 된다. 이 범주는 청소년의 심리적 고립과 교사 인식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며, 학교 지원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학교 선생님 같은 특히 상담 같은 부분은 막 뭐를 말하거나 하면은 그냥 좀 기록 같은 거 남을까 봐… 잘 말을 안해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1)
너무 힘들면 쌤한테 말은 하는데 근데 선생님한테 말하면 약간 이게 공적인 일로 넘어가는 느낌이라… 쌤이 해결을 해 주셔야 될 것 같고, 특히 더 약간 주의 깊게 계속 보실 것 같고.(청소년 그룹 2-참여자 2)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보건실에 애들이 막 그런 문제를 얘기하거나 찾아오거나 이런 적은 없거든요.(보건교사 그룹 1-참여자 4)
범주 3. 심리적 차단으로서 회피
사회적 지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불안과 두려움이 지속될 때 이를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건이 떠오를 때는 다른 활동에 몰입하거나, 뉴스 보도를 차단하며, 불편한 대화를 피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억제하였다. 이러한 회피는 일시적 불안을 줄이는 자기보호적 전략이지만, 정서 표현과 사회적 지지 경험을 제한하는 한계도 나타났다.
보통은 그게 계속 생각이 나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다른 거에 집중을 하는 편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3)
TV에서 보여주는 부분은 다 극단적이고 안 좋은 얘기만 나오니까 그만 보고 싶고 피하고 싶고…(청소년 그룹 1-참여자 5)
저는 굳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아요.… 안 좋은 얘기잖아요.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게 조금 그래가지고 그냥 얘기 안 하려고 했어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1)
주제 3. 간접 외상 후 성장의 가능성
청소년들은 재난과 사고에 대한 간접적 경험을 단순한 심리적 손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삶의 교훈과 성숙의 기회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생활 습관의 변화, 인간관계의 재인식,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 변화는 청소년의 성장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는 간접 외상이 개인의 취약성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범주 1. 위험을 대비하게 만드는 행동의 변화
청소년들은 재난 경험 이후 단순히 불안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변화를 시도하였다. 이는 사건이 남긴 충격이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을 관리하고자 하는 태도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청소년은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잠재적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였다. 이는 사건을 무력감이 아닌 ‘준비 가능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성장적 적응의 양상이라 볼 수 있다.
저는 사건이 조금 무뎌져 가면은 제가 할 수 있는 대처 방안 같은 거를 계속 찾아보려고 하고 내가 그 상황에 있었으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시뮬레이션이나 그런 걸 많이 생각하는거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5)
이제 사건이 하나 일어나면은 그게 점점 잊혀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계속 각인을 시키는 것처럼 잊혀지겠다 싶으면 또 찾아보고. 심각성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1)
저는 코로나 이전에는 재활용 같은 것도 그냥 대충대충 했거든요. 근데 코로나가 지나면서 마스크 끈 같은 것도 분리 배출해서 버리고 플라스틱도 적게 쓰려고 하거나… 그런 게 계속 쭉 이어져 오는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2)
범주 2. 삶과 관계에 대한 재인식과 성장의 경험
청소년들은 간접 외상을 통해 삶과 인간관계의 가치를 새롭게 성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와 단절은 일상의 소중함을 체감하게 하였고, 또한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은 현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동기로 작용하였다. 또한 일부 청소년은 부정적 여론이나 온라인상의 비난을 목격하며 단순히 감정적 반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관심을 확장하게 되었다. 나아가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부와 같은 행위를 미래의 자기 역할로 상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는 사람들이랑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좀 더 잘 보내고 최대한 많은 시간 보내려고 하는 거.”(청소년 그룹 1-참여자 3)
그런 얘기 들으면 진짜 딱 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겠네. 오늘 좀 더 잘 살아야 되지 않을까…(청소년 그룹 2-참여자 2)
뉴스 같은 거나 영상 올라온 거에 댓글들이 약간 부정적으로 달린 그런 걸 보면서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잘못이 있는 건가, 누구를 욕할 일인가 하면서 더 깊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2-참여자 3)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해서 뉴스를 좀 더 보려하고 하고 그런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 돌아가는 거 사회 같은 거에 관심을 좀 가져야겠다.(청소년 그룹 2-참여자 2)
그 다음 뉴스에는 이제 어느 정도 기부 금액이 모였고 어느 정도 피해자 분들이 이렇게 지원을 받고 있다라는 뉴스를 보니까, 저도 나중에 커가지고 돈 벌고 그러면 기부도 하면서 그분들한테 도움을 드리는 쪽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5)
주제 4.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 요구
청소년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장치와 실제 대처 방법 제공을 요구했으며, 보건교사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프로그램 내용을 강조했다. 이는 프로그램 설계 시 학생의 수용성과 교사의 실행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범주 1. 간접 외상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
청소년들이 간접 외상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으며, 이를 접할 수 있는 경로 또한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외상을 겪는 사람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병원 치료에 비유하듯 상담과 같은 전문적 개입을 자연스럽게 권유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더 나아가 교사 집단은 이러한 인식 형성이 개입 프로그램의 효과적 참여를 위한 전제 조건임을 지적하였다.
외상이라는 걸 제가 뉴스를 통해서 알았었거든요. 그만큼 알 경로가 거의 없었어요. 잘 모르는 친구가 많기 때문에, 그걸 알고 나서 저도 ‘이런 게 있었구나’ 하면서 좀 깨달은 게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그런 부분이) 좀 있으면 좋지 않나 생각해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4)
간접 외상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직 아이들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에 대한 인식이 먼저 첫 번째가 돼야 될 것 같아요. ‘지금 이것으로 인해서 내가 불안하구나, 이것으로 인해서 내가 우울하구나’ 인식이 먼저 되고 나서 그 다음에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고 뭔가 프로그램을 들어가야지 본인들도 동기화가 될 것 같긴 하거든요. 첫 번째는 그거 같아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4)
범주 2. 감정 표현, 실제적 대처 방법과 미디어 리터러시
청소년들은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이 단순한 강의식 전달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의 행동 방법과 불안을 표현 ‧ 해소하는 방식을 배우는 실질적 훈련이 되기를 원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닌 자기효능감과 정서 회복을 강화하려는 요구였다. 교사들 또한 재난 영상과 자극적 알고리즘에 반복 노출되는 현실에서, 청소년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필요한 만큼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내가 유별나서 나만 그런가 약간 이런 느낌을 갖고 아이들이 접근을 못한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너만 그게 느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거를 느끼고 있고 그거에 대한 공감을 하고 있고 그렇게 위로받는 그런 것도 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6)
본인 스스로도 감정을 읽어내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더라고요. 본인의 감정을 잘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긴 하거든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2)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 같은 걸 더 알려줬으면 좋겠어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4)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꼭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 청소년이니까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그런 곳의 연락처.(보건교사 그룹 1-참여자 1)
미디어를 구분하는 그런 것도 좀 넣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우리가 유튜브를 봐도 알고리즘 때문에 내가 본 거에 더 자극적인 게 계속 들어오잖아요. 그럼 아이들이 그걸 보고 계속 자극적인 거에 자극적인 거를 계속 들여다보면 더 심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니까, 미디어를 조금 자기가 걸러서 볼 수 있는 통제력 또는 비판할 수 있는 능력들을 기를 수 있는 그런 게 있으면 좋겠어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6)
범주 3. 비형식적이고 편안한 참여 방식
청소년들은 간접 외상 프로그램이 일방향 강의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참여 중심의 활동 ‧ 체험 기반 집단 프로그램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동영상 교육 자료, 퀴즈, 게임형 활동과 걷기 등 신체활동과 같은 활동적 요소가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심리적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대면 집단 참여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의 경우, 3차원 가상공간 기반 온라인 플랫폼(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비대면 집단 참여를 병행하는 대면 ‧ 비대면 혼합형 운영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상황 같은 거 보여주면서, 흥미 유도하는 그런 영상 퀴즈 같은 거 하면 좋을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2)
걷는 거? 집단이나 아니면 소수로 하게 되면 걸으면서 서로 안 마주 보니까 오히려 말하기도 더 편하고.(청소년 그룹 1-참여자 2)
대면도 좋은데, 여러 명이 있으면 지금 제가 이 대화에 되게 못 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메타버스를 사용하거나 대면이랑(비대면이랑) 왔다 갔다 하면서 해도 좋을 것 같아요.(청소년 그룹 1-참여자 3)
범주 4. 교사들에게 부담없는 쉽고 실용적인 프로그램
보건교사들은 청소년 간접 외상 교육이 효과적이려면 교사가 수업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쉽고 실용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동영상 ‧ 워크시트 등 활동 중심의 시각적 자료 개발과 함께, 차시 구성과 활동지를 포함하여 수업에 쉽게 적용 가능한 형태가 요구되었다. 즉, 교사 친화적이고 실용적인 설계가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확산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이런 사건이 만약에 발생했을 때 누구라도 쉽게 가져다가 한번 해 볼 수 있게 조금 더 이거를 가볍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거든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4)
다른 교과에 비하면은 자료가 정말 부족하죠. 주로 활동 수업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보건교사 그룹 2-참여자 3)
잘 만들어진 동영상이 있으면 좋죠. 아이들이 또 영상 세대다 보니까 글자체로 보는 것보다 훨씬 영상으로 보는 걸 편안해해요.(보건교사 그룹 1-참여자 6)
프로그램을 만드실 때 체계적으로 차시를 구성해서 잘 만들어 두시고 또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활동지라든지 이런 거를 같이 첨부해서 해 주시잖아요. 그러면 ‘여기 자료가 좋더래’ 이렇게 얘기가 되면은 저희 그거 갖다가 다 써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의 적합성인 것 같아요.(보건교사 그룹 1-참여자 1)
논 의
본 연구는 청소년의 재난과 사고에 대한 간접 외상 경험과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를 탐색한 포커스그룹 인터뷰 연구로, 청소년과 보건교사 양 집단의 관점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청소년들은 재난과 사고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노출과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 등 간접 경험을 통해 불안, 두려움, 분노 등 강한 정서적 충격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 159명과 성인 16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18] 인터넷 미디어 노출이 청소년의 PTSD 증상 및 정신과적 증상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결과와 일치하며, 성인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와 더불어 간접 외상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간접 외상 경험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피해자가 아닌데 말해도 되나?”하며 스스로 가지는 의문, "네가 직접 겪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냐"는 주변의 반응과 또래나 가족으로부터의 지지 부족은 청소년들을 정서적 고립 상태로 만들었다. 이는 간접 외상이 '진짜' 외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편견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상담 기피와 심리적 위축을 초래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19],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청소년들이 재난 상황을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자기동일시한 것은 간접 외상의 핵심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아동 ‧ 청소년은 자기중심적 공감적 고통을 경험하며 타인의 고통을 개인적 고통으로 내재화해 간접 외상에 더 취약하다[20]. 또한 재난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며 제도적 실패 등 구조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였는데, 이는 기존 연구에서 청소년이 사건을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 윤리적 차원으로 이해한다는 결과와 일치한다[21]. 아울러 가짜뉴스와 루머는 혼란과 불안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분노로 이어졌으며,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부족 시 해석 과정이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접 외상 중재는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재난을 건강하게 해석하도록 돕는 교육적 개입이 요구된다.
외상 후 증상에서 사회적 지지의 결핍은 일관된 위험 요인이며, 반대로 사회적 지지는 회복을 촉진한다는 결과가 축적되어 왔다[22].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또래와 가족 관계에서 제공되는 지지가 단순히 보호 요인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상호작용 과정에서 상처와 갈등을 동시에 수반하는 이중적 양상을 보였다. 이는 청소년이 지지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관계에 대한 심리적 안정성의 부족으로 인해 정서적 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에서도 가족과 또래 지지의 질이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에 중요한 변인임이 확인된 바 있다[23].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이 교사에게 느끼는 심리적 장벽으로 인해 교사의 인식에 간극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청소년은 ‘기록에 남을까’, ‘공적인 일로 번질까’라는 우려로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하지 못했고, 교사는 학생이 직접 호소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교사의 간접 외상 민감성 부족과 교사-학생 관계의 위계성이 정서적 지지 요청을 억제하는 요인임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에서도 교사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정보 기반 교육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아, 예비교사의 지식, 태도, 자신감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되었다[24]. 따라서 교사 대상 전문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학교가 청소년 간접 외상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래, 가족과 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직접적인 표현이나 요청보다는 회피하는 양상을 보였다. 회피는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정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정서 처리와 적응적 문제해결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인지적 회피는 PTSD 증상의 지속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5]. 따라서 청소년들이 보다 건강한 정서 표현과 대처 전략을 습득할 수 있도록 중재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간접 외상이 단순한 취약성의 지표에 그치지 않고 성장 가능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청소년들의 경험이다. 선행 질적연구에서도 청소년은 외상 이후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관계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구성하는 양상이 보고되어 왔다[26]. 본 연구에서 나타난 위험 대비 행동 강화, 삶과 관계의 재인식, 사회적 관심과 참여의 확대는 이러한 변화와 연결되면서도, 간접 외상을 경험한 국내 청소년이 보여준 고유한 성장 양상이다. 아울러 삶과 관계에 대한 재인식은 가족, 친구, 지역 사회와의 연결감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의 사회적 자본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며, 이전 연구에서도 외상 경험 후 관계적 친밀성과 공동체적 관심이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된 바 있다[23]. 즉, 간접 외상 경험은 청소년의 발달적 위기이지만, 동시에 성장의 가능성을 내포한 경험으로 발전될 수 있으며,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은 이러한 긍정적 전환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청소년과 교사 모두 간접 외상에 대한 인식 제고를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의 기반으로 강조하였다. 청소년들은 “이런게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통해 상담이나 지원을 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되었으며,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자각해야 개입의 효과성이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이는 정신건강 도움요청을 방해하는 낙인과 문제 인식 부족이 오랫동안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것과 일치하며, 이에 최근 국내 정책 ‧ 실천 차원에서도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를 학교 보편교육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제안이 강화되고 있다[27]. 그러나 이러한 낙인 감소와 지식 증진이 단기적으로 태도 및 도움 요청 의도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보고된 반면, 장기적 유지 효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지적되고 있다[28]. 따라서 향후 프로그램 개발에서는 청소년의 초기 참여 동기화뿐 아니라 장기적 효과를 지속할 수 있는 전략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안전한 환경에서 감정 표현과 실질적 도움을 원했으며, 보건교사들 역시 부담없이 실행이 가능하여 현장의 교사에게 추가적 업무 부담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요구하였다. 청소년이 선호하는 개별상담과 비형식적 참여 방식은 기존 집단 기반 인지행동치료와 차별화된 접근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간접 외상은 낙인과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커 민감하고 개별화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수용성과 교사의 실행 가능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핵심 과제임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재난 ‧ 사고를 직접 겪지 않은 청소년이라도 미디어 등을 통한 간접 외상으로 정서적 고통과 관계의 위축, 동시에 성장 가능성까지 경험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에 청소년 정신건강 사정 시 ‘직접 외상 경험 유무’만을 기준으로 위험을 판단하고 중재해 온 기존 간호 실무의 관점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결 론
본 연구는 재난 관련 미디어에 노출된 청소년의 간접 외상 경험과 학교 기반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청소년의 간접 외상은 재난 관련 미디어의 반복적 노출과 주변 지지의 한계 속에서 지속되는 심리적 어려움으로 드러났으며, 청소년과 보건교사는 간접 외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정 표현과 지지 경험을 촉진하며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대처 전략을 포함하는 학교 기반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의 내용과 운영 방식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소년의 간접 외상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학교 기반 간접 외상 중재 프로그램의 구성 방향을 제안함으로써 향후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평가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다만 본 연구결과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자료에 기반한 질적연구이므로, 참여자의 기억 왜곡이나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Notes
The author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or/and Methodology: Baek, S
Data curation or/and Analysis: Baek, S
Funding acquisition: Baek, S
Investigation: Baek, S
Project administration or/and Supervision: None
Resources or/and Software: None
Validation: Baek, S
Visualization: Baek, S
Writing: original draft or/and review & editing: Baek, 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