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의
본 연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신과 폐쇄병동에 근무하며 정신질환자를 간호한 정신간호사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한 결과 ‘감염관리 뒤로 밀린 본연의 정신간호 업무’, ‘정신질환 특성으로 가중된 간호 부담’, ‘인력 부족과 감염에 취약한 폐쇄병동에서의 고군분투’, ‘제한된 여건에서 최선의 정신간호 제공’, ‘감염병 위기를 통한 정신간호사로서의 변화와 성장’의 5가지 주제와 15가지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관리 뒤로 밀린 본연의 정신간호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익숙하지 않은 감염관리 업무에 부담을 경험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신간호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대부분의 정신건강 전문가가 업무 과중을 경험하였지만[
6], 특히 정신간호사는 다른 정신건강 전문가에 비해 업무 가중을 가장 많이 겪었다[
10]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유사하다. 이는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되어 발열 모니터링, 선별검사와 백신 접종 등의 추가적인 감염관리 업무를 주로 정신간호사가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10]. 국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일 지역의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 환자의 집단 감염으로 시작되었고, 감염된 정신질환자의 사망률이 국내 일반인구의 사망률보다 높았던 상황으로[
2,
5] 밀집시설 내 집단 감염 예방조치가 최우선이었다는 점에서 정신간호사의 업무는 집단감염 예방과 관리 업무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염병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원내 확진자 발생이 급증하면서 일부 정신과 폐쇄병동은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고[
4], 본 연구의 참여자들도 대학병원 근무자를 제외한 7명이 코호트 격리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이 기간에는 근무시간 내내 착용하는 보호장구로 인해 체력적 소모까지 겪으면서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정신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간호사도 주요 스트레스가 보호장구 착용과 관련된 업무의 효율성 저하, 피로감과 체력 고갈, 심리적 부담이라고 보고한 다수의 연구결과[
11,
15,
23]와 공통된 점이다. 정신간호사가 감염 환자 관리 경험이 부족하여 감염관리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업무수행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결과[
14]를 고려할 때 정신간호사의 감염예방 및 관리에 대한 업무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실제적인 교육과 훈련을 제공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염관리를 위한 신체 간호에 주력하고 보호장구 착용과 대면 접촉의 최소화로 인해 환자의 정신증적 증상과 행동 사정 및 중재 제공, 소통과 치료적 관계 형성과 같은 질적인 정신간호 수행이 제한됨을 경험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신간호사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보호장구 착용이 환자와 의사소통이나 관계 형성에 장애가 되었다고 보고한 국외 선행연구[
14]의 결과와 유사하다. 선행연구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자와 치료적 관계 형성이 어렵고 양질의 정신간호를 수행하지 못할 때 정신간호사는 도덕적 고뇌(moral distress)를 겪는다고 보고되었다[
10,
24,
25]. 이상의 결과는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정신간호사가 자신의 고유하고 특수한 역할과 관련되어 경험할 수 있는 갈등과 도덕적 고뇌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와 같이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감염병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한 비대면 간호 시스템 개발과 적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여자들은 일반 신체 질환자와는 다른 정신질환자라는 ‘환자 특성으로 가중된 감염관리 부담’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이 간호하는 폐쇄병동 환자들의 정신증적 증상으로 인해 감염예방과 감염관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다. 이는 싱가포르 정신간호사를 대상으로 수행된 선행연구[
14]에서 반복적인 교육에도 감염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특성으로 인해 감염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결과와 유사하다. 만성 정신질환자는 감염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개인 위생관리가 저하되어 있고[
2], 특히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한 기능 수준이 낮고 음성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마스크 착용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26], 일반 환자 보다 감염 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마스크의 철심을 이용해서 자해하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수행해야 했는데, 이는 정신간호사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감염 관리를 할 때 자해나 자살, 공격행동 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제시되어야 함[
15]을 시사한다.
참여자들은 또한 신체 증상을 자발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의 특성으로 인해 감염증상을 사정하고 신체 간호를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정신질환자는 음성증상, 인지 기능과 통증에 대한 민감성이 저하되어 자신의 신체 증상을 인지하기 어렵고, 증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도 저하되어 있는데[
27], 이는 감염병의 조기진단을 저해하고 이후 집단감염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5]. 이는 정신과 병동 내 집단감염관리를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감염예방 교육전략이 필요하고 감염증상의 조기 사정에 필요한 예방적 간호수행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정신과 특수성을 고려한 감염관리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격리조치로 인해 면회, 외출, 외박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환자 상태에 대한 안내 문자 발송, 보호자 요구와 응대 업무가 증가하면서 참여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임시 폐쇄된 종합병원 간호사가 방문 제한으로 요구가 더 많아진 보호자를 응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보고한 선행연구[
28]와 음압병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불안과 두려움을 간호사에게 투사하는 보호자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선행연구[
11]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일반 병원과는 달리 정신과 병동에서는 보호자 면회와 외박 등은 사회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이며, 치료적 중재방법으로 시행된다는 특성이 있다[
4,
25]. 따라서 본 연구의 정신간호사는 단순히 환자의 상태를 알리거나 간호 외적인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감염예방 조치로 제한된 가족의 치료 참여가 최대한 가능하도록 가족과 치료진, 환자와의 의사소통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보호자 응대가 정신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안내 문자 발송, 전화 응대 등의 업무수행을 위한 행정 인력 확보로 정신간호사의 추가적인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줄여주고 치료진과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비대면 간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참여자들은 ‘인력 부족과 감염에 취약한 폐쇄병동에서 고군분투’하며 감염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고,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소진을 경험하였다. 정신병원에서의 높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하여 폐쇄병동의 낙후된 시설과 많은 환자가 밀집되어 치료받는 감염에 취약한 병원 환경[
5,
6]의 문제점이 제기되어 국내에서도 정신과 병동의 이격 거리 조정, 병상 수 제한과 같은 조치가 시행되었다[
7]. 하지만 정신과 병동에서는 환자가 병동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환자의 감염 예방 수칙 준수의 어려움 등으로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2], 감염병 예방과 확산에 대비하는 정신과 병동의 구조와 시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선행연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강도 높은 업무와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간호사의 소진이 보고되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원활한 간호 인력 지원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제기되었다[
11,
12,
28]. 다만 정신질환자는 일반 신체 질환자보다 감염관리를 위한 노력과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점과 정신증적 증상으로 인한 행동 문제를 동시에 간호해야 하는 정신간호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감염병 위기 대응에 필요한 인력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근무하는 참여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없어 일상의 균형 상실과 소진을 경험하였다. 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임시 폐쇄된 종합병원 간호사들이 타인이나 간호하는 환자들의 감염을 걱정해서 철저한 자가 격리를 수행하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으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였다는 선행연구[
28]와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간호한 간호사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 일상의 사회적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꼈다고 보고한 선행연구[
16]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책의 한가지로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서 정신간호사의 스트레스와 소진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자들은 일관성 없고 폐쇄병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감염병 대응 및 관리지침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서 음압병실 간호사, 응급실 간호사, 종합병원 간호사 대상으로 수행된 선행연구에서도 일관성 없이 수시로 변경되는 감염병 관리지침으로 업무의 혼란을 겪었다고 보고된 점[
11,
12,
28]과 유사하다. 이는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과 업무 부담 감소를 위해서는 정부와 정신의료기관 차원에서 표준화된 감염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전달하는 감염병 대비 체계가 구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3.27]. 특히 일반 병원 환경에서의 감염 관리지침들을 정신과 병동에 수정 없이 적용하는 것은 감염병 고위험군인 정신과 환자와 병동의 특성으로 인해 효과적인 감염예방 및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과 병동의 특정 상황과 환자의 요구를 고려한 적용이 가능한 매뉴얼과 지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27,
29].
참여자들은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로 환자와 대면 상호작용이 ‘제한되는 여건에서 최선의 정신간호 제공’하기 위해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 허용범위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여 돌봄을 제공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임시폐쇄된 종합병원과 거점 전담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과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신체 간호를 제공하고 격리된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등의 전인 간호를 제공하였다는 결과[
23,
28]와 유사한 맥락이다. 정신간호사가 양질의 간호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인식할 때 전문직 정체성 혼돈과 갈등이 초래되고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10,
24], 감염병 위기와 같이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정신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정신건강 기반의 비대면 면담 시스템의 개발과 도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감염병 위기를 통한 정신간호사로서의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은 정신간호사로서 신체 간호를 포함한 통합적 간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 증가 및 감염병 대응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는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도 간호사들은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재난 상황에서 간호 전문직의 책무를 완수했다는 자부심을 경험하였고, 전인 간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결과[
16,
23,
28,
30]와 유사하다. 이를 토대로 정신간호사에게 재난 상황 모의훈련, 정신질환자의 신체 간호 요구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다양한 사례 중심의 시뮬레이션 기반 실무 교육이 제공된다면 정신간호사의 감염병 대응 능력과 전인 간호 제공에 필요한 간호역량을 효과적으로 증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정신간호 실무 및 교육, 연구 및 정책 개발 영역에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정신간호사의 신종감염병 위기 대비와 대응 능력 강화, 신체 간호역량 증진을 위한 시뮬레이션 교육 모듈을 개발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특성이 반영된 감염예방 교육과 관리를 위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정신의료기관의 감염관리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감염병 상황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유형의 정신간호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와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 시설의 정신간호사를 대상으로 감염병 인식, 감염관리 능력 등재난간호 역량에 관한 조사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정신질환과 정신간호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감염병 위기 대응에 필요한 인력 확보, 감염관리 지침과 매뉴얼 개발, 집단 감염예방과 환자 안전을 위한 정신과 폐쇄병동 시설 설비 지원 등 감염병 위기 대비를 위한 국가 및 기관 차원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정신과 폐쇄병동에 근무하면서 정신질환자를 간호했던 국내 정신간호사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질적연구의 전이성 측면에서 정신간호사가 근무하는 기관의 특성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경험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본 연구의 결과를 다른 맥락이나 상황에 적용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