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청소년기는 성장 과정에 여러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로, 자신의 정서나 감정을 다루는 것에 미숙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나 상황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부적응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1]. 이러한 부적응은 단순한 또래 갈등부터 비행, 자해 및 자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2], 이 중 자해란 스트레스 대처에 미숙한 개인이 부정적인 감정이나 원치 않는 생각을 중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합리적인 감정 조절의 수단으로 알려졌다[3].
전국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자해 관련 상담은 2017년 8,352건에서 2018년 27,976건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였고[4], 이 시기 자해 ․ 자살 시도 건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청소년 환자의 수는 1년 사이 57.3%나 증가하였다[5]. 결과적으로 자해로 인한 신체적 손상을 주 호소로 내외과적 치료를 위해 혹은 추후 정신건강의학과 협의 진료를 위해 입원 치료를 받는 청소년이 상당수 증가하게 되었다[6].
그러나 약물치료를 포함한 수많은 자해 치료 방안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의 시선들이 존재한다[7,8]. 정신과 폐쇄병동은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만연하여 입원 치료를 받게 된 당사자가 자신의 사회적 낙인을 걱정하고, 자기 비하와 수치심을 느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염려한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9]. 또한, 일부 청소년은 입원 치료 이후 6개월 이상 같은 자해 행동을 반복하며[10], 자해의 과거력을 가진 청소년은 재입원의 가능성까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11,12]. 그러나 입원 치료는 약물 및 증상 재발에 관한 교육이 가능하고 병식을 증진하며[13], 자해 빈도를 낮추고 직무 및 사회 적응 수준과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치료 방안으로 제시된다[14]. 또한, 입원 기간에 습득한 자해 대처 행동이 유용하다고 인식할 때, 퇴원 후에도 이러한 행동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5].
이처럼 자해 청소년의 입원 경험은 그들의 퇴원 후 적응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기존 선행연구들은 지역사회 상담 기관에서 참여자를 모집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16,17]. 따라서 본 연구는 충분한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은 연구 분야에서 참여자들의 내적 경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질적연구의 방법 중, 그들의 행동과 과정 및 상호작용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근거이론의 방식을 채택하여[18], 오늘날 그들의 성장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마련하고 이를 설명해 낼 수 있는 실체적 이론을 개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자해 청소년의 퇴원 후 일상생활 적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행된 질적연구이며, Corbin과 Strauss의 개정 된 근거이론 4판[18]을 참고하여 근거이론의 원리와 개념을 적용하였다.
2. 연구참여자
해당 연구의 참여자는 주제에 관한 자기 경험을 충분히 말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의도적 표본추출의 방법을 통해 총 9명이 모집되었다. 따라서 참여자 모집은 연구자가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나오지 않는 이론적 포화 상태에 이를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의 참여 기준은 고위험군 청소년의 위험 기간으로 여겨지는 퇴원 후 1년 이내 사후 관리가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반영하였다. 따라서 해당 연구의 참여자는 청소년 발달 단계 중 ․ 후기에 해당하는 만 15~24세로, 최소 1번 이상의 폐쇄 병동 입원 경험이 있고, 연구 참여로 얻게 되는 참여자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퇴원 후 1년이 지나지 않았으며, 꾸준히 외래를 방문하고 있는 자로 선정하였다. 연구의 제외 기준으로는 사고 장애나 현실 검정력의 손상을 보일 수 있는 조현병 등의 진단을 받은 자와 표준화된 심리검사 상 지적 기능의 손상(지능지수 70 미만) 혹은 경도 이상의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자는 제외하였다.
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2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수행되었다. 자해라는 주제의 특성을 고려해 참여자를 보호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대일 심층 면담의 방식으로 자료 조사가 이루어졌다. 면담의 시간과 날짜, 장소는 참여자와 함께 조율하였고, 이 중 1인은 거리상 이유로 원격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은 1회당 60~120분으로 진행되었고, 진술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경우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사전 동의를 받아 참여자의 음성을 녹음하였고, 메모지를 지참하여 참여자의 비언어적인 행동과 표정, 중요 표현이나 연구 아이디어를 기록하였다. 질문의 내용은 폭넓고 개방적인 질문으로부터,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을 묻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반구조화 형태의 질문 선정은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였고, 정신 간호학 교수의 자문과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였으며 자료의 수집과 분석의 과정에서 질문의 내용은 수정 ․ 보완되었다. 주요 질문은 “퇴원 이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최근 받았던 스트레스 상황은 무엇인가요?”, “현재 자기 삶에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나요?” 등이었다. 부가 질문으로는 “퇴원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 있어 입원 전과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적응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등이 있었고 참여자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추가 질문을 활용하였다.
4. 자료분석
자료의 수집과 분석은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면담을 통해 자료가 수집될 때마다 즉각적으로 자료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Corbin과 Strauss의 지속적 비교분석법을 통해 자료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관련 개념을 도출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녹취된 음성과 텍스트화한 진술문을 반복적으로 되짚는 줄 단위 분석법을 통해 각 자료를 비교, 분류, 개념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모든 코딩은 각 단계를 순환하며 이루어졌다. 이러한 자료분석은 근거이론 방법에 따라 개방 코딩, 맥락을 통한 자료 및 과정 분석, 범주 통합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특히 해당 연구는 기존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로 존재하던 인과적, 중재적, 맥락적 조건의 분류를 삭제하고, 단순화된 패러다임의 모형을 새롭게 제시한 근거이론 4판[18]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그 결과, 개념 수준에서의 조건, 작용-상호작용, 결과의 범주를 확인하였고, 각각의 범주와 이 모두를 가장 잘 설명해 낼 수 있는 핵심 현상을 도출해 이들을 연결 짓는 통합된 하나의 이론적 틀을 형성하였다.
5.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자는 정신건강 간호사 자격 과정을 수료하고, 7년 이상 정신과 폐쇄 병동에 근무 중이다. 병원형 Wee센터를 운영 중인 현재의 근무지에서 청소년 클리닉 다학제 팀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청소년 대상자를 접하였고, 해당 연구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과 민감성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학술 대회에 참석하였다. 또한, 질적연구의 계획과 근거이론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개념과 원리를 익히기 위해 교내 교과과정과 평생교육원 특강을 수강하였고, 다양한 서적을 접하며 근거이론 방법을 충실히 따르고자 노력하였다.
6.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는 질적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Lincoln과 Guba가 제시한 ‘신빙성(credibility)’, ‘이전가능성(transferability)’, ‘의존가능성(dependability)’, ‘확증가능성(confirmability)’ 의 4가지 기준을 따랐다[19]. 우선,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지도한 정신 간호학 교수 1인과 근거이론 방식의 논문 작성 및 지도 경험이 있는 간호학 교수 2인의 심사를 받았다. 이전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하였고, 최대한 다양한 속성을 가진 참여자들을 연구에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의존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수집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음성을 녹음하여 그들의 진술이 그대로 옮겨진 문서를 자료분석의 근거로 활용하였다. 끝으로 확증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자신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자해 청소년을 접한 적 있는 동료 간호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에게 연구결과를 제공하여 의견을 구한 바 있다. 또한, 참여자들의 모호한 진술은 직접 확인받아 연구자 자신의 선입견과 자의적인 해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였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교내 연구 윤리 교육을 이수한 뒤, KUIRB (No. KUIRB-2022-0232-01)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 우선, 기관장에게 연구계획서를 전달하여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알렸고 허가받은 후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본 연구는 미성년이고, 입원 경험이 있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였기에 윤리적 고려 사항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연구참여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를 전제로 하되, 연구의 사전 설명 및 동의서 작성 과정에 법적 보호자를 함께 참여시켰고, 연구의 목적과 절차 및 방법, 예상할 수 있는 이익과 위험, 연구참여에 대한 비밀 보장과 보상 절차 등을 함께 안내하였다. 특히 면담 과정에 직면할 수 있는 자해 등 부정적인 기억에 참여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 전 과정에 걸쳐 언제든 중단할 수 있음을 사전에 설명하였고 면담 종료 단계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로 주제를 돌리거나 긴장을 낮출 수 있는 심호흡 방식을 교육하였다. 또한, 현재 복용 중인 약물과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의 정보를 나누며 충분한 마무리 과정을 거친 뒤 면담을 종료하였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의 참여자는 총 9명으로 여성 7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16.8세로 최소 15세부터 최대 20세까지 포함되었다. 총입원 횟수는 폐쇄 병동과 개방 병동의 입원 횟수를 모두 반영하여 최소 1회부터 최대 9회까지 평균 4.3 회의 입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입원 기간은 최소 4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최근 자해 시기는 면담을 약속하였던 당일부터 약 2년 전까지 다양한 사례의 참여자를 포함하였다(Table 1). 최종 획득된 자료를 개방 코딩한 결과 총 31개의 개념과 9개의 범주가 구성되었다. 분석된 자료는 근거이론 패러다임에 따라 조건, 작용-상호작용, 결과의 영역으로 구분 지었고 ‘위태로운 일상에서 중심 잡기’라는 핵심 범주가 도출되었다(Table 2).
1. 패러다임에 따른 자료의 개념 및 범주화
1) 조건
조건이란 어떠한 사건이 왜 발생하였는가 설명하는 영역이며, 작용-상호작용의 능력을 촉진하고 제한하는 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18].
(1) 자해로 숨을 쉬는 아이들
해당 범주는 참여자들 각자가 정의하는 자해의 의미와 목적을 나타내며, 이들에게 자해란 견디기 힘든 삶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을 해방하는 유일한 숨구멍이 되고 있었다.
(2) 입원 치료에 대한 양가감정
해당 범주는 스스로 멈출 수 없던 자해로,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게 된 참여자들이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과정에서 느꼈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② 통제된 환경이 주는 편안함
2) 작용-상호작용
작용-상호작용이란 자기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 혹은 문제가 되는 상황 속에서 직접적인 원인이나 효과 관계뿐 아니라, 각자가 사건에 부여한 의미, 감정, 생각, 인식 등을 모두 포함해 실제로 취하게 되는 반응을 의미한다[18].
(1) 되풀이되는 가족 갈등으로 인한 무기력
해당 범주는 자해를 시작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던 가족 안에서의 갈등을 퇴원 후에도 여전히 겪으며, 참여자들이 느껴야 했던 좌절과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있다.
② 입원 전과 달라지지 않은 부모의 태도에서 느끼는 좌절감
(2) 자해를 부추기는 일상의 스트레스
해당 범주는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참여자들의 자해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퇴원 후의 생활에서 참여자들이 겪어야 했던 다양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① 곳곳에 도사리는 유혹
② 대인관계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3) 남들과 다른 자기 모습에서 느끼는 좌절감
해당 범주는 폐쇄 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환자로 불리는 자기 모습이 어느 순간 평범함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느꼈던 그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4) 버텨낼 여력을 잃고 소진됨
해당 범주는 앞서 언급된 일상의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한계에 도달한 참여자들이 더 이상 이를 이겨낼 의지와 힘을 내지 못하고, 소진된 상태로 표현된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① 자해라는 익숙한 방식을 취하고 무너짐
3) 결과
결과란 작용-상호작용의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예상 또는 실제의 결과를 의미한다. 이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범주를 모두 포함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뿐 아니라 새롭게 촉발되는 어떠한 감정일 수 있으며, 다시 작용-상호작용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8].
(1)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함
해당 범주는 힘겹게 되찾은 일상을 지켜내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동안 배웠던 여러 방식으로 더욱 실질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그들의 노력을 담아내고 있다.
① 유혹을 뿌리침
(2)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함
해당 범주는 일상에서의 적응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다스리게 된 참여자들이 자신의 학업과 현실적인 과제에 집중하며 구체적인 미래의 방향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3) 자기 내면의 성장을 경험함
해당 범주는 여러 어려움과 고난에 쓰러질 듯한 좌절을 경험하였음에도, 비 온 뒤 땅이 굳듯 더욱 단단해진 그들의 내면을 담아내고 있다. 입원은 생각을 전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을 지켜주고 응원해 온 존재를 발견하며 더욱 용기를 품게 된 것이다.
① 주변 사람들에게 느끼는 고마움
2. 과정 분석
참여자들의 진술로 분석한 핵심 범주는 ‘위태로운 일상에서 중심 잡기’이다. 이는 퇴원 후 일상에 존재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해 충동을 억누르며 견뎌내는 과정, 재입원을 두려워하지만 살기 위해 재입원을 택하게 되는 흡사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중심을 잡고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어 나가는 형상이었다. 따라서 연구자는 이러한 과정을 일상 복귀 단계, 위기 단계, 변화 추구 단계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Figure 1).
1) 일상 복귀 단계
이는 각자가 정의하는 어떠한 의미의 입원 치료를 겪고, 새롭게 터득하고 느낀 여러 경험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단계이다. 이들은 자신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숨 쉴 구멍이었던, 자해를 멀리하고 새로운 삶을 일궈 나가겠다 결심하였으나 마음 한편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기준만큼 변화된 모습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논 의
본 연구는 근거이론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자해 청소년의 퇴원 후 일상생활 적응 과정에 담긴 고유한 경험을 탐색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맥락과 상호작용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실체적 이론을 개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근거이론 패러다임에 따른 조건, 작용-상호작용, 결과의 순으로 논의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조건 영역에서 도출된 두 가지의 범주는 ‘자해로 숨을 쉬는 아이들’과 ‘입원 치료에 대한 양가감정’이다. 참여자들은 입원 전, 힘든 상황으로부터 도피하거나 관심을 바라는 구조 요청의 수단으로 혹은 타인을 향한 보복이나 행동 자체로 얻는 쾌락을 위해 자해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는 다양한 개인적 이유로 자해가 촉발되며, 일상적으로 반복된다고 밝힌 선행연구와 유사하였다[20,21]. 그리고 입원 치료에 대한 양가감정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낯선 환경에 대한 불편함이나 거부감으로 입원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9], 여러 자극으로부터 통제된 환경과 치료진, 프로그램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느끼며 입원 치료를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이는 입원이 자해 치료의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13,14]. 그리고 퇴원을 앞둔 상황의 참여자들은 타 질환군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와 유사하게, 퇴원 후 생활에 대해 걱정하며 재입원을 두려워하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22,23]. 따라서 이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교육적 중재가 이 시기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작용-상호작용 영역에서 도출된 네 가지의 범주는 ‘되풀이되는 가족 갈등으로 인한 무기력’, ‘자해를 부추기는 일상의 스트레스’, ‘남들과 다른 자기 모습에서 느끼는 좌절감’, ‘버텨낼 여력을 잃고 소진됨’이다. 자해 청소년의 경우 그들의 발병과 재발에 있어, 부모의 양육 태도와 아동기 발달 경험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24,25]. 더군다나 이들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에는 이른 청소년이기에, 퇴원 후 일상의 적응 과정에서도 이처럼 가족 역동으로 인한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고, 이는 청소년의 치료 과정에서 가족 또한 치료의 대상이자 보조 치료자로서 함께 참여시켜야 한다는 선행연구의 중요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26].
또한, ‘자해를 부추기는 일상의 스트레스’라는 범주 속 특징적인 것은,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겪는 원인 없는 신체 증상이다. 참여자들은 이 때문에 조퇴와 결석이 더욱 빈번하여 학업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상황적 스트레스는 또 하나의 자해 촉발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자해와 신체화(Somatization) 는 정서적 자기 조절 능력의 결핍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특성에 주목할 수 있다[27]. 따라서 자해 청소년의 치료 목표는 단순히 행위의 중단이나 빈도 감소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식별하고 인지하며,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있다는 중요성을 시사한다. 더불어 이러한 어려움으로 학업이 중단될 경우, 더 많은 비행과 문제 행동,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기에[28] 자해 청소년의 치료에서 학업 유지는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주목할 특징은, 참여자들은 입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을 통제하지만, 증상의 악화나 자살 행위 등 위기 상황에서는 스스로 재입원을 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자해의 과거력이 재입원의 가능성과 연관성이 높다는 선행연구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11,12]. 또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자해를 반복하는 과정에 자살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자살적 자해와 비자살적 자해를 이분법적인 시각보다는 연속선상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16,29].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입원 치료가 증상의 재발과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빠른 안정을 찾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나[23], 애석하게도 충분한 지역사회 기반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선택하게 되는 하나의 미봉책이 된 것은 아닐지 의문을 품게 한다. 따라서 탈원화를 추구하고 재입원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결과 영역에서는 참여자들이 각자가 유용하다고 인식한 방법으로, 새롭게 스트레스에 대처하고[15], 주변 지지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여러 일상의 유혹을 뿌리쳐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여자들은 각자의 현실적인 목표와 학업에 집중하며 평범한 미래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가정이 아닌 보호 시설 등에서 퇴소하여 다시 일상에 적응하는 또 다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와 유사했는데[30], 이는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며 평범한 삶 자체를 하나의 어려운 과업이라 여기는 유사한 특성으로 해석된다. 즉,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의 좌절과 생존에 대한 간절함을 동시에 느끼며 남들만큼 건강한 삶을 바라던 그들의 마음이, ‘평범한 삶’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도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자해 청소년의 적응을 돕기 위한 치료 개입 방향을 제안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선행연구와 유사하게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와 폐쇄 병동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 언급되었기에[9] 청소년 입원 치료 결정의 과정에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행위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자해 치료의 효과적인 방안으로 나타난 입원 치료를 권해 볼 수 있겠다[13,14]. 이 시기는 통제된 환경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기로,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자해 대처 행위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15].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로 미루어 보아, 의료기관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식별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정서적 자기 조절 능력 향상 중점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27]. 또한, 치료의 전 과정에는 가족 구성원을 중재 대상이자, 보조 치료자로서 함께 참여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겠다[26]. 둘째, 퇴원을 앞둔 상황의 불안감을 줄이고, 꾸준하게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 시기 청소년에게는 구체적인 교육과 정보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각 지역사회 시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발한 정보 공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지역사회 시설은 자해 청소년의 퇴원 후 적응 과정을 돕기 위한 맞춤 프로그램과 개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일상생활의 적응을 겪는 청소년에게 학업 유지는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사회 시설에서는 이들의 사회 적응 수준을 높이고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기획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이들의 적응은 곧 치료의 과정으로, 반복되는 자해가 자살의 위험성을 시사하는 만큼 재입원을 방지할 수 있도록 고위험군 청소년의 선별 검사와 주기적인 자살의 위험을 함께 사정해야 할 것이다[16,29]. 넷째, 변화 추구 단계의 청소년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그들이 충분한 능력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는 다양한 자격증 취득이나 청소년 직업 훈련 등 실질적인 교육과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는 근거이론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퇴원 후 일상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자해 청소년의 경험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위태로운 일상에서 중심 잡기’라는 핵심 범주를 도출해 냈고, 연구자는 이를 일상 복귀 단계, 위기 단계, 변화 추구 단계의 순으로 구분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실체적 이론을 생성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적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가 제언하는 바를 기관별로 나타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기관의 측면에서 고위험군 청소년의 입원 치료는 필요에 따라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치료 목표는 내적 성장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관련 개념을 규명하고 해당 요소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가족 구성원을 치료에 참여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시설의 측면에서 퇴원 준비 시기 청소년의 불안감을 완화 시킬 수 있도록, 퇴원 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 시설과 프로그램에 관한 구체적인 안내가 요구된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주기적인 자살 의도의 사정과 사회 적응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제도적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 등 교육 기관의 측면에서 고위험군 청소년의 조기 선별과 학업 유지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요구되며, 현실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이나 직업 훈련 등의 보조 프로그램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