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국내 논문을 통합적 고찰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통합적 고찰은 질적연구, 실험연구 및 조사연구 등 다양한 설계의 논문을 고찰 대상에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정 신질환자 자녀와 관련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고찰 방법이다.
본 연구에서 통합적 고찰은 Whittemore와 Knafl [
18]의 5가지 단계 지침에 의해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는 문제 명료화(problem identification) 단계로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 건강에 대한 체계적 검토의 필요성에 따라 연구의 구체적 목적을 명확히 하였다. 두 번째는 문헌 검색(literature search) 단계로 명확한 목적에 준하여 문헌 검색과 선정의 범위를 좁히고 자료의 적절성 및 명확성을 확보하고 이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세 번째는 자료의 평가(data evaluation) 과정으로 앞서 선정한 논문을 연구의 목적에 따라 평가하였다. 네 번째는 자료 분석(data analysis) 단계로 일차 자료에서 얻어진 자료를 매트릭스를 기술하여 통합하였다. 마지막은 자료기술(presentation) 단계로 자료분석 내용의 통합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시하였다.
2. 연구대상
연구자 2인은 모임과 논의 과정을 통해 연구의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의논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국내에서 보고된 정신질환자 자녀와 관련한 연구 동향은 어떠한가?’이다. 핵심 연구문제의 구성요소(Population, Intervention, Comparisons, Outcomes, PICO)의 경우, 연구대상자(population)는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였으며, 중재(intervention)는 해당 연구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모든 중재를 포함하였다. 대조군(comparisons)은 단일군 사전사후 중재 연구까지 모두 포함시켰으며 중재결과(outcome)에 따른 결과 변수에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정신의료 체계 및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며, 국내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정신질환자 자녀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국내 연구로 제한하였다. 정신질환자 자녀에 대한 국내 연구의 희소성을 고려하여 연구의 발표 년도는 제한하지 않았다. 또한, 정신질환자 부, 모, 부모를 모두 포함하였으며 부모의 진단명, 자녀의 성별과 연령, 부모와 자녀 모두의 결혼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연구의 질을 보장하기 위하여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제외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선정기준
•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한국어 논문(original research)
• 연구대상자가 정신질환자의 자녀인 논문
2) 제외기준
• 부모의 질병이 정신질환이 아닌 경우
• 정신질환자 부모, 배우자만 대상으로 한 경우
• 출판되지 않은 학위논문 및 고찰 논문
3. 자료수집
자료수집기간은 2021년 3월8일부터 3월 31일까지이며, 국내 데이터베이스인 한국학술정보(Korean Studies Information Service System, KISS), 학술연구정보서비스(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 RISS),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Korean Medical Database, KMbase),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National Digital Science Library, NDSL), 학술정보포털(DBPia),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KoreaMed)의 6개 엔진을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자료 검색에 사용된 주요 핵심 단어는 ‘정신질환’, ‘정신장애’, ‘아동’, 자녀’, ‘부모’,’정신건강’, ‘스트레스’, ‘어려움’, ‘경험’, ‘정신병적 장애’, ‘정신분열병’을 조합하여 사용하였다. 추가적으로 원문을 확인하는 과정 중 참고문헌을 확인하고 수기 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색식은 통제어를 설정하지 않았으며 정신질환자 자녀를 표현하는 검색어로(‘정신질환’ or ‘정신장애’ or ‘정신병적 장애’ or ‘정신분열병’) AND (‘아동’ or ‘자녀’ or ‘부모’)으로 검색하였으며 나머지 핵심 단어를 추가로 조합하여 검색하였다.
초기 검색된 논문은 KISS 52편, RISS 175편, KMbase 8편, NDSL 46편, DBPia 198편, KoreaMed 141편으로 총 620편이었다. 이 중 중복된 논문 111편을 제외하고 연구 제목과 초록을 통해 적합하지 않은 494편을 제외하였다. 이 후 학술대회발표집, 문헌고찰 등 원저가 아닌 경우 2편, 부모의 장애가 정신질환이 아닌 경우 2편과 연구대상자가 자녀 외의 부모, 형제와 같은 다른 가족들을 모두 포함한 경우 1편을 제외하고 10편이 선정되었다. 원문을 탐색하는 중 수기 조사로 4편의 논문을 추가 선정하여 문헌의 질 평가를 위한 14편의 논문이 선정되었다(
Figure 1).
4. 선정 논문의 질 평가
자료수집 절차를 통해 선정된 14편의 논문의 질 평가는 Joanna Briggs Institute (JBI)의 Critical Appraisal Tools [
19]를 이용하여 시행하였다. 연구방법에 따라 조사연구는 Critical Appraisal Checklist for Analytical Cross Sectional Studies의 8가지 항목으로 평가하였다. 중재연구의 경우 Checklist for Quasi-Experimental Studies의 9가지 항목으로 평가하였다. 질적연구는 Checklist for Qualitative Research의 10가지 항목을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세가지 도구 모두 각 항목에 대하여 ‘예’, ‘아니오’, ‘불명확함’, ‘해당 없음’으로 평가하였다. ‘예’인 경우 1점을, ‘아니오’와 ‘불명확함’인 경우 0점을 주었다.
‘예’인 항목의 개수가 과반수 이상인 경우 연구 오차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였고, 14편의 논문 중 13편이 과반수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나, 1편의 중재연구에서 질 평가 점수가 낮게 측정되었다. Whittemore와 Knafl [
18]은 통합적 고찰에서 논문의 선정기준과 제외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선정된 연구의 질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에 문헌을 제외하기보다는 의미부여를 낮게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하였다. 이를 근거로 질 평가가 낮게 측정된 1편도 본 통합적 고찰의 연구목적, 선정기준과 제외기준에 합당하다고 판단하여 분석대상 논문으로 포함하였다. 이에 최종적으로 14편의 논문이 분석 대상에 선정되었다. 구체적인 질 평가 내용은
Table 1과 같다.
연구결과
1. 선정된 문헌의 일반적 특성
14편의 연구의 출판 년도는 1998~2003년 사이에 5편(35.7%), 2004~2008년 사이에 2편(14.3%), 2009~2013년 사이에 2편(14.3%), 그리고 2014~2020년 사이에 5편(35.7%)으로 집계되었다. 연구설계의 경우 14편의 연구 중 9편(64.3%)이 조사연구, 2편(14.3%)이 중재연구, 3편(21.4%)이 질적연구로 확인되었다. 아직까지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질적연구와 중재연구는 제한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대상자 측면을 살펴보면, 부모의 정신질환을 조현병으로만 제한한 연구가 5편(35.7%), 양극성 장애로만 제한한 연구가 2편(14.3%), 그리고 조현병 및 양극성 장애를 포함하며 다른 여러 정신질환을 모두 포함시킨 연구가 7편(50.0%)이었다. 조현병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다른 정신질환군에서 보다 더 많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14편의 연구 중 10편(71.4%)에서 부모의 평균나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1편(7.1%)에서 35~40세에 속했으며, 3편(21.4%)에서 평균나이가 40~45세 사이에 속하였다. 한편, 자녀들의 평균나이는 1편(7.1%)에서 10세 미만에 속하였으며, 11편(78.5%)의 연구에서 10~15세 사이에 속하였고, 20~30세 사이에 속하는 연구와 평균나이가 확인되지 않은 연구가 각각 1편(7.1%)씩으로 확인되었다. 자녀들의 평균 나이를 확인함으로써 대다수의 연구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1편의 연구만 성인자녀를 대상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신질환자 부모의 성별에서는 10편(71.4%)의 연구가 부모의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아버지나 어머니 중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연구를 진행했으며, 3편(21.4%)에서 정신질환자 어머니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1편(7.1%)의 질적연구에서 정신질환자 아버지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하였다(
Table 2).
2.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
대다수의 연구에서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의 정신건강의 취약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에서 25.0%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41.6%에서 정신건강 주의군에 속해 있었으며, 정신건강 고위험군에서는 추적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실제로 치료적 개입을 받는 아동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였다[A9]. 반면, 한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자 자녀가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에 비해 상태 불안은 높았으나 특성불안과 우울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A3]. 이는 정신질환자 자녀군의 자기개념척도에서 지적 및 학업상태(intellectual and school status)와 인기도(popularity) 척도가 높게 나타난 점에서 정신질환자 자녀 군의 학업적 능력 등이 부모의 정신질환의 영향에 대한 보호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A3]. 한편, 정신질환자 부모의 질병 이환 시기와 자녀의 나이와의 상관관계에서 부모의 병이 3세 이하에 발병한 경우에서는 불안의 정도가 더 높고 가족 생활에 이용되는 규칙과 방법들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고되었다[A3].
연구대상자 측면에서, 조현병 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모가 조현병인 자녀에서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자녀군이나 정신질환을 진단받지 않은 부모의 자녀군보다 지속적 주의력에서 결손이 있음이 나타났다[A1]. 한편, 얼굴표정 인식을 통해 ‘기쁨, 놀라움, 두려움, 경멸, 분노, 슬픔’ 등의 정서를 명명하는데 있어서 손상이 있는 여부를 파악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 자녀가 다른 진단군과 비교 시에 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A5].
부모의 성별 중 어머니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조현병 어머니를 둔 자녀에서 사회적 위축, 신체증상, 우울/불안, 사회적 미성숙, 사고문제, 주의집중 문제, 비행, 공격성, 내재화 문제, 외현화 문제에서 문제 행동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A2]. 조현병 어머니의 양육태도는 정신질환이 없는 어머니에 비해 돌봄(care)이 적고 과보호(overprotection)가 많은 형태를 보였고, 이러한 양육태도는 자녀의 우울, 불안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는데[A2], 이는 주요 우울증과 양극성 정동장애 어머니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어머니의 돌봄이 적고 부모의 과보호가 많이 보이는 경향으로 일치하게 나타났다[A4]. 여성정신질환자 자녀 중 정신건강문제가 높은 점수군에서 어머니의 증상 정도가 더 높게 났으며, 사회적 지지, 모자관계, 부부관계가 낮게 측정되었고 경제 수준을 낮게 지각하고 어머니의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A6].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어머니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서 자녀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취약함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정신질환자 부모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자녀의 정신병리, 자기개념, 가정환경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A3].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의 정신질환의 여부를 확인한 연구는 부모가 양극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대상한 연구만 2편이 있었으며 2편에서 모두 자녀의 50.0% 이상에서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정신의학적 질환을 진단 받았고, 자녀들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신질환의 발병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다[A7, A8]. 또한, 정신과적 질환의 유무와 관계없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과 불안도 높게 나타났다[A7](
Table 3).
3.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질적연구
정신질환자 자녀의 관점에 바라본 질적연구에는 조현병 부모를 둔 자녀를 중심으로 부모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정을 분석한 연구[A12], 조현병 아버지를 둔 자녀 3명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A13]와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건강과 관련한 삶의 질에 대해 파악한 연구[A14]가 있었다. 정신건강 관련된 특성을 살펴보자면,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들은 정신질환이 있는 부모로부터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며 신체적, 심리정서적 안전에 위협을 받았으며[A12,A14], 우울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고 심한 경우 죽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A14], 매일 자살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보고하였다[A12].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부모의 병에 대해 외부에 숨기고 말하지 못하였다[A12,A13]. 그러나 정신질환자 부모로 인해 심리정서적으로 혼란감을 경험함에도 가족이기에 정신질환자 부모가 소중하며[A14], 병에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었다[A13]. 또한, 일부 정신질환자 자녀에서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고 있었고[A14], 위축된 모습과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기도 하였다[A12](
Table 3).
4.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재연구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재연구는 2편으로 모두 단일군 사전-사후 연구로 진행되었다. Park [A10]의 연구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으로서 사업 계획, 준비, 진행, 평가 단계까지 1년 7개월의 과정이었으며 그 중 중재 프로그램은 약 6개월간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자아성장 프로그램 8회, 정신건강교육 4회, 음악치료 2회, 싸이코드라마 2회로 회기당 1~2시간씩으로 구성되었으며, 추가적으로 부모와의 캠프, 멘토링 등이 제공되었다. 자아존중감척도, BDI (Beck’s Depression Inventory)와 BAI (Beck’s Anxiety Inventory)로 사전 사후 검사를 시행하였다. 11명의 연구참여자 중 최종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참여한 4명만 평가하였으며 전체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높아지고 우울과 불안이 감소하였다.
Lim과 Heo [A11]의 연구는 3개월간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아동의 회복탄력성 증진을 위해 각종 놀이와 활동으로 매회 2시간씩 총 12회기로 구성되었다. 아동의 회복탄력성과 행복 감척도로 사전 사후 검사를 시행하였고, 참여관찰일지를 이용하여 프로그램 참여 대상 아동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분석하였다. 중도 탈락자 1명을 제외한 총 8명의 중재 결과를 분석하였고, 아동의 행복감은 상승하였으나 회복탄력성에는 차이가 없었다. 반면, 참여관찰일지에서는 프로그램 중반 이후 향상된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로 변화가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Table 3).
논 의
본 연구는 국내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과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통합적 고찰 연구로, 총 14편의 논문이 포함되었다. 출판 년도를 제한하지 않고 국내 연구를 전수 조사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 자체가 전반적으로 많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연구는 비교적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었지만, 정신질환자 자녀의 관점에서 탐색한 질적연구와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중재 연구는 특히 더 부족한 실정임을 알 수 있었다. 연구대상자의 측면에서는 부모의 정신질환을 조현병으로 제한한 연구가 많은 편이었고 그 외에는 과반수의 연구에서 조현병,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증과 같은 중증정신질환 및 기타 다른 정신질환을 모두 포함하여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정신질환마다 특성과 증상의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여 정신질환 별로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인자녀를 대상으로 한 한편의 연구를 제외하고 나머지의 연구는 모두 학령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는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잠재적 취약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필요에 따라 예방적 중재나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점으로 시사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국내에서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성인자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정신질환자 부모와 함께 살아온 경험이 추후 성인기의 삶과 정신건강에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20],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중재가 개입되지 않은 채 부정적인 심리정서가 누적되어 살아온 성인 자녀에서도 정신건강 문제를 선별하고 알맞은 정신건강서비스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특성을 보면 대부분의 연구에서 정신질환자 자녀의 우울감, 불안감 및 여러 정신건강 문제 행동을 보고 하였다.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에서 25%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나타나 추적관리가 필요하였으나 직접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가 적었던 선행연구결과를 통해[A9] 정신질환자 자녀들이 지역사회 기반의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체계와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제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정신질환자 자녀가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에 비해 특성불안과 우울에는 차이가 없음을 보고한 연구결과에서는 정신질환자 자녀의 자기개념척도에서 지적 및 학업상태와 인기도가 높게 나타났는데[A3], 이를 통해 이러한 긍정적인 자기개념 요소들이 부모의 정신질환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할 수 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확인한다면 하나의 중재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선행연구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잠재적인 문제 요소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면, 추후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증진시킬 수 있는 보호 요인과 자녀들의 강점을 파악하여 이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 편의 연구에서 정신질환자 부모의 병이 자녀가 3세 이하일 때 발병한 경우 불안의 정도가 더 높게 측정되었는데 부모와의 분리-개별화 과제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와의 신체적, 심리적 분리에 더 취약할 수 있기에 불안의 정도가 더 높게 측정된 것으로 해당 연구에서 논의되었다[A3]. Bowlby의 애착이론에 따르면, 영유아 시기에 주 양육자와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고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성인기 정신건강의 기반이 된다[
21]. 즉, 영유아 시기의 주 양육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돌봄이 매우 중요한 반면, 정신질환자 부모의 경우 양육의 기술과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신병적 증상이 자녀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2].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선진국에서는 만 1세 이하의 자녀와 정신질환자 어머니가 함께 입원하여 어머니와 자녀가 모두 집중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MBU (Mother-Baby Unit)와 같은 병동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MBU에서 치료를 받으며 자녀 돌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정신질환자 어머니와 자녀의 상호작용이 호전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23]. 이와 같이 국내에서도 정신질환자 부모와 자녀들의 발달 단계 별 특성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제도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어머니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자녀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행동 문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어머니의 양육태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질환자 어머니는 돌봄(care)이 적고 과보호(overprotection)가 많은 양육 경향을 보였다. 또한, 여성정신질환자 자녀 중 정신건강문제가 높은 군에서 어머니의 증상 정도가 더 높게 났으며, 사회적 지지, 모자관계, 부부관계가 낮게 측정되었으며 경제 수준을 낮게 지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어머니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서 자녀들의 정신건강이 취약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정신질환자 부모의 성별에 따른 자녀의 정신병리나 자기개념 및 가정환경 인식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주 양육자였던 사회적 환경에서 아버지도 자녀 양육에서 미치는 역할이 커진 변화로 보이는 이유일 수 있다[A3]. 그러나 선행연구에서는 어머니가 정신질환자인 경우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주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을 대리 수행하였고 어떻게 정신질환자 자녀들이 영유아기 시절부터 돌봄을 받고 성장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자 어머니를 대신 한 대리양육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시사되며, 가족 구조에 따라 실제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확인하고 제공함으로써 정신질환자 자녀가 대리양육자에게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자녀의 정신질환 이환 여부와 관련해서는, 양극성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자녀에서 정신질환 발생의 위험성이 높음이 시사되었다. 그 외 다른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에서는 정신건강문제를 파악하는데 그쳤으나,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요소가 많이 보고되었고 이는 추후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신질환자 자녀를 위한 예방적 차원의 선별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시사되며 선별검사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성 정도에 따라 선택적인 관리를 위한 정책이나 중재 프로그램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자 자녀들을 위한 중재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녀들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자녀들의 관점에서 수행되는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이었던 질적연구 3편에서 자녀들은 정신질환이 있는 부모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였고, 부모의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우울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고 매일 자살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보고하였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자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환경적 취약성을 알 수 있으며, 성장과정 중 혼란감, 우울감 등을 경험하며 정신건강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부모의 병에 대해 외부에 노출하기를 꺼려했으며, 이로 인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Källquist와 Salzmann-Erikson의 정신질환자 자녀의 경험에 대한 질적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자녀들은 정신질환자 부모와 함께 살아온 경험이 추후 성인기의 정신건강과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보고 하고 있으며, 일부는 본인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향후 정신질환을 갖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고하였다[
11]. 이러한 연구결과는 추후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간호중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입할 때 정신질환자 부모의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정신병적 증상 발현 시 적절한 대처할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시사되며, 나아가 정신건강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정신건강서비스를 연계해야 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 정신질환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중재 연구는 전반적으로 미흡하였다. 본 통합적 고찰에서는 2편의 논문에서 중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모두 연구설계 측면에서 단일군 사전사후 설계로 중재의 효과를 실재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사전사후 측정에 최종적으로 참여한 연구대상자 수도 각각 4명, 8명으로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연구대상자가 정신질환자 자녀만 모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하여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보고하였다[A11]. 이는 연구대상인 학령기 자녀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부모의 질병에 대해 노출하기를 꺼려하는 것과 같은 제한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Lee와 Park의 국내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고찰 연구에서 포함된 5편의 논문 모두 표본 수가 평균 15명 전후로 통계적 유의성을 얻기에 부족하였고, 이러한 결과는 정신질환자 자녀를 대상군으로 선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을 뒷받침해준다[
24]. 그러나 또래 지지(peer support)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의 정신질환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해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또래가 있음을 알게 되고[
25], 자존감, 부모와의 관계, 사회적 지지 등이 향상되고 부정적 인식, 우울감 등이 호전되었다는 선행연구결과[
16]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정신질환자 자녀들을 중재에 참여시킬 수 있는 노력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필요할 것이다. 이 외에도 가족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중재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16], 국내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정신질환자 자녀를 지속적으로 선별하고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중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이 정신질환자 자녀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국내 연구를 통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잠재적인 문제점과 보호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정신질환자 부모를 둔 자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정신보건의료인의 시야를 넓힐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나 임상현장에서 간과될 수 있는 정신질환자 자녀들에 대한 잠재적인 문제 요소를 선별하여 적절한 정신보건서비스로 연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신질환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질적연구와 중재 연구는 특히 부족한 실정이었는데, 향후 정신질환자 부모와 함께 살아온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어야 하며 자녀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중재연구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나 임상현장에서 정신질환자와 그 자녀들을 가장 근접하게 만날 수 있는 정신간호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간호사들이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자녀들의 어려움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다면 시기적절한 개입이 가능할 것이고, 이는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에 필수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취약점을 인지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자 자녀들의 요구도와 강점을 파악하여 간호중재 프로그램에 기반이 될 수 있는 추가 간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시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