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구 결 과
1. 대상자의 인구학적 특성 및 임상적 특성에 따른 뇌기능의 차이
본 연구대상자의 인구학적 특성과 임상적 특성에 따른 뇌기능의 차이는
Table 1과 같다. 대상자는 총 171명으로 평균 연령은 24.66세였고, 최소 18세에서 최고 47세로 나타났다. 성별은 여성이 96.5%로 대부분이었으며, 교육상태는 고졸이 56.1%로 과반수를 보였고, 결혼상태는 미혼이 70.8%로 상당수를 차지하였다. 직업 상태는 학생이 46.2%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27.5%, 주부 또는 무직 15.2% 순이었으며, 전문직 또는 기타 직업도 소수 있었다. 대상자의 진단명으로는 신경성 폭식증이 43.3%로 가장 많았고, 신경성 식욕부진증 25.1%, 폭식장애 26.3%, 기타 식이장애 5.3% 순이었다. 또한 신체질량지수(BMI)는 평균 20.56±3.89였으며, 주당 폭식 회수는 4.13±4.34회, 주당 구토 회수는 2.37±2.18회였다.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뇌기능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전두엽 피질과 심층 변연계, 측두엽의 기능이 진단명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즉, 신경성 폭식증과 폭식장애에 비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전전두엽 피질 기능이 유의하게 낮았으며(F=5.03, p=.002), 폭식장애에 비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심층 변연계 기능이 유의하게 낮았다(F=4.20, p=.007). 또한, 측두엽의 기능도 진단명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F=2.71, p=.047), 사후 검정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그밖에 성별, 교육정도, 결혼여부, 직업에 따라서는 뇌기능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2. 대상자의 뇌기능,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성
대상자의 뇌기능,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성을 조사한 결과는
Table 2와 같다. 5개 영역의 뇌기능 평균은 전전두엽 피질 10.47±6.55점, 전방대상회 7.46±3.94점, 기저핵 8.55±4.56점, 심층 변연계 10.61±5.03점, 측두엽 3.57±3.15점이었으며, 각 영역에서 기준 점수 이상으로 뇌기능 문제를 보인 대상자는 심층 변연계가 145명(84.8%)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저핵 135명(78.9%), 전방대상회 127명(74.3%), 전전두엽 피질 95명(55.6%), 측두엽 59명(34.5%) 순이었다.
섭식장애 증상의 하부척도별 평균은 마르고 싶은 욕구 14.20±6.11점, 폭식행동 11.62±5.69점, 신체불만족감 14.22±7.84점, 무능감 14.16±7.42점, 완벽주의 7.82±4.57점, 대인관계 불신감 7.54±4.98점, 내면 자각 13.33±6.93점, 성장 공포 9.12±5.43점, 금욕주의 8.01±4.45점, 충동조절 8.64±5.84점, 사회적 불안정성 10.38±5.68점이었다. 불안의 평균은 19.78±12.75점이었으며, 중등도 이상의 불안을 보인 대상자가 95명(55.6%)으로 나타났다. 또한, 강박성의 평균은 10.45±6.36점이었으며, 강박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13점 이상을 보인 대상자가 3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뇌기능과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성의 상관관계
대상자의 뇌기능과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성, 그리고 일반적 특성 중 연속변수인 연령, BMI, 주당 폭식 횟수, 구토 횟수와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은 섭식장애 증상 중 성장 공포를 제외한 나머지 하부척도들, 그리고 불안(r=.50,
p<.001), 강박성(r=.35,
p<.001)과 각각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전방대상회의 기능은 섭식장애 증상 중 폭식을 제외한 나머지 하부척도들, 그리고 불안(r=.51,
p<.001), 강박성(r=.49,
p<.001)과 각각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저핵 기능은 섭식장애 증상의 모든 하부척도 및 불안(r=.69,
p<.001), 강박성(r=.43,
p<.001)과 각각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심층 변연계 기능도 섭식장애 증상의 모든 하부척도, 불안(r=.59,
p<.001), 강박성(r=.45,
p<.001)과 각각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측두엽 기능은 섭식장애 증상 중 성장 공포를 제외한 나머지 하부척도들, 그리고 불안(r=.68,
p<.001), 강박성(r=.42,
p<.001)과 각각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한, 대상자의 특성 중에는 BMI가 전전두엽 피질 기능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으며(r=.22, p=.003), 주당 폭식 회수가 전전두엽 피질 기능(r=.20, p=.008), 전방대상회 기능(r=.19, p=.015), 심층 변연계 기능(r=.17, p=.025)과 각각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대상자의 연령, 주당 구토 횟수는 뇌기능과 유의한 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 뇌기능의 관련요인
섭식장애 환자의 뇌기능과 관련된 요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대상자의 특성,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성 중 뇌기능과 유의한 상관성을 보인 변인을 투입하여 단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Table 4와 같다. 다중 공선성 진단결과, 공차한계(tolerance)의 범위가 0.52~0.94로 0.1 이상이었고, 분산팽창인자(Variation Inflation Factor, VIF)는 1.06~1.91로 기준치인 10을 넘지 않았으며, 상태지수(CI)는 4.05~16.98로 3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다중공선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urbin Watson 검정결과는 1.67~2.14로 2에 가까워 모형의 오차항 간에 자기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잔차의 정규성 분포가정을 만족하였다.
먼저 전전두엽 피질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성장 공포를 제외한 10개의 EDI 하부척도와 불안, 강박성, BMI, 주당 폭식 횟수, 진단명을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결과, 불안(β=.23, t=2.97, p=.003), 무능감(β=.21, t=2.78, p=.006), 충동조절(β=.15, t=1.97, p=.049), 폭식(β=.15, t=2.16, p=.032), BMI (β=.14, t=2.19, p=.030), 강박성(β=.14, t=2.01, p=.046)이 유의한 관련요인이었으며(F=19.28, p<.001), 39%의 설명력을 나타냈다.
전방대상회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폭식을 제외한 10개의 EDI 하부척도와 불안, 강박성, 주당 폭식 횟수를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결과, 강박성(β=.32, t=4.90, p<.001), 무능감(β=.24, t=3.50, p=.001), 불안(β=.22, t=2.91, p=.004)과 완벽주의(β=.14, t=2.22, p=.028)가 유의한 관련요인이었으며(F=29.59, p<.001), 40%의 설명력을 나타냈다.
기저핵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11개의 EDI 하부척도와 불안, 강박성을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결과, 불안(β=.60, t=10.78, p<.001)과 신체불만족감(β=.19, t=3.30, p=.001), 사회적 불안정성(β=.16, t=2.69, p=.008)이 유의한 관련요인이었으며 (F=65.64, p<.001), 53%의 설명력을 나타냈다.
심층 변연계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11개의 EDI 하부척도와 불안, 강박성, 주당 폭식 횟수, 진단명을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결과, 무능감(β=.33, t=4.61, p<.001), 불안(β=.24, t=2.15, p<.001), 사회적 불안정성(β=.22, t=2.56, p=.001)과 강박성(β=.21, t=1.28, p<.001)이 유의한 관련요인이었으며(F=53.12, p<.001), 55%의 설명력을 나타냈다.
측두엽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성장 공포를 제외한 10개의 EDI 하부척도와 불안, 강박성, 진단명을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결과, 불안(β=.51, t=8.02, p<.001)과 무능감(β=.14, t=2.07, p=.040), 신체불만족감(β=.14, t=2.32 p=.021), 충동조절(β=.13, t=2.08, p=.039)이 유의한 관련요인이었으며(F=48.87, p<.001), 53%의 설명력을 나타냈다.
논 의
본 연구에서는 섭식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기능과 섭식 장애 증상, 불안, 강박증상을 조사하고, 섭식장애 환자의 뇌기능에 관련된 요인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주요 결과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뇌기능에 문제를 보인 대상자는 각 영역 중에서 심층 변연계가 84.8%로 가장 많았으며, 기저핵 78.9%, 전방대상회 74.3%, 전전두엽 55.6%, 측두엽 34.5% 순이었다. 선행연구에서 섭식장애 환자들 중 특히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이러한 심층변연계의 기능과 함께 대상회, 섬엽(insula) 등의 기능에 문제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정서조절의 어려움뿐 아니라 부적응적인 행동을 초래한다고 보고되었다[
3]. 또한, 신경성 식욕 부진증 환자들의 기저핵을 MRI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좌측 미상핵과 우측 측좌핵 등의 기형과 볼륨 감소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여 섭식장애와 기저핵의 기능저하의 관련성을 시사하였다[
20].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음식의 사진을 보여주며 fMRI를 조사한 연구에서 환자들은 음식 사진을 위협적인 자극으로 인지하며 전전두엽과 두정엽, 전방대상회 등의 활성화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는데[
7], 이는 대상회 및 전전두엽의 기능도 섭식장애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섭식장애 환자에게 신경 영상검사를 시행한 결과 내측 측두엽의 손상을 발견했다고 보고하여[
21], 측두엽의 기능저하도 섭식장애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선행연구결과들은 뇌의 각 영역에서의 변화가 섭식장애 증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도 비록 문제를 보인 대상자의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섭식장애는 뇌의 5개 영역 모두의 기능저하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뇌의 5가지 영역의 각 기능과 관련된 요인을 다중회귀분석으로 검증한 결과에 대한 논의이다.
첫째, 본 연구에서 전전두엽 피질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불안과 무능감의 영향력이 비교적 높고, 충동조절, 폭식, BMI, 강박성도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감정과 리비도를 통제하는 것은 주로 변연계가 담당하지만, 전전두엽은 행복, 슬픔, 기쁨, 사랑과 같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단어로 전환해주는 영역이며, 감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변연계에 억제 메시지를 보낸다[
12]. 전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되어 감정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변연계의 과잉활동으로 불안이나 우울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5]. 무능감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음으로 인해 느끼는 부적절감, 불안정감, 무가치감으로 정의되며, 우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14], 무능감 또한 전전두엽 기능의 관련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불안은 복내측 전전두엽의 활성화를 증가시켜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소거된 후에도 지속적인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9], 본 연구에서도 대상자의 55.6%가 중등도 이상의 불안 수준을 나타냈는데, 섭식장애 환자들의 높은 불안은 전전두엽의 기능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강박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과 우측 안와피질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11] 결과는 본 연구에서 강박성이 전전두엽 기능의 관련요인으로 나타난 결과를 뒷받침한다.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강박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10], 이에 대한 중재를 제공함에 있어서 전전두엽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시사한다.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높은데, 일상생활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도록 인지 행동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전전두엽의 기능을 향상시켜 불안, 무능감, 강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12].
전전두엽은 또한 심사숙고하고 사고를 조직화하며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전전두엽의 신경 활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충동조절력과도 높은 상관성을 보임으로써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 이러한 충동성은 거짓말, 도벽, 과소비, 폭식, 성적 문란, 약물남용 등의 충동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1]. 본 연구에서는 충동조절력이 낮을수록, 폭식 정도와 BMI가 높을수록 전전두엽 기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섭식장애 환자들은 충동조절력이 저하되어 폭식행동이 나타나기 쉬우며[
14], 잦은 폭식으로 인해 BMI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뇌파 바이오피드백 훈련은 전전두엽 연결성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충동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환자 스스로 생리적 과정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22]. 따라서 바이오피드백을 통해 충동조절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폭식과 BMI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전방대상회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강박성의 영향력이 가장 높았고, 무능감과 불안, 완벽주의도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전방대상회의 중요한 기능은 상황의 흐름을 따라가고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인지적 융통성’으로, 이 영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강박성과 인지적 융통성의 저하로 인해 사고의 전환이 어려워지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하여[
23], 본 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 따라서 이들의 강박성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집착하고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지적 융통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인지행동치료와 프로작 등의 선택적 세로토닌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가 효과적이라고 보고되었다[
24].
또한, 전방대상회는 주의를 전환하거나 인지적 융통성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전방대상회에 문제가 생기면 충분한 근거 없이 상황들을 공포로 지각하게 되며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인지왜곡이 일어난다[
2]. 섭식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fMRI를 시행한 연구에서도 이들의 대상회가 과도한 활성화를 보여 역기능 상태에 있으며,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통제가 저하되어 있다고 보고함으로써[
8], 본 연구와 마찬가지로 대상회와 불안의 관련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많은 섭식장애 환자들이 이러한 부정적인 염려를 반복적으로 보이며, 이는 잦은 신체화 증상을 유발하거나 자신은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능감을 갖게 한다고 보고하였다[
1]. 불안과 우울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에어로빅 운동을 시행한 연구에서 대조군에 비해 대상회의 기능이 유의하게 호전되었음을 보고하여[
25], 에어로빅 운동이 대상회의 기능향상을 위한 중재방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는 완벽주의도 전방대상회 기능의 관련요인으로 나타났는데, 완벽주의는 스스로 과도하게 높은 성과 기준을 설정하고 실수할 것에 대해 걱정하며 자신의 행동이 맞는지 의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6]. 선행연구에서는 완벽주의가 있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에게 전방대상회와 전두엽의 기능 장애가 나타났으며[
4], 강박장애 환자에게도 전방대상회와 전두엽의 기능장애가 나타났다고 보고되었다[
11]. 이러한 결과는 전방대상회의 기능장애로 인한 완벽주의는 강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며, 이들의 완벽주의는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할 것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부적응적인 양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6].
셋째, 기저핵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불안의 영향력이 가장 높았고, 신체불만족감, 사회적 불안정성도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기저핵은 심층변연계를 둘러싸고 있어 감정과 사고, 운동을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기저핵이 과활성화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안에 압도되어 몸을 떨거나 얼어붙는 등 감정과 사고, 신체반응이 통합되지 못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12]. 기저핵이 과활성화된 경우에 공황발작과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이며, 저활성화된 경우에 오히려 적절한 대처반응을 취할 수 있다[
20].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배측 미상핵의 도파민 방출이 불안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환자로 하여금 도파민 방출을 쾌락보다는 불안 유발로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식사제한을 통해 불안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
또한,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불안정성이 기저핵 기능의 관련요인으로 나타났는데, 사회적 불안정성이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긴장되고 불안이나 공포감을 느껴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기를 원함으로써 불안정한 사회적 관계 양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14]. 기저핵에 속하는 선조체 부위는 안와전두피질과 함께 동기부여, 사회적 단서의 인식 등에 관여하는데, 이 부위의 손상은 사회적 단서에 대한 반응의 결여와 공감 부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따라서 기저핵의 기능이 과활성화된 경우, 타인과 어울리는 사회적 상황에 과도한 불안을 느껴 스스로 철회하고 혼자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선행연구에서는 요가와 비파사나 명상이 미상핵과 대뇌피질과 시상(cortico-thalamic) 피드백 루프간의 연결성을 증가시켜 기저핵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26], 이는 기저핵의 과활성화로 초래된 기능저하에 대한 중재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
본 연구에서 신체불만족감 또한 기저핵 기능의 관련요인으로 나타났다. 섭식장애 환자들은 정상 범위에 있는 자신의 체중이나 체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타인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신체불만족감이 높다[
14].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에게 마른 몸매를 가진 패션모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영상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환자들이 모델 사진을 보는 동안 불안 수준이 증가하면서 양측 기저핵, 좌측 편도체, 전방대상회 및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7]. 이처럼 기저핵이 과활성화된 경우에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려는 경향과 논리적 비약을 보여, 자신이 뚱뚱하다는 생각에 집착하며[
20] 신체에 대한 불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신체상 왜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예언에 대한 사고중지(thought stopping)와 같은 인지치료가 효과적이며, 이는 기저핵과 대뇌피질, 해마 간의 기능적 연결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고 보고되었다[
24].
넷째, 심층 변연계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무능감의 영향력이 가장 높았고, 불안, 강박성, 사회적 불안정성도 유의한 영향 요인으로 나타났다. 심층변연계는 정서적인 상태를 조절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심층변연계가 과활성화될 경우 부정적인 정서와 고통스러운 감정을 유발한다[
3]. 심층변연계의 과활성화는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저해하고, 짜증, 잦은 감정 기복, 무력감 등의 우울증상을 초래한다[
12]. 이는 환자의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가치감을 불러일으켜 무능감을 가져오며, 우울은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며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경향을 유발한다[
9]. 또한, 어떠한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 심층변연계가 과활성화되면서 교감신경계도 활성화되어 심박동 증가 등의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주의력 편중(attentional bias), 공황발작 등의 극심한 불안을 유발한다고 보고되었다[
27]. 이는 불안과 무능감, 사회적 불안정성이 심층변연계의 기능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어 본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항우울제와 마음챙김은 편도체의 활성화를 감소시키고 심층변연계의 기능을 높여 불안과 우울, 사회적 불안정성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8]. 또한, 심층변연계의 기능과 강박성의 직접적인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최근 강박성을 보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피질-선조체와 변연계 간 신경회로의 문제가 강박성과 관련이 있으며, 침습적 사고와 강박적인 염려가 편도체와 관련된 변연계 회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했다[
23]. 심부 뇌 자극(Deep Brain Stimulation, DBS)은 편도체와 섬엽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우울과 불안뿐 아니라 강박성도 호전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27], 심층변연계의 기능장애에 대한 중재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측두엽 기능의 관련요인으로는 불안의 영향력이 가장 높았고, 무능감, 신체불만족감, 충동조절도 유의한 영향요인이었다. 측두엽은 기억, 정서적 안정, 언어의 이해, 시각과 청각적 처리에 관여하며 이러한 기능이 통합적으로 학습과 사회화에 작용한다[
12]. 측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공황 수준의 불안이나 공포를 경험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쉽게 우울한 정서와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2], 이는 자존감 저하와 무가치감으로 이어져 무능감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측두엽의 기능에 관한 연구는 제한적이나,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를 대상으로 측두엽 간질(temporal lobe epilepsy)을 조사한 연구에서 측두엽의 기능저하는 불안, 우울, 환청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하여[
29] 본 연구의 결과를 지지한다. 따라서 섭식장애 환자들의 불안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항불안제뿐 아니라 데파코트(depakote) 등 항경련제를 통해 측두엽을 안정화하는 것이[
12]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우측 측두엽에 문제가 있을 때 자신이나 타인을 향한 공격성, 폭력적인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30]. 전전두엽에 문제가 생길 때 충동조절력이 저하되어 폭식행동으로 이어지는 반면, 측두엽의 문제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폭력적 사고로 타인과의 불화를 야기하거나 자해행동 등을 유발한다[
29]. 측두엽은 ‘해석적 피질’로서, 들은 것을 해석하고 저장된 기억과 통합하여 입력된 정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데, 측두엽의 기능장애는 시각적, 청각적 정보를 해석함에 있어 비정상적인 지각을 초래한다[
21]. 따라서 자신의 신체 크기나 형태를 지각함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몸매를 뚱뚱하다고 인식하여 신체불만족감을 가져온다. 이와 같이 측두엽의 기능저하로 충동조절력 저하와 신체불만족감이 나타날 때 음악요법이나 댄스요법으로 긍정적 정서를 높이고 뇌파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며, 바이오피드백 훈련도 측두엽의 과잉 또는 과소활동을 정상화하는데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30].
이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섭식장애 환자의 뇌 영역의 기능과 증상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환자의 증상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였고 그에 따른 다양한 중재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하였다. 따라서 추후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ABSC 도구를 통해 뇌기능을 평가하는 것은 그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치료와 중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아직 ABSC 도구를 사용한 선행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타당화 연구가 시행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Amen [
12]이 뇌영상검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치료에 활용해 온 도구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용하였으나, 추후 연구에서는 ABSC 도구의 한국어판에 대한 타당화 연구가 시행되어야, 이 도구를 보다 널리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는 섭식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기능과 섭식장애 증상, 불안, 강박증상을 조사하고, 섭식장애 환자의 뇌기능에 관련된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서술적 상관관계연구이다. 연구 결과, 대상자의 34.5~84.8%가 뇌기능에 문제를 나타냈으며, 55.6%가 중등도 이상의 불안을, 32.2%가 강박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대상자로 나타나,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뇌기능의 문제와 불안, 강박성의 정도가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회귀분석 결과, 불안, 강박성, 무능감, 충동조절, 사회적 불안정성, 신체불만족감, 완벽주의 폭식 등이 뇌기능의 유의한 관련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안은 5개 영역 뇌기능의 관련요인이 었으며, 우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능감은 기저핵을 제외한 4개 영역과 관련되었고, 강박성은 전전두엽, 심층변연계, 대상회의 관련요인으로 나타나, 섭식장애 환자들이 주로 경험하는 증상들이 뇌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섭식장애 환자의 증상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각 영역의 뇌기능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인지행동치료, 바이오 피드백, 마음챙김을 포함한 명상, 심부 뇌 자극,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치료 등 다양한 중재방안이 적용될 수 있다.
본 연구는 뇌 영상검사를 대신하여 자기보고식 검사도구인 ABSC를 통해 뇌기능을 평가한 첫 연구로서, 연구결과에서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뇌기능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섭식장애 환자의 초기 평가에서 ABSC를 이용한 뇌기능 평가를 활용한다면, 보다 적합한 중재방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뇌기능의 변화에 따른 실질적인 중재를 제공한 후 그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