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서 벗어나는 길에서 도박을 만나다’: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에 기반한 도박의 의미

“Getting Involved in Gambling as a Way of Escaping from Violence”: The Meaning of Gambling based on the Experience of Domestic Violence in Problematic Gamblers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Acad Psychiatr Ment Health Nurs. 2020;29(2):119-132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June 30
doi : https://doi.org/10.12934/jkpmhn.2020.29.2.119
1Graduate Student, Department of Nursing, Inha University, Incheon, Korea
2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Inha University, Incheon, Korea
3Assistant Professor, College of Nursing, Chung-Ang University, Seoul, Korea
최서연1orcid_icon, 이미형,2orcid_icon, 박시현3orcid_icon
1인하대학교 간호학과 대학원생
2인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3중앙대학교 간호대학 조교수
Corresponding author: Lee, Mihyoung Department of Nursing, Inha University, 100 Inha-ro, Michuhol-gu, Incheon 22212, Korea. Tel: +82-32-860-8205, Fax: +82-32-874-5880, E-mail: mhl56@hanmail.net

- This article is an addition based on the first author's master's thesis from Inha University.

- This work was supported by Inha University Research Grant.

Received 2020 March 24; Revised 2020 May 7; Accepted 2020 June 5.

Trans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the meaning of gambling addiction from the perspective of problematic gamblers through their life stories.

Methods

A narrative approach was utilized for this study. The data were collected from June 1 to September 30, 2019, from a purposive sample of three participants by using in-depth interviews, observations, and note-taking.

Results

The participants told their life stories from childhood, stressing the experiences of being abused physically and emotionally by their own families. Their life stories commonly revealed that they became involved in gambling to escape the influence of the violence they had suffered. Due to their childhood abuse experiences, they had various problems, including distorted values toward money, low self-esteem, ambivalent feelings, and a lack of interpersonal coping skills, which often contributed to their addiction problems.

Conclusion

This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tried to understand the current addiction problem by focusing on the individual life experiences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Addiction recovery involves not only stopping the problematic behavior but also forming a new life meaning to lead a confident and independent future.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도박 장애는 도박 행위로 인하여 개인적, 가족적, 재정적, 법적, 심리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멈추지 못하는 질병이다[1]. 특히, 도박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상업적 이득이 더해지면서 도박중독은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공중 보건 문제를 일으킨다[2]. 이처럼 도박에 중독이 되면 삶의 광범위한 기능 손상과 삶의 질 저하, 재정적 어려움, 직장 해고 및 불법 행위 등으로 심각한 심리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3]. 실제로 문제도박자의 가정 폭력 유병률은 25.5%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경우가 18.4%, 가해자인 경우가 19.1%로 가정폭력의 가능성이 높고 또한, 대물림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

도박중독의 원인 및 발달을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 중 하나는 아동기에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심리적 고통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으며 충동 조절 부족으로 중독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5]. 즉, 도박을 통해 거절감과 열등감, 낮은 자존감 등 가정폭력의 고통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므로[6],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으로부터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7]. 두 번째 이론은 아동기에 폭력 및 가족의 중독 행위를 보고 배우게 되는 행동주의 학습 이론이 있다[8]. 아동기에 부모 간의 폭력을 경험했거나 폭력을 당한 경우에 성인이 되어서 자식에 대한 양육과 가족의사소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도박 중독률도 높이는 요인이 된다[9]. 특히, 아동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행한 가정환경은 차별과 역할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어서 성격 및 인격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10].

아동기 가정폭력은 성인이 되기 전 만 18세 미만에 반복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상해를 주는 광의적인 개념이다[11]. 가정 폭력을 목격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아동은 장기적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 문제에 심각한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12]. 또한, 아동기 가정폭력의 폐해는 정신생리학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으며 우울, 불안을 느끼고 무기력하며 충동적인 행동장애를 유발함으로써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3]. 특히, 아동기의 정서적 폭력은 중대한 외상 후 장애와 애착 문제, 물질 남용, 자살 등 신체적 폭력만큼 후유증이 심각하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서 더 위험하다[14]. 이처럼 숨겨진 가정폭력의 뿌리는 심리적으로 참을 수 없는 순간에 학습된 폭력성과 행동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15].

도박중독의 개념화는 행동, 인지 및 행동 학습 증상의 범위로 정량적으로 설명되지만 지금까지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어서 다각적인 연구방법을 통해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6]. 실제로 문제도박자의 경험에 의한 특정한 상황, 문화, 사건, 역할, 집단, 상호작용 등을 이해하는 질적연구[17]를 적용하여 도박중독 장애의 개념을 확장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이 개인의 성격 및 가치관, 정서, 심리, 대인관계 등 삶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것은 중독 문제를 이해하는데 의미가 있다[18].

문제도박자를 대상으로 적용한 국내 연구로는 문제도박자의 회복 과정을 다룬 연구[19,20]와 문제도박자들이 도박중독에 이르게 되는 심리사회적 과정을 다룬 연구가 있다[21]. 국외 연구로는 문제도박자의 병리학적 관련 요인을 질적으로 분석한 연구[6,22]와 도박중독에서 재정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 있다[23]. 가정폭력은 주로 문제도박자로부터 피해자인 배우자나 가족의 입장에서 논의되어[24] 실제 문제도박자의 입장에서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과 도박과의 의미를 통해 이해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이에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에 기반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도박자의 관점에서 도박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간호학적으로는 간호 수행의 초점이 정신과 신체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전인적인 돌봄[25] 임을 볼 때 문제도박자의 내부적 문제로부터 심리적 지원 및 건강한 치유를 도울 수 있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경험이 삶에 미친 정서 ․ 심리적 대처 과정에서 만난 도박의 의미란 무엇인가?”이다.

연구 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문제도박자들의 아동기 가정폭력 및 도박 경험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관점에서 도박의 의미와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내러티브 질적연구이다. 구체적으로, 문제도박자가 아동기에 겪은 가정폭력 경험이 현재의 도박 문제와 삶의 방향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문제도박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 경험을 이해하고 현 문제의 의미를 해석할 때 인간 경험은 고정된 개념이나 틀에 가두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탐구 과정으로 내러티브 연구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본 연구의 연구방법론으로 선택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내러티브 연구 과정은 Connelly와 Clandinin [18]이 채택한 접근법을 사용하여 수행 과정에 따라 ‘현장으로 들어가기’, ‘현장에서 현장 텍스트로 이동하기와 연구 텍스트로 전환하기’, ‘연구 텍스트 작성하기’순으로 진행하였다.

2. 연구참여자 선정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지역에 위치한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이용하면서 도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박자 중 아동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는 매주 1회씩 12회기 동안 본 연구자와 개인 면담을 통해 1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충분한 라포가 형성이 되어 개방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이다. 본 연구는 개인 면담 12회기를 모두 마친 이후에 진행이 되었으며,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의도표집(purposive sampling)[18]된 3명을 선정하였다(Table 1). 구체적인 기준은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한 자, 내러티브 연구 특성상 라포(rapport) 형성은 심층 있는 면담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본 연구자와 개인 면담 후에 충분한 신뢰 관계가 형성이 되어 불편함 없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진술할 수 있는 자, 문제도박선별척도 절단점 점수가 8점 이상의 문제도 박자로 참여를 허락한 자이다.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N=3)

연구 시작 전에 대학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190408-1A)을 받았으며, 2019년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목적과 진행 방법에 대해 설명한 후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았다. 연구참여와 센터 이용 서비스와는 별개의 내용임을 명확하게 구분됨을 강조하여 연구참여자로 하여금 혼란이 없도록 안내하였다. 또한, 연구참여를 거절하였다는 것이 서비스 이용과 무관하며 어떠한 불리한 영향도 주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연구를 철회할 수 있고, 면담 내용과 설문 자료는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며 연구참여자의 익명성과 비밀이 보장됨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심리적 불편감을 최소화하고 사생활과 인권보호를 위해 철저한 방음과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상담실에서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은 상담실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한 연구참여자 당 평균 2~3회 면담이 실시되었다. 또한 연구참여자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다.

3. 연구자 준비

본 연구자는 대학원에서 법의 간호학 과목 및 질적연구방법론을 수강하였으며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13년간 지역사회에서 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중독 대상자들에게 상담과 사례관리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도박중독과 관련된 전문적인 이해를 위해 역량 강화 교육 과정을 매년 32시간 이상 수행하고, 연 4회 전문상담 슈퍼비전을 받고 있다. 이에 질적연구에서 요구하는 연구자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편향적인 해석을 최소화하고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는 훈련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4. 내러티브 탐구 절차

1) 현장에 들어가기

연구주제 및 질문이 내러티브 연구와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단계로 특정 현상에 대한 삶의 경험 또는 소수 개별적 경험을 통해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연구현장에 들어가는 단계이다[18]. 본 연구자가 상담 현장에서 오랫동안 문제도박자와 그들의 가족을 상담하면서 경험한 부분은 가족들은 문제도박자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인 피해 등 심각한 고통을 피해자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호소하였다. 그러나 문제도박자도 실제 아동기에 원가족으로부터 심각한 가정폭력 경험을 겪었으며 그 경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경제적 독립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면서 도박과 연결이 되는 과정을 진술하였다. 문제도박자들은 처음에는 도박중독의 부정적인 결과를 수습하느라 바쁘고,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의 아동기 경험이나 감정은 보살필 여력도 없이 살아왔다. 그저 처음 도박을 만나게 된 경위를 탐색하기 위해 과거로 한 발자국 되돌아가 보았을 뿐인데 도박 현상을 둘러싸고 있던 복잡한 개인의 경험 중에는 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이 주된 이야기였다. 그 이면에는 문제도박자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잊고 있었던 아동기의 분노와 무력감,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 폭력적인 집안을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과정에서 도박을 만난 경위를 보고하였다. 그들이 들려주는 아동기가정폭력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문제도박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중독적 관점에 깊은 관심과 의미를 탐색하게 되었다.

2) 현장에서 현장 텍스트로 구성하기

이 단계는 현장에 들어가 자료를 직접 수집(면담, 녹음, 현장노트, 일기, 사진 등 모든 자료원) 하는 단계이다[18]. 자료수집을 위해 개인 심층면담을 위해 연구참여자가 요청하는 편의 시간을 고려하였고, 면담 횟수는 연구참여자에 따라 2~3회 시행하였으며 1회 기당 약 1시간씩 소요되었다. 반구조화 면접 방법으로 진행하였으며 첫 질문인 “가족에 대해 소개 및 관계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를 시작으로 “아동기의 성장과정 및 경험하신 가정폭력 및 외상 경험은 어떤 일이었습니까?”, “가정 폭력 및 외상 경험으로 인해 겪었던 증상(신체적, 정신적) 또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가정폭력 및 외상 경험이 현재의 내삶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심리적 갈등, 걸림돌 등)을 미치고 있습니까?”, “가정폭력 및 외상 경험이 도박 문제를 회복해 나아가는데 있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합니까?”, “가정폭력 및 외상 경험 후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 및 목적이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을 자유롭게 하였다.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을수록 스스로의 이야기에 눈물을 보이고 주먹을 쥐는 등 감정의 변화도 함께 보였다. 이러한 연구참여자의 태도, 감정 변화의 비언어적인 관찰 내용 및 연구자의 직관적 이해 등 내러티브로 표현된 이야기를 포함하여 진술 중에 나타난 연구참여자의 고민, 감정, 몸짓 등과 같은 사고와 행동 표현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든 관찰 내용을 현장 노트에 메모하였다.

3) 현장 텍스트에서 연구텍스트로 이동하기

본 단계는 연구참여자들로부터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후에 이해할 수 있는 틀로 재구성(다시 이야기)하는 단계이다[18]. 이 단계에서 모든 면담 내용은 녹음 즉시 필사하였고, 녹음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청취하며 필사된 내용을 확인하였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연구참여자를 만나 재확인하여 의미를 명확히 하였다. 면담 시 나온 연구참여자의 실명 및 개인 정보는 필사를 진행하면서 모두 삭제하였으며 필사된 텍스트를 반복해 읽으면서 연구참여자들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 별로 의미 있는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주요 주제와 경험적 사건으로 주제 묶음에 해당되는 필사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정리한 주제와 필사 내용은 다시 연구 문제에 따라 자료를 분류하여 재구성하였다. 연구참여자가 겪은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순환하며 연구 문제와 논리적 연관성 등을 재조직하여 연구 텍스트로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자는 질적연구 전문가와 연구참여자에게 경험에 대한 분석과 구성한 의미에 대하여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재구성하였다.

5.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에서는 연구설계부터 결과까지 대부분의 단계에 연구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연구자 시선에서 자료의 본질 훼손 여부, 의미의 왜곡 등 그들이 느끼기에 정확한 의미를 반복적으로 확인하여 신뢰도와 타당도 확보를 강화하였다. 연구의 엄격성은 Guba와 Lincoln [26]의 기준을 준수하여 각 단계마다 질적연구방법에 경험이 있고 다수의 관련 연구 업적이 있는 질적연구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연구자는 선입견이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내러티브 질적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구참여자의 말과 행동 및 의미를 토대로 개인에 대한 풍부하고 구체적 기술을 통해 연구참여자의 경험 및 의미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 또한, 연구의 진실성과 확실성을 높이기 위하여 텍스트에 대해 왜곡되거나 축소된 부분은 없는지 연구참여자와 확인 절차(member checking)를 거치고 검토 및 확인하는 과정에서 삶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더 나누고 의미를 찾았다.

연구 결과

본 연구는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에 기반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문제도박자 관점에서 도박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탐색하였다. 이를 Connelly와 Clandinin [18]의 연구방법에 따라 재구성하였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대순으로 정리하여 결과를 제시하였다(Table 2).

Meaning of Gambling in of Problem Gamblers who Suffered from Domestic Violence in Childhood

1. 증오로부터 만들어진 중독의 덫에 걸린 A의 이야기

1) 잔인한 폭력 속에서 분노를 품고 자라나다.

연구참여자 A는 아동기에 부모 간 및 부모-자식 간에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경험하였다. 가해자는 아버지였고 가해자와 같은 공간 안에서 어린 피해자는 무기력함, 공포, 두려움 속에서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동기를 보내야만 했다. 연구참여자 A는 출생 후의 첫 기억으로 폭력적인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환경은 경험하지 못한 채 아동기를 보내면서 가정에서 일어난 폭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생존의 방식으로 몸에 익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A의 아버지는 도덕심과 양심이 사라진 모습으로 인간의 극단적인 추악함을 드러냈으며 그는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분노하고 부정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엄마를 당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이년이 나를 죽이려고 그 동안 약국에서 수면제를 타서 꿀물이라고 속여서 먹였어? 너 오늘 나와 봐 죽여줄 테니 당장 안 나와?” 엄마랑 막싸우는 소리가 났어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소리도 들리고 소란스러웠는데, 갑자기 풀썩 주저앉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거실이 너무 조용해졌어요. 엄마가 그렇게 죽었고, 그 일로 아버지가 4년을 복역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누나랑 나랑 같이 살았어요. 그 당시에 가정부 아줌마가 집안일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강제로 아줌마를 겁탈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아줌마가 필사적으로 2층으로 도망갔지만 아버지가 쫓아오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서 아줌마가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렸어요. 살긴 살았는데 크게 다쳤어요. 그 일로 다시 아버지는 2년인가 교도소에서 또 살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아니예요. 완전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이면서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다시 의존하여 살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연구참여자 A는 폭력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거리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거친 거리 문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서 힘이 약한 친구들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고 여자아이들과 혼숙 생활을 하면서도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집보다는 거리가 더 편안하다고 느꼈다. 한편,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서는 증오하면서도 본인이 마시는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안식처와 건강한 삶의 역할을 배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스스로가 만든 생각과 태도를 옳다고 여겼다.

아버지는 예전에 엄마를 때린 것처럼 우리를 때렸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그날 아버지 눈에 가장 먼저 띄는 사람부터 맞았어요. 다 제가 잘못해서 맞는 줄 알았어요. 누나는 이미 알아서 집을 나가면 늦게까지 잘 들어오지 않았고요. 제가 가장 많이 맞기 시작했어요. 저 역시도 이때부터는 집이 지옥 같아서 들어가지 않기 시작했어요.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여자애들하고 막 자고, 집에만 들어가지 않을 수 있고 술 취한 아버지만 안 볼 수 있다면 바깥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죠. 아버지는 할머니 집에 가도 할머니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휘둘렀어요. 그 새끼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술을 먹으면서도 속으로 생각했어요. 봐라. 나는 술을 먹어도 너처럼 사람은 때리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더 방황했던 것 같아요.

2) 분노는 폭력으로 대물림되다.

아버지에게 반복적으로 맞기만 하던 연구참여자 A는 본인의 신체적 힘이 강해지자 아버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폭력성이 발현되기 시작하였다. 폭력에 학습된 연구참여자 A는 자신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폭력을 사용하였다. 본인이 폭력을 당하던 과거와 비슷한 장면에서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자 아버지가 분노를 풀었던 방식 그대로 아버지를 향해 폭력성을 보였다. 아버지에게 폭력을 쓰고 나서도 아버지도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누나와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아버지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식하였다. 나아가 그러한 폭력성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대인관계 갈등 시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약자를 보면 더 폭력을 써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경험을 하였다. 그렇게 자리 잡은 폭력에 대한 인식은 또래 문화에서도 죄책감 없이 행동하였다.

고등학생 때 지금의 제 덩치가 다 자랐을 정도이니 몸은 많이 자랐지만 아버지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어요. 여느 날 처럼 집에 들어오니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또 누나를 때리고 있었어요. 맞고 있는 누나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어요. 그 순간 진짜 그냥 앞뒤 생각이 없었어요. 아버지를 때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있어서 기운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저한테 맞아서 이가 다 나가고 피가 났어요. 죄송하고 뭐고 하는 마음도 전혀 없었어요. 솔직히지금도 같은 상황이면 또 때렸을 것 같아요(주먹을 움켜쥠). 아버지한테 맞으면서 힘이 세다고 해서 가진 게 있다고 해서 술을 먹었다고 해서 약한 사람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도 똑같이 힘이 약한 친구들 때리고 약탈하고 다녔죠. 딱히 죄책감도 없었어요.

3)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길, 그 길에서 도박을 만나다.

연구참여자 A는 습관적으로 폭력을 학습하여 평소에는 잠잠히 지내다가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 경험은 연구참여자 A로 하여금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과도한 경계를 가지게 함과 동시에 아버지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갖게 하였다. 즉, 연구참여자 A는 ‘아버지처럼 학대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그가 처한 환경 안에서는 사람들 간의 친밀한 관계를 맺고 건강하게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하였다. 또한,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아버지의 경제력에 의지하면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서 돈만 가지면 된다는 극단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고는 지위가 높은 사람, 절대자, 돈이 많은 사람 등을 이기는 수단도 돈만 있으면 된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해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은 그 관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의 약점으로 작용하여 분노와 수치심, 심리적인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박이라는 행위에 집착함으로써 심리적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또한, 도박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와 권력을 갖게 하였고 심리적 결핍에 대한 물질적 보상으로 생각하였다.

제가 20대 후반이 되자 아버지는 있던 재산을 모두 다탕진하고 거지가 되다시피 했죠. 연락이 왔을 때 무슨 마음이었는지 저는 제 신용카드로 밥이라도 사 먹으라고 드렸는데 그 카드를 가지고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불러 또 술을 먹고 놀았더라고요(웃음). 저건 인간도 아니다.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지 진짜 죽여버리고 싶더라고요. 그 후에 아버지와 연을 끊고,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했던게 아버지가 주는 학비, 용돈, 먹고 자는 모든 게 아버지 손에 달려있었기 때문에 그런 돈을 받은 제 스스로가 더럽고 비굴하게 느껴졌어요. 무조건 돈만 많으면 아버지를 눌러버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한테 함부로 못할 거라고 돈 버는 일에 집착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여자나 주변 친구들한테 집착해서 살고 그랬는데 사람한테 쏟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사적인 관계는 만들지 않았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만으로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하고 도박이나 주식에 집착했어요.

4)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던 세상, 돈과 도박을 자신의 보호자로 삼다.

연구참여자 A는 다른 사람들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자신만의 일정한 거리 법칙을 만들어 두고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하였다. 피상적인 관계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자신만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왜곡된 신념의 틀 안에서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고자 하였다. 아동기부터 일반적인 관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연구참여자 A는 친밀한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대인관계에서도 실패와 고립감을 느끼면서 점점 사람보다는 도박 행위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을 만났지만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갈등 사이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여 더 가까운 관계를 회피하게 되었다. 신이라는 존재도 절대적 권력자로 군림하였던 아버지와 동일시하여 부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처럼 연구참여자 A는 대인관계에서 다양한 경험과 갈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선별적으로 받아들인 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으로 돈이 전부라고 여기며 도박에 의존하였다.

30대가 되면서 저와는 반대되는 성격으로 여유롭고 너그러운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이 기독교인이었어요. 형을 따라서 교회에 가게 되었어요. 그러나 이상하게 신이 절대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더라고, 신이 도대체 뭘 해줬는데요.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기로 했던 것처럼 종교도 의지하지 말아야겠다고, 사람들은 도박이 비합리적으로 불확실한 거에 건다고 하죠. 저는 도박이나 주식에 나름대로 철저히 분석하고 해석하고 많은 노력을 해요. 오히려 이상한 사람들보다 도박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해요. 이게 나예요.

2. 아버지와 닮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B의 이야기

1) 무서운 폭력 앞에 침묵하는 아이로 자라다.

연구참여자 B는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모습에 압도된 채 아동기를 보냈다.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폭력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침묵하는 아이로 자라났다. 연구참여자 B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하여 가족 안에서 일반적인 이해력으로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없었으므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알아차리기보다는 피해자라고 생각되는 어머니를 위한 맞춤형 아들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에게 두려운 일이 일어나기 전에 타인의 기분부터 맞추거나 눈치를 보는 등 희생자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학습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B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 반면, 자신이 폭력의 두려움에 빠졌을 때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 원망의 대상이었다.

맨날 부모님이 싸우던 모습이 기억이 나요. 그날도 아버지는 밖에서 술을 잔뜩 먹고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엄마는 광에 숨었어요. 무서워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 엄마가 어디 있냐고 무섭게 다그쳤어요. 너무 무서운 나머지 말도 못 한채 엄마가 숨어있는 광 쪽을 향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눈물),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왜 그랬었는지 모르겠어요(눈물). 그 이후로는 사실 기억이 별로 없고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도 집에 갇혀 있을 때가 많았어요. 마치 필름이 끊겨버린 것 같아요. 엄마는 왜 그런 아버지랑 살았는지 몰라요. 엄마 속을 썩이지 않으려고 되도록이면 조용히 지냈어요. 필요한 게 있어도 말하지 않았어요. 없는 아이처럼 조용히 지냈던 것 같아요.

2) 아버지의 죽음으로 폭력은 끝났으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다.

연구참여자 B는 아동기부터 아버지가 술을 마신 후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과 폭언을 할 때마다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어머니를 때리거나 본인을 때리지는 않을까 긴장 속에서 보내다가 실제로 인정사정없는 폭력이 이어졌지만 그 폭력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구참여자 B는 힘이 약한 존재로서 어머니와 자신이 비슷한 처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머니도 어린 자신을 위해서 안전한 보호막이 되지 못하였다는 사실과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정서적으로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을 가지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B가 성인이 되었을 때도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자 우발적으로 폭력으로 맞대응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아버지가 갑자기 자살했을 때 연구참여자 B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원망 등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구참여자 B는 애써 지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앞만 보면서 왔을 뿐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해결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스물여섯 살 때였어요. 일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있던 아버지가 뭘 하러 다니는데 지금 들어오느냐고 따귀를 세 대인가 때렸어요. 순간 갑자기 화를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나도 같이 아버지를 밀치고 때렸어요. 아버지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때리냐?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눈물). 소리를 질렀어요. 어머니가 나와서 말리셨지만 말리는 엄마도 싫었어요. 그 날로 집을 나와서 고시원에서 생활했어요. 그 후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집에 가 보니 우리 집 옥상에 아버지가 목을 매고 매달려 있었고 엄마는 아버지의 다리를 부여잡아 안고 울고 있었어요(눈물). 내가 집을 나가면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내 귓가를 맴돌았어요(흐느낌). 잘못은 평생 아버지가 했는데... 왜... 왜 이런 식으로 나를 괴롭히나 싶어서 원망도 했어요.

3) 폭력적인 아버지와 다른 삶을 갈망하며 도박을 만나다

연구참여자 B는 아버지와 관련된 어두운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결혼을 선택하였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이상적인 아버지가 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시작한 결혼 생활은 자녀에게 좋은 아버지로서의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게 하였다. 술은 일체 입에 대지 않았고 아이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경제력이라고 생각을 하여 아이에게 장난감 및 교육비 지원 등을 위해 돈을 버는 일에 집착하였다. 현재 생활도 크게 부족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를 하게 되자 연구참여자 B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가정과 직장도 잊은 채 점점 더 도박중독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가정을 꾸리면 우리 아이에게는 아버지 같은 폭력적인 사람은 되지 않으리란 마음으로 정말 최고로 해 주며 키웠어요. 나처럼 돈이 없어서 우리 아이를 고생시키지 않고 싶었고 술은 입에도 안 댔어요. 더 많은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 베트남 건설 현장으로 발령을 자처하였어요. 거기서 온라인으로 경마를 하게 되었는데 재미도 있고 돈까지 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도박으로 돈을 더 벌면 생활비에 보태겠다 생각했는데 돈을 잃기 시작하니 본전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더 매달리게 되어 빚은 점점 더 커지게 되었어요. 내가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어요.

4) 죄책감이 커져갈수록 돈으로 보상하고자 집착하다

연구참여자 B는 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도박을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모습이 유사하다고 느껴질수록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박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었다. 돈을 벌면 빚을 갚고 가족에게도 떳떳해질 수 있다는 왜곡된 신념을 더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도박을 이용하였다. B는 가족과 대화를 통해 가족이 원하는 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듣게 되자 가정폭력 경험이 여전히 자신의 내면세계를 지배하다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도박을 하게 된 자신의 과거 삶을 반추해 보고 가정폭력 피해의 희생된 역할과 중독에 빠져들었던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이 처한 현실과 삶을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돌봄과 가치를 찾아가는 변화를 나타내었다.

돈이 많으면 다 보상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도박하지 않는 남편이었대요. 나는 늘 주눅 들어 있었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속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도박을 하면 고통스럽고 지긋지긋했던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는 도피처 같았죠. 남들은 적은 노력에도 갖춘 것들이 많은 데 비해 나는 죽을 만큼 노력해도 잘되지 않았는데 경마에 걸었다가 맞혔더니 쉽게 돈이 벌리는 거예요. 완전 새로운 세상이었죠. 그런데 다 착각이었어요.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고요. 이제 나에 대한 그 시절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도 좀 인정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 같아요.

3. 온 가족으로부터의 외면당한 C의 이야기

1) 가족으로부터 이방인으로 소외되다.

연구참여자 C의 어머니는 연구참여자 C를 낳기 전에는 두 딸을 먼저 낳고 나서 시어머니에게 딸만 둘을 낳았다는 심한 구박을 받은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할머니로부터 받은 상처와 구박에 대한 분노를 포함하여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연구참여자 C에게 투사하였다. 그로 인해 그의 부모와 형제로부터는 태어나면서부터 심한 소외감을 경험했다.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할머니 댁에서 가족과 분리되어 따로 양육됐으며 유일하게 따뜻한 사랑을 준 할머니마저 일곱 살 때 돌아가셔서 큰 상실감과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과 슬픔을 느꼈다. 밖에서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으나 집안에서는 부모님과 누나들의 냉대와 비난 등으로 존재에 대한 무력감을 느꼈고, 가족 공동체 안에서 위축되고 소외된 생활을 하였다. 모든 가족들이 외식을 나갈 때에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였고 가족의 대화에서도 제외되어 아동기에 심각한 가정 폭력과 외상을 경험하였다.

일곱 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세상이 끝난 것처럼 가슴이 아픈 느낌이었어요. 아기 때부터 할머니 댁에서 맡겨져 자랐었고 누나들은 부모님과 살았거든요. 할머니가 엄마 같았고 애착이 많았어요. 유일하게 저를 보고 반겨주고 웃어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요.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을(말을 멈추고 눈시울이 붉어짐)... 엄마랑 누나들이랑 웃고 떠들다가 제가 들어오면 딱 멈추거든요. 외식 나갈 때도 저만 빼놓고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어요. 제가 이방인 같은... 늘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2) 집에서 느끼는 처절한 고립감보다 외부 세상에 정을 붙이다

연구참여자 C는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을 즐겁게 생각하고 활동하였다. 가정에서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바깥에서 어울리는 사람들과 더 즐거운 느낌을 갖게 하였다. 집안에서 누나와 엄마의 기분을 맞추면서 사회적 생존력을 익힌 연구참여자 C의 유순한 태도는 바깥에서 만나는 친구들 및 다른 대인 관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타인의 기분을 맞춰주고 배려하면서 자신의 고집을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거절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의 삶에서 외로움을 경험할수록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민감하고 세심하게 반응하여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 C는 자신의 고립된 처지로부터 벗어나 타인들과 있을 때를 스스로 즐겁거나 편안한 것으로 정당화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였다.

어렸을 때는 엄마 마음에 들고 싶어서 학교에서 간식으로 떡이 나오면 엄마가 떡 좋아하시지 하면서 먹지도 않고 싸 들고 와서 엄마를 드리곤 했어요. 가족들이 저한테 관심이 없고 늘 누나들만 부모님이 챙겼거든요. 저는 뭘 해도 눈에만 띄면 잔소리만 들었어요. 집에 있으면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존재인지... 왜 있어야 하는지.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운동도 하고 독서실도 같이 다니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때 너무 좋았어요. 학교 다니는 게 공부를 떠나서 좀 즐겁게 다닌 것 같아요. 친구들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인정해 주시고 밖에서 어울리는 게 좋았어요.

3) 어머니의 통제를 벗어나고자 도박을 시작하다

연구참여자 C는 어머니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속적인 냉대에 무력감과 경제적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돈을 벌게 되면 가족이 아닌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본인의 동의 없이 급여 관리 및 용돈 사용을 통제하자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경제적 독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돈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돈벌이 수단으로 불법적인 도박을 시작하였다. 도박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도박은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되어서 재정적, 법률적 문제가 생길 때까지 절제하지 못하였다. 도박으로 인한 피해 사실이 드러나게 되자 어머니는 그를 도박중독자라는 낙인을 찍고 종교 활동을 강요했지만 거절할 수 없었고 더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엄마가 돈 관리를 해 주셨는데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었어요. 참고 살다 보니 화가 나고 내가 번 돈인데 내 마음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사회생활하는데도 주눅이 드니깐 짜증이 나더라고요. 동료가 도박하는 걸 보다가 몇번 걸었는데 처음엔 계속 땄어요. 돈이면 엄마한테 잔소리 들으면서 용돈을 안 받아도 되니깐 용돈벌이 목적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따서 밥도 사고 커피도 사고 사람 구실하며 사는 것 같았거든요. 독립적으로 살 수 있었고 돈도 벌고 가족들의 간섭도 없어서 좋았어요. 그러나 잃게 되자 엄마가 돈 관리를 하니 말도 못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거짓말하고 돈 빌리고 심지어 회사 돈에도 손을 댔어요. 결국에 감당할 수 없어 엄마 아빠한테 알려졌죠. 우리를 기만했다고 더 철저히 저를 감시하고 관리하기 시작하셨어요. 더 힘들었던 건 네가 죄를 지었으니 엄마 뜻대로 하라는 거였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회에 가서 새벽 기도를 하고 봉사를 해야 했어요.

4) 내 존재의 의미를 도박에서 찾다

연구참여자 C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경험하였고 가족의 일방적 의사소통 방식에 의해서만 양육되자 스스로가 본인 존재에 대해 부정하고 신뢰하지 못하였다. 어머니의 차별과 편애는 세뇌에 가까웠고 성인이 된 지금도 가족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생각하였다. 이에, 어머니의 간섭 없이 도박으로 돈을 땄을 때가 본인 능력이며 성취감을 들게 하였고 무력한 현실을 벗어나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가족이 부정적인 평가를 할 때마다 눈치를 살피고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일관되게 무시되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정상인데 본인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돈을 벌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독립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박이라는 맛에 빠져들게 되었다.

누나들은 지독한 공부 벌레였고 뜻대로 안되면 거품 물고 쓰러졌어요. 부모님은 누나처럼 공부 좀 하라고 닦달하셨죠. 넌 방 청소도 안 하고 왜 먹어도 치우는 게 그러냐고 했는데 사실은 누나들은 본인이 쓴 수건 하나도 엄마가 다 치워주셨거든요. 집안일도 하고 누나들 심부름도 하고 공부도 했지만 한 번도 좋은 소리 못 들었어요. 왜 너는 이정도밖에 못 하냐. 누나 둘이랑 저랑 셋이 같은 날 졸업식이 있었어요. 엄마랑 아빠가 누나들 졸업식에 한 명씩 가고 제 졸업식엔 안 왔어요(눈물). 우리 집은 부모님도 성실하시고 누나들도 다 괜찮은데 이 집에 내가 화근이에요. 그러다가 돈을 땄는데 엄마랑 누나한테 선물도 사 주고 뭐가 된 것 같았어요. 결국 도박한 거 다 알게 되었고 저라는 인간이 진짜 싫었고 엄마도 싫었고... 그런데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구나.

논 의

본 연구는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및 도박 경험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문제도박자의 관점에서 도박중독에 대한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고자 내러티브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 경험의 의미를 구체적이고 관계적인 요소로써 의미 있게 배열하여 ‘다시 이야기 하기’과정 삼차원적(상호작용, 연속성, 상황) 탐구 공간 방식[16]에 의거하여 해석하고 논의를 기술하였다.

1. 상호작용(개인적/사회적)

문제도박자이면서 아동기 가정폭력을 경험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으로부터 도박을 만나게 되는 과정 및 개인 삶의 의미에 대한 심층적 내러티브 탐구방법[18]으로 진행하였다.

1) 내부적으로 갇힌 개인적 공간: 내 존재의 고통

개인적 공간 존재 의미에서는 문제도박자들의 아동기에 경험한 가정폭력과 스스로 그 경험의 의미를 개인 내부적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 개인적 공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안전한 환경 및 관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아동기에 심각한 가정폭력 속에서도 두려움 및 우울, 불안, 분노, 무가치성 등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다. 그들의 고통이나 상처에 대해서 구조해 줄 보호자의 부재 및 옳은 판단을 해 줄 자원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외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는 Tice 등[5]의 선행연구에서 아동기에 경험하는 가정폭력은 심리적 고통을 제대로 해석하고 처리할 수 없게 하며, Blaszczynski와 Nower [6]와 Anderson과 Brown [7]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심리적 도피처로 중독 행위 등 외부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는 연구결과와도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연구참여자 A는 아버지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고 힘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폭력으로부터 누나와 어머니를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하였다. 연구참여자 B는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가엾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당한 요구가 필요해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는 착한 자녀로 자라났다. 연구참여자 C는 생애 첫 번째 기억이 가족의 편애와 미움으로 시작이 되었으므로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가족에 의해 통제되고 조작되어 스스로는 잘못 태어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Cleaver와 Unell [27]은 아동기에 가정폭력 경험을 한사람은 과도한 책임감으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자기의 내면과 감정은 돌보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삶을 살게 되는 것으로 유사하였다. 연구참여자 A의 “다 제가 잘못해서 맞는 줄 알았어요”, 연구참여자 B의 “없는 아이처럼 조용히 지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C의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존재인지” 등의 표현 등이 내부적으로 갇힌 개인적 고통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연구참여자 모두 안전하지 않은 집안에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가정폭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불안과 긴장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혼자만의 고통 속에서 지내왔다. 결국, 연구참여자들 모두 어린아이로서 마땅히 보호받을 존재들이었지만 반대로 보호자로 행동하고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좌절과 무력감이 생겨서 죄책감과 열등감으로 이어져 불행한 아동기가 정상적인 인격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Dowling 등[4]의 연구와도 유사하다.

2) 외부적으로 적응된 사회적 공간: 고통에 불건강한 대처방법

사회적 공간 존재 의미에서는 문제도박자들이 아동기에 경험한 반복적인 가정폭력 경험이 또 다른 대처 방법으로 인식되고 인식된 정보는 그들의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상호 작용의 과정으로 반영이 된다는 Dowling 등[4]의 연구와 Groves [12]의 결과와도 유사하였다. 가정폭력이 점점 만성화되면서 신체적 폭력은 익숙한 장면이 되었고 학습된 폭력성은 사회적 관계에서도 폭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족의 불건강한 역동으로 갈등이 생길 경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목격한 성인의 공격적인 행동을 학습하여 대물림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13]. 이를 살펴보면 연구참여자 A와 B는 아동기에 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면서 대인관계에서도 급격한 기분 변화를 자주 느끼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연구참여자 A는 힘이 약한 친구들에게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친구들에게 폭력을 써서 원하는 것을 얻고 아버지에게도 폭력으로 대응하면서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였다. 연구참여자 B도 아버지의 폭력에 자제력을 잃었으며 돈과 권력이 있다면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연구참여자 C도 가족의 방임과 편애로 인한 정서적 폭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신하고 의존적이었다. 가족의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피상적으로 소통하고 심리적 즐거움을 찾고자 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아동기에 심각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경우에는 불건강한 대처 방법을 학습하고 건강한 성격과 인격이 발달하기에 어려워져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부정적으로 발현되는 결과와 유사하였다[12].

특히, 연구참여자 모두 가정폭력으로 인한 개인 심리적 고통을 외부적으로는 타인과 피상적 관계를 맺거나 인정받고자 과도한 노력을 하고 공격성을 합리화하면서 돈이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는, 연구참여자 A의 “약한 사람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도 똑같이 힘이 약한 친구들 때리고 약탈하고 다녔죠”, 연구참여자 B의 “속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C의 “실제로 따서 밥도 사고 커피도 사고 사람 구실하며 사는 것 같았거든요” 등의 표현 등이 외부적 공간에서 살아내는 대처 방법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아동기 가정폭력의 외상 경험은 사회적 공간에서는 폭력의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나고자 피상적인 대인관계를 맺거나 폭력으로 대처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무시한 채 사회화되는 과정으로 유사하였다[6-8]. 이로써 심리적 고통과 폭력을 벗어나 재정적 독립을 이루는 것만이 전부라고 인식하고 도박을 통해 삶의 가치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가족으로부터 폭력과 외상 경험을 한 사람은 행동적, 정서적, 중독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6,8,13]와도 일치한다.

2. 연속성(과거: 아동기의 경험/현재: 도박하는 나/미래:가족과 분리하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

내러티브의 사실과 개인의 경험은 새로운 경험과 오래된 경험에서 끊임없이 반복이 된다[18]. 연구참여자들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과 그 경험으로부터 변화는 반복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사실과 경험으로 계속 새롭게 조정되고 순환이 되어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이해의 연속성을 보였다.

아동기의 가정폭력 경험은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무력감을 안고 아버지로부터 다른 가족을 구해 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등 미해결된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 과거 아동기의 고통스러운 가정폭력 경험은 연구참여자들의 심리적 회피와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현재의 공간에서 도박 행위로 이어졌다. 아동기의 가정폭력과 소외감으로부터 불안, 자존감 저하, 무력감, 열등감, 분노 등 만성화되어 스스로는 인지조차 어려운 복잡한 감정으로 내재화[13]되는 부분과도 일치하였고 현실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학습되어 익숙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8]. 스스로 마음이 다치기 전에 타인과의 거리감을 형성하고, 아버지의 폭력과 가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경제력에 의존되어 있었다고 느끼면서 돈이 사람의 가치를 정하는 절대 조건으로 해석하여 강박적으로 도박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부정적인 대처법을 닮은 채 살아가는 Dowling 등[4]의 결과와도 유사하다.

연구참여자 3인은 아동기 가정폭력 및 외상 경험을 나누면서 스스로의 삶의 순환성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기 경험의 합리화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고 전체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분리하여 가치관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17,21]. 이는, 연구참여자들의 면담 전반부에서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의 고통스럽고 무력했던 자기중심적 내용이 주를 이룬 반면에 후반부 내용에서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수용해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구참여자 A의 “이게 나예요”, 연구 참여자 B의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고요”, 연구참여자 C의 “엄마도 싫었고 그런데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구나” 등의 표현 등이 개인 내부에 있는 의미 구조를 이해하고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현재의 도박이나 정서적 회피 및 폭력 등의 부정적 대처방식에서 벗어나 개인 심리적으로 변화하는 내러티브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3. 상황(다시 살아내기)

앞서 상호작용과 연속성을 통해 연구참여자 3인의 삶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였다. 본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이해한 대로 전달하면서 그들과 공동으로 경험의 사실과 의미 구조를 확인하고 이해하였다. 동일한 과거의 사건일지라도 다시 살아내기 상황에서 제시되었던 경험적 사실들은 삶 전체에서 적응 변화를 보였다.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 모두 아동기에 가정폭력 경험에 노출되는 공통된 경험을 하였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오히려 가족에게 심각한 폭력을 당해도 구해줄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었으며 가정폭력으로 죽음에 가까운 신체적, 정서적 고통은 물론이고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끔찍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구참여자 모두 재정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동기를 스스로가 어리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어른이 되면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와 같은 정서는 연구참여자 A의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게 아버지가 주는 학비, 용돈, 먹고 자는 모든 게 아버지 손에 달려있었기 때문에 그런 돈을 받은 제 스스로가 더럽고 비굴하게 느껴졌어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Park 등[9]의 연구에서 가정폭력을 벗어나기 위한 재정적인 독립 욕구는 개인의 이상화된 삶과 돈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하였고 쉽게 도박에 현혹되고 의존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연구참여자 C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심각한 고부 갈등 상황에서 태어나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라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원가족으로부터 심각한 차별과 소외감을 경험하면서 정서적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의 진술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이는 Harman 등[28]의 정서적 폭력은 소외감 및 무가치감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참여자 모두 대인관계 대처법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거나 심리적 회피를 통해 자신을 방어하였고, 도박의 의미는 가족의 재정적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였다. 즉, 아동기에 가정폭력의 경험으로부터 다시 살아내고자 그 빈자리를 도박으로 채우는 삶을 살았고 가족에 대한 복수심과 죄책감을 해결하고, 인정에 대한 심리적 보상으로 도박에 집착하였다. 본 연구참여자들의 상황적 특징은 고통스럽고 어려운 가정폭력 상황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들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내기를 해 온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본 연구자는 인간의 경험을 다루는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논리 과학적 실증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제도박자 관점에서 삶의 경험을 최대한 판단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실제 문제도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방법에 근거하여 탐색해 본 결과 연구참여자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는 실제의 가정폭력 경험이 삶의 전 과정에서 현재의 도박문제와 연관되어 있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개인 내부의 의미 구조를 소수의 내러티브만으로 전체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더 많은 문제도박자들의 경험을 탐색하고 도박의 의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험적 자료를 수집하고 계량화하는 통계적 연구와 이론 개발을 통해 개인의 의미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문제도박자들의 자기 경험 개방성은 중독 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공통적으로 진술되었기에 이 부분의 경험적 본질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현상학적 질적연구를 통해 문제도박자의 경험과 회복의 의미, 구조, 본질을 심도 있게 탐구하여 상담 치료 개입에 활용할 것을 제언한다.

결 론

본 연구는 아동기에 경험한 가정폭력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방법을 통해 경험을 기술하고 도박과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아동기의 가정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재정적 독립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도박을 하고 돈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하였다. 대인관계에서는 폭력, 회피, 의존 문제와 더불어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였으며 자기 합리화 및 도박 행위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적 대처 방법을 사용하였다. 즉, 문제도 박자의 아동기 가정폭력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개인의 삶에 중대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외상 경험이었다. 문제도박자가 중독에서 회복하는 길은 단순히 중독 만을 끊는 것이 아니며 과거 외상 경험의 심리적 걸림돌을 구별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온전한 회복에 이를 것이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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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N=3)

Characteristics Participant A Participant B Participant C
Age (year) 31 39 33
Gender Male Male Male
Marital status Single Married Single
Education level Bachelor's degree High school graduate Bachelor's degree
Occupation Sales Engineer Sales
Religion None None Christianity
PGSI score 19 25 24
Gambling period 9 years 4 years 6 years

PGSI=Problem Gambling Severity Index.

Table 2.

Meaning of Gambling in of Problem Gamblers who Suffered from Domestic Violence in Childhood

Participants Domestic violence experiences Psychological state after domestic violence experience How to cope with life after experiencing domestic violence Meaning of gambling
A Physical violence Emotional violence Home is not safe Committing the Violence A way of breaking away from the father
Depression Bullying the weak
Unable to empathize A way of avoiding violence
Hit Verbal abuse Anxiety Having superficial relationships A way of escaping from depression and anxiety
Beaten using a tool Disregarded, insulted and blamed Anger Hating a person similar to the father A way of not being disregarded by other people
Wounded on the body Witnessing inter parent violence Shame Becoming to have Mammonism Something to replace his anger
Bruised Witnessing the mother murdered by the father Guilty (e.g. Money is freedom and power) A reasonable means
Caught while trying to run away Neglect Having dichotomous thinking
Kicked out of home Financial neglect Committing illegal acts
Locked up
B Physical violence Emotional violence Home is not safe Unable to express one's opinion A way of breaking away from the father
Depression Unable to empathize A way of avoiding violence
Hit Verbal abuse Anxiety Trying to read people's faces A way of escaping from fear, depression and anxiety
Slapped on the face Witnessed inter parent violence Blunted affect Assuming the role of a victim A way of becoming a good father
Wounded on the body Father's drunken behavior Fear Being obsessed to become a rich father Compensation for the family
Bruised Witnessing the father dead from hanging himself Ambivalence Committing the violence
Locked up Neglect Shame Having dichotomous thinking
Financial neglect Guilty Committing illegal acts
C Physical violence Emotional violence Home is not comfortable Dependent on others people's reactions A way of breaking away from the mother
Isolation Cannot say “no” A way of avoiding cold shoulder
Locked up Neglect Worthless Two-faced behavior A way of escaping from depression and anxiety
Blamed Anxiety Being obsessed to acknowledgement A way of satisfying the desire to be acknowledged
Being treated discriminately by mother Financial violence Depression Only economic independence can be acknowledged
Forced religion Lack of affection Telling lies Peasure
Financial neglect Ambivalence Committing illegal 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