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의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조기발견이 중요하며, 미치료 기간이 길수록 정신병적 증상과 사회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6]. 국내 초발정신질환자의 약물치료 1년 이내 증상 관해율은 약 64%로 높게 나타났지만[
17], 초발정신질환자의 첫 입원 후 정기적인 외래 이용률은 42.8%로 저조하였다[
18]. 본 연구는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자의 경험을 통해 사례관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이에 최종적으로 도출된 ‘사례관리의 역량’, ‘기초센터의 운영체계’, ‘광역센터의 컨설팅과 모니터링’, ‘정부의 지원 정책’ 등의 요인을 기반으로 초발정신질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회복에 이르기 위한 사례관리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째, 사례관리자의 역량이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조기정신증의 개념에 대한 사례관리자의 인식은 STEP 실무자 교육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었다. 이는 정신건강전문요원조차 조기정신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며, 추후 정신증의 조기 개입에 대한 지역사회 실무자 교육을 확대해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참여자들은 STEP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는 사례관리자의 자기효능감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에 연구참여자들은 만성정신질환자의 높은 사례부담률로 인해 소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대상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정상화 개념(normalization)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정상화 개념은 정신병적 증상을 경험하는 대상자가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 아니며, 증상이 아닌 문제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조기정신증의 개념은 초발정신질환자와 정신과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임상적 고위험군(ultra-high risk for psychosis)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청년들의 일탈 행동을 정신병적 증상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실제 STEP 프로그램의 종료시점에서 16%의 대상자의 진단명이 변경되었다[
7]. 성급한 정신병적 진단은 대상자에게 낙인감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 있으므로, 정상화 개념을 통해 대상자의 낙인을 감소시키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자는 청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대상자와 치료적 경계를 유지하는 전문적인 노련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조기정신증 대상자의 경우 취업과 학업에 대한 욕구가 높으므로, 만성정신질환자와 차별화된 사례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증의 50%가 10대 중 ․ 후반에 시작되고 75%가 20대 중반까지 발병하는데[
19], 이 기간은 개인의 정체성이 발달하고 학업과 진로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서울시 광역센터에서 Camberwell Assessment of Need Short Appraisal Schedule (CANSAS)를 통해 서비스 욕구 영역을 분석한 결과, 만성정신질환자는 정신병적 증상과 주간/여가활동 영역에서 서비스를 받기 원했지만, 초발정신질환자는 교육 및 훈련과 부모자녀 관계 영역에서 높은 욕구를 보였다[
7]. 이러한 차별화된 욕구를 반영하여 조기정신증 대상자의 학업과 직업영역에서 발달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집중사례관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조기정신증 대상자는 기능의 수준이 다양하여 이를 고려한 개별화된 사례 개입이 요구되었다. 초발정신질환자의 경우, 약물치료 후 증상이 관해되더라도 초기에 기능이 회복되지 못하면, 7년 내에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는 14%에 불과하였다[
20]. 이는 초발정신질환자의 기능 수준을 조기에 사정하고 정신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결과 정신증의 조기 개입에 가장 큰 장벽은 자녀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는 가족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정신증 자녀를 둔 부모의 정신병에 대한 낙인과 지식 부족으로 인해 조기 개입이 저해된다는 연구[
21]와 같은 결과였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은 최초의 진단자로서 치료를 선택하고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므로 조기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따라서 초발정신질환자의 가족이 치료에 협력하며 대처역량을 강화하도록 가족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참여자들이 직면한 또 다른 난관은 대상자의 갑작스런 약물치료를 중단으로 인한 정신과적 위기상황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의 대상자가 양성 증상이 회복되면 6개월 내에 약물을 중단하고, 1년 이내에 증상이 재발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초발정신질환자의 28~54%가 1년에서 3년 사이에 재발한다는 연구[
22]와 일치하였다. 본 연구에서 조기정신증 대상자는 자살위험성이 높다고 보고되었는데, 선행연구[
23]에서도 초발정신질환자는 만성정신질환자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이는 조기정신증 대상자와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대응과 자살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은 조기정신증 대상자의 눈에 띄는 변화를 지켜보며 조기 개입의 중요성과 회복 잠재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회복 사례들은 연구참여자들이 전문가로써 정체성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강점 관점 사례관리는 대상자의 변화를 도우면서 사례관리자도 직무수행능력, 직무 만족도, 사례관리 인식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24]는 측면에서 본 연구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둘째, 기초센터의 운영체계가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결과, 기초센터의 상임 팀장은 조기정신증 프로그램의 초석을 다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하였다. 지역사회에서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에 대한 관리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강화된다면, 사례관리자의 역량에 의존하는 개인차원에서 팀과 조직차원으로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확장되고, 전문업무영역이 구조적으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STEP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팀원뿐만 아니라 상임 팀장, 센터장, 보건소장을 대상으로 하는 관리자 교육이 효과적인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만성정실질환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조기정신증 대상자를 위한 집단 프로그램과 동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상자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초기 자신의 변화에 혼란스럽고 외부에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대상자들에게 센터에서 제공하는 STEP 집단 프로그램, 자조 모임, 멘토링 프로그램 등에서 만난 동료들은 자신만이 힘든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였다. 이는 초발정신질환자를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또래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모델링의 효과로 인해 일대일보다 그룹에서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25]와 일치하며, 동료지원서비스가 정신질환자의 재입원을 예방하고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보고[
26]와 유사한 결과이다.
반면 조기정신증에 특화된 STEP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체계성 부족은 기초센터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25개구의 기초센터는 STEP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은 단계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리매김 해나가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전국의 기초센터에서 조기정신증 사례관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정립된다면, 지역 네트워킹 통한 체계적인 조기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점으로 치료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기초센터와 정신의료기관과의 연계시스템이 지적되었다. 서울시 정신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연계된 대상자 중 초발정신질환자 의뢰율은 6%에 불과했으며[
27], 초발정신질환자들이 많은 대학병원에서 대상자 의뢰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는 자치구 수준에서 지역적 경계가 없는 정신의료기관과의 연계체계 구축이 어려운 실정임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광역센터의 컨설팅과 모니터링이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으로 나타났다. 먼저, 서울시 광역센터는 STEP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실무자 교육과 사례 슈퍼비전을 제공하고 있었다. STEP 프로그램은 조기정신증 대상자의 정신병적 증상과 학업과 취업기능에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8], 역량강화에 대한 사례관리자의 갈급함을 해소하고 이론과 실제가 조화된 근거 기반 메뉴얼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높다. 2012년 광주북구 정신건강증진센터(이하 광주북구 센터)에서도 조기정신증 대상자를 위한 집단인지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우울, 주관적 웰빙, 치료에 대한 태도, 스트레스 등에 미치는 효과가 검증되었으며[
9], 이를 근거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사례관리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
28]. 본 연구에서도 광주북구 센터의 실무자 교육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실무위주의 교육을 제공하여 연구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광주북구 센터의 청년 특화 사례관리 프로그램은 STEP 프로그램과 상호 보완되는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신증 고위험군의 조기발견 및 조기개입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서울시 광역센터의 조기정신증 지킴이 교육은 효과적인 대상자 발굴 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2019년부터 서울시 광역센터는 조기정신증 관련 직접서비스를 기초센터로 이관하고자, 기초센터 실무자가 직접 정신증 고위험군을 평가하고 유관기관 종사자들에게 조기정신증 지킴이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강사양성교육을 지원해왔다[
10]. 미국 포틀랜드에서 교육, 의료,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정신증 고위험군 의뢰를 교육한 결과, 의뢰된 대상자의 20%가 초발정신질환자로 판명되었다[
29]. 이는 지역사회기반 조기발견 교육의 효과를 보여주며, 조기정신증 지킴이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볼 수 있다. 광역센터는 기초센터 사례관리자가 정신증 고위험군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조기에 집중사례관리를 제공하도록, 자치구 실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구참여자들은 기초센터 차원에서 의료기관 협력시스템 구축의 한계를 실감하였고, 연계 필요성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광역센터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증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치료 연속성을 위해 병원기반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운영하였다. 이에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동료지원가, 회복자상담가가 협력하는 다학제 팀을 구성하였고, 협력의료기관을 선정하여 지역사회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병원기반사례관리에 의뢰된 대상자 중 초발정신질환자는 약 4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비해 퇴원 후 기능 향상이 두드러졌지만 병식 변화와 연계율이 미흡하여, 초발정신질환자에 특화된 서비스 전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0]. 다학제팀내에서 정신건강간호사는 퇴원계획자로서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퇴원전환기 모델(Transitional Discharge Model, TDM)은 병동간호사와 동료지원가가 협력하여 입원 환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대상자의 정신병적 증상, 기능,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재입원율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30]. 이는 정신의료기관과의 연계 강화의 필요성을 제시한 본 연구를 뒷받침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넷째,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는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자의 열악한 직무 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사례부담률이 높은 중증정신질환자 관리팀과 구분된 조기정신증 대상자만을 위한 전담 인력의 확보가 되어야 집중적인 사례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결과 조기정신증 사례관리는 대상자 유입 경로, 의뢰율, 미치료 기간, 회복 지표 등을 포함한 별도의 평가기준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정부는 중증정신질환자와 차별화된 조기정신증 집중사례관리를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특화된 조기 개입 시스템과 지원 정책이 미흡하여,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먼저 조기정신증에 특화된 정신재활시설과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된 단기 입원병동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국가기관으로서 초발정신질환자를 위한 응급 서비스와 단기 집중치료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지속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광주북구 센터와 전남대 병원에서 운영 중인 ‘마인드링크’는 국내 최초의 청년 특화 정신건강복지센터이며, 2016년 개소한 이래 청년 친화적인 조기 개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이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한 청년 친화적인 상담 시설을 확충하고, 정신증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전문센터의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조기정신증에 특화된 사례관리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례관리자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욕구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둘째, 정신의료기관은 초발정신질환자가 치료의 연속성을 경험하도록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상호협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기초센터는 조기정신증 사례관리 프로그램의 정착을 지원하고, 만성정신질환자와 차별화된 동료지원 프로그램과 가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광역센터는 사례관리 컨설팅과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적인 조기정신증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과 청년친화적인 정신건강 인프라를 확충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서울시 광역센터와 기초센터에서 근무 중인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므로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서울시 25개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STEP 프로그램 적용 수준이 각자 다르고, 대부분이 아직 초기단계인 것도 연구의 제한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조기정신증에 특화된 사례관리 실무 현장을 이해하고, 광역센터와 기초센터에서 제공하는 사례관리 현황을 파악하여 상호협력 방안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추후 조기정신증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정립되고 발휘되는 단계에서 사례관리자의 경험과 조기정신증 대상자의 사례관리 참여 경험을 탐색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